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용 Jul 23. 2018

공급망금융(SCF)을 아시나요?

공급망관리와 같은 결을 바라봅니다

돈도 흐른다. 그것도 꽤 복잡하게 흐른다. 조달과 제품생산, 유통과 최종 판매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에서 적게는 몇 개, 많게는 수천 개에 이르는 업체들이 연결된다. 국경을 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난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이 수많은 업체들 사이에서는 ‘돈’이 오간다. 공급망을 거치면서 일어나는 ‘화물의 흐름’을 다루는 것이 물류의 요지라 했다. 그렇다면 ‘돈의 흐름’은 누가, 어떻게 관리해줄까. 그래서 나타난 개념이 ‘공급망금융’이다. 공급망금융의 핵심은 부분 최적화가 아닌 ‘전체 최적화’에 있다. 그리고 그 전체 최적화의 중심에는 공급망금융 플랫폼이 존재한다. 


핀테크 플랫폼과 공급망관리 개념이 결합된 ‘공급망금융(Supply Chain Finance)’이 뜬다. 공급망금융은 원자재 조달과 제품 생산, 유통과 최종 판매까지 이어지는 ‘공급망(Supply Chain)’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참여하는 이들의 비즈니스와 돈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방법론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공급망금융의 이해(Understanding Supply Chain Finance)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망금융 운영을 위해서는 공급망금융 플랫폼 사업자와 외부의 금융서비스 제공자가 필요하다. 


공급망금융 플랫폼 사업자는 금융서비스 제공자를 통해 공급자가 기존 사용하던 금융 시스템보다 더 낮은 가격에 안정된 현금흐름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이익은 생태계에 참여한 플랫폼과 금융서비스 제공자, 공급자와 구매자가 함께 누려야 한다. 공급망금융은 하나의 기업, 하나의 부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공급망에 속한 생태계 전체의 이익을 만들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의 목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CBT에 ‘공급망금융’을 


공급망금융 개념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에 도입한 업체가 있다. 이 업체의 공급자인 글로벌 셀러에게는 ‘판매대금 수취’ 고민을 해결해준다. 구매자라 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에게는 ‘다양한 해외 상품’을 소개해준다. 적법한 면허를 가진 세계 각국의 은행, PG(Payment Gateway) 업체, PSP(Payment Service Providers) 업체 등 외부 금융기관이 이 업체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업체는 공급자, 구매자, 금융기관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하고자 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맡는다. 


업체의 이름은 아마존의 글로벌 결제 파트너로 잘 알려진 ‘페이오니아’다. 어찌 보면 이 업체는 아마존이 만들어놓은 생태계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원이다. 하지만 페이오니아는 아마존 생태계의 금융 파트너에 안주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아마존과는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다고 한다. 과연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공급자에게 주는 선물 


페이오니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페이오니아를 통해 대금을 수취하고 있는 사용자는 400만 명이 조금 넘는다. 한국 같은 경우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수만’ 단위의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페이오니아가 공급자인 글로벌 셀러에게 주는 선물은 ‘현지 은행에서 거래하는 것과 같은 쉬운 해외송금 및 대금 수령’이다. 기존 은행 시스템은 대체 어떻길래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이우용 페이오니아 한국지사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글로벌 셀러들에게 페이오니아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대금을 받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어요. 시작부터 문제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 괌이나 하와이 등지에 직접 가서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 했다고 하더라구요. 마켓플레이스에서 해외 고객의 구매가 일어난 이후 돈을 받는 것도 문제였어요. 현지계좌에서 한국에 돈을 보낼 때 붙는 수수료가 어마어마했거든요. 송금 수수료, 중개은행 수수료, 외화수취 수수료와 같이 중복 수수료를 내야하고, 그 돈이 또 어떤 국가에서 어떤 경로로 왔느냐에 따라서 방식도 다르고, 대금수취까지 기간도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페이오니아를 이용하면 글로벌 셀러들의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든다. 1.2%의 수수료만 낸다면 기존 5~7일 걸리던 대금수취 기간을 2~3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항공권을 끊고 현지 은행에 방문하여 계좌를 개설할 필요 없이, 온라인상에서 페이오니아의 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에 한국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글로벌 셀러는 “글로벌 셀러를 위한 대금수취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해외에서 돈을 받는 것에 대한 걱정은 거의 없어졌다. 아쉬운 것은 조금이라도 더 빠른 대금수취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글로벌 셀러들은 해외에 상품을 판매하여 받은 돈으로 다시 상품을 매입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대금수취 기간 동안 현금흐름 문제를 겪을 때가 있다. 아마존에서 대금정산까지 2주 정도가 걸리고, 대금수취 서비스를 거쳐 최종적으로 통장에 들어오기까지 또 1주일 정도 걸리는데 총 3주의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부담이 덜해질 것”이라 말했다. 


