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것, 사라지는 것들
지난주 대구 출장, 저녁을 함께한 지인과 택시를 타고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까지 이동한 적이 있다.
물류 플랫