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버거 전문점 <크라이치즈버거>에서 밥먹다가 문득
치즈버거 전문 프렌차이즈 <크라이치즈버거>에서 점심을 먹다가 햄버거 프렌차이즈의 원가 구조가 궁금해졌다.
당연히 매장이 많으면 많을수록 규모의 경제 때문에 원가는 싸질거다. 하루에 패티 1000장 쓰는 프렌차이즈와 100만장 쓰는 프렌차이즈의 구매력이 같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규모를 갖추지 못한, 이제 막 사세를 확장하는 프렌차이즈는 어떻게 해야할까.
많은 메뉴 구성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벤더 관리도 어려워질뿐더러 미판매 재고에 대한 폐기도 감수해야 된다. 리스크가 높다.
단품메뉴는 그런 측면에서 소규모 프렌차이즈가 다루기 좋은 구색이라 생각한다. 단품메뉴, 예컨대 '치즈버거' 하나만 팔고 있으면 왠지 모르는 장인의 기운을 풍길 수도 있다.
물론 고객경험을 증진시키기 위한 신메뉴 개발은 계속돼야 한다. 단, 주의할 게 있다.
햄패티 한장을 두장으로, 치즈 한장을 두장으로, 감자튀김에 치즈를 녹여 끼얹는건 오케이다. 햄패티에 시즈닝을 뿌려도 좋겠다.
다만, 랍스타 버거를 만든다거나, 고구마 샐러드를 추가한다거나, 바나나를 판다거나 하지는 말자. 기존 메뉴의 원재료에 약간의 공수만 더한다면 만들 수 있는 것을 신메뉴로 위장시키자. 얼마 전 먹었던 <맘스터치>에서는 인도풍 치킨 버거를 신메뉴로 냈는데 좋은 예인 것 같다. 원가와 재료 관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뻔한 이야기를 잔뜩 했지만 하나만 더 하자. 요즘에는 여러 재료를 동시에 공급해주는 벤더를 이용하는 게 추세다. 일종의 다단계가 만들어지지만 점주 입장에선 그게 훨씬 편하단다.
술집을 운영하는 내 친구는 선진계열 벤더에게 식자재를 받는다고 한다. 농장에서 돼지 키우는 선진이 F&B까지 밀고 들어왔다. 이 친구 가게 메뉴는 혼종(전도 팔고, 과일도 팔고, 떡도 팔고, 라면도 판다.)이라 식자재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나 싶었다. 친구말로는 주류 벤더와 식자재 벤더, 그리고 동네마트 이렇게 셋이랑만 거래하면 모든 재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난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헛소리 하는 게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누군가 집어주길 바란다. 세상에 고수는 정말 많다.
후일담1. 프렌차이즈 협회 관계자분께 글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원가관리와 리스크 측면 의견은 동의합니다. 실제로 그런 접근으로 신메뉴 개발이나 메뉴 정리를 하고 있구요
라는 답변이 달렸다. 자문을 해주신 분의 코멘트가 뭔가 다 동의하는 느낌이 아니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후일담2. 혼자 밥 먹으면서 식당 후기 남기는 페이스북 페이지(엄지용의 혼밥로드)를 만들었다. 맛집 페이지는 아니다. 의도치 않게 맛없는 걸 먹기도 한다. 이걸로 전국 혼밥러를 위한 DB를 구축해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