이 지사장은 “(셀러들의 대금수취 기간단축과 관련하여) 한국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법들을 논의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셀러들의 대금수취 기간을 약 1주일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을 공개할 예정”이라 밝혔다. 


파트너에게 주는 선물 


페이오니아는 아마존, 라자다, 라쿠텐, 쇼피, 블리블리와 같은 세계 각지의 마켓플레이스는 물론, CJ대한통운, 플레이오토 등 물류 및 셀러지원 솔루션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 숫자는 1,000개가 조금 넘는다고 한다. 공급자인 셀러가 ‘돈을 받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들 파트너들은 공급자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역할을 한다. 


페이오니아는 파트너들과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업한다. 페이오니아가 파트너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같은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물류회사의 경우 페이오니아는 같은 고객을 공유하고 있다. 물류회사들에게 있어 글로벌 셀러는 신규 유치할 수 있는 ‘화주’가 된다. 그리고 셀러의 대표적인 고민은 ‘물류’와 ‘결제’이기 때문에 물류회사와 페이오니아는 공통 고객을 대상으로 완결된 서비스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물류회사의 고객(화주) 중에는 대금 수취에 고민을 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이 고객이 ‘셀러’가 아니더라도 페이오니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페이오니아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글로벌 셀러 중에는 더 좋은 ‘물류’ 서비스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 고객들은 물류회사에게 ‘잠재화주’가 된다. 이 때 서로의 잠재고객을 공유하고 소개해준다면, 물류회사와 페이오니아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 


사실 위 내용은 시나리오가 아니다. 페이오니아가 현시점 물류회사와 협력하고 있는 방법론이다. 페이오니아는 장차 물류회사와의 시스템 연동이나 물류회사가 화주로부터 지급받는 배송료의 지불 및 수취 부분에 대한 지원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협력을 고민하고 있다. 


이 외에도 페이오니아가 파트너들과 공동목표를 공유하여 서비스를 만든 사례는 있다. 지난달 1일 페이오니아는 KEB하나은행, 수출신고자동화 서비스 제공업체인 케이티넷(KT NET)과 협력하여 판매대금 정산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는 전자상거래 간이수출신고, 무역금융 지원, 부가세 영세율 적용, 관세환급, 반품시 재수입 감면 등 셀러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혜택들이 녹아들었다. 


이 지사장은 “셀러들의 고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어떻게 고객을 찾을 것인가’, 둘째는 ‘어떻게 서비스나 재화를 보낼 것인가’, 셋째는 ‘어떻게 대금을 수령할 것인가’이다”라며 “페이오니아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파트너들과 함께 문제의 해법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만드는 경쟁력 


페이오니아처럼 아마존, 이베이와 같은 마켓플레이스에 상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판매자의 ‘대금수취’를 대행하는 서비스는 많다. 글로벌 기업인 ‘월드퍼스트’, ‘페이팔’, 국내 IBK기업은행이 운영하는 ‘페이고스’는 모두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오니아가 경쟁사에 비해 내세우는 경쟁력은 페이오니아가 만드는 ‘생태계’에서 나온다. 페이오니아의 생태계에 참여한 구성원들, 그러니까 전 세계 400만 명의 사용자와 1,000개 이상의 파트너들이 곧 페이오니아의 경쟁력이다. 페이오니아가 내세우는 차별성은 세 가지. ‘서비스 범용성’, ‘기술 지원’, ‘서비스 안정성’이다. 이 중 서비스 범용성과 기술 지원이 생태계 참여 구성원들과 연결되는 요인이다. 


서비스의 범용성이란 여타 마켓플레이스로의 확장성이다. 가령 미국에 한국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셀러가 있다고 하자. 이 셀러가 아마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본’ 등 신규시장을 공략하고 싶을 수 있다. 이 때 페이오니아는 이미 동남아시아의 라자다나 쇼피, 일본의 라쿠텐과 같은 마켓플레이스와 서비스 제휴를 체결하고 있다. 셀러는 이미 페이오니아의 계정이 있기 때문에 같은 계정으로 새로운 마켓플레이스에 쉽게 진출할 수 있다. 


페이오니아의 기술 지원도 생태계 구성원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가령 페이오니아는 현재 아마존과 협력하여 아마존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페이오니아의 대금 수취정보와 함께 셀러들에게 제공하는 ‘스토어매니저’ 기능을 운영한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더 많은 국가와 더 다양한 마켓플레이스로부터 대금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 각지의 판매 데이터를 시스템화하여 관리하고 싶은 셀러들의 니즈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장은 “물류, 재고관리, 회계처리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ERP 솔루션을 사용하는 셀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페이오니아는 ERP솔루션 회사와 API 연동 작업을 할 계획”이라 전했다. 


CBT를 벗어던지니... ‘진정한 생태계’가 


여기까지 들었을 때 페이오니아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글로벌 셀러’를 위한 생태계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페이오니아는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페이오니아가 셀러들을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데 그 실마리가 있다. 페이오니아의 전체 취급액 중 셀러 버티컬(Seller Vertical)에서 나오는 금액이 50%로 가장 많지만, 나머지 50%를 무시할 수는 없다. 


나머지 50%는 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디자인, 사진작가, 마케터, 개발자 등)와 숙박업체에서 나온다. 실제 페이오니아의 파트너사 중에는 마켓플레이스 사업자뿐만 아니라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Upwork) 등이 포함돼있다.

페이오니아의 글로벌(사진위) 및 로컬 파트너사(사진아래)

어찌 보면 페이오니아를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사무실 없이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인터넷 하나로 해외 곳곳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이들의 거래대금 수취와 관련된 고민을 페이오니아가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오니아에 따르면 실제 해외기업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서비스 대금을 페이오니아로 지급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블로거나 미디어회사가 태블로(Tableau), 탭티카(Taptica)와 같은 온라인 광고 네트워크로부터 페이오니아를 통해 대금을 지급받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지사장은 “셀러 버티컬을 잘 키우는 것은 페이오니아의 가장 큰 과제이지만, 사실 다른 버티컬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봤을 때 페이오니아가 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많다”며 “페이오니아가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A부터 Z까지 가이드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부분”이라 말했다. 


그는 또한 “셀러 버티컬을 벗어나면 완전히 다른 생태계(eco-system)가 나타난다. 가령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공유하고 있는 호스트를 위해서는 ‘청소’나 ‘숙박 리스팅’을 돕는 업체를 생태계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생태계 전반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고, 또 새롭게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밝혔다. 


돈의 흐름을 보는 생태계 


종국에는 이런 상상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인형을 만드는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나는 태국에서 인형눈을 공급받고 있다. 이 인형을 한국에 있는 유통업체에 팔아보고 싶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출처의 돈이 곳곳으로 흐른다. 태국에 있는 인형눈 생산자에게 대금을 지불해야 할 것이고, 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인형을 이동시킬 때 사용한 물류비도 포워딩업체에게 줘야 한다. 한국에 있는 유통업체에게는 판매대금을 받아야 한다. 만약 한국 마켓플레이스에 B2C 전자상거래 판매를 생각한다면, 돈의 흐름과 특성, 참가업체 또한 바뀐다. 복잡하다. 


만약 이 과정에 있는 모든 업체들이 페이오니아의 생태계에 속해있다면. 그러니까, 페이오니아의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하나의 계정으로 공급망을 흐르는 돈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지는 않을까. 이미 페이오니아는 계정을 보유한 이들 간 대금송금 서비스를 수수료 없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향후 B2C뿐만 아니라 B2B거래의 대금수취 서비스까지 넘본다고 한다. 


글로벌셀러가 끝이 아니었다. CBT를 벗겨놓으니 페이오니아의 생태계가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지하철에 물류팀이 있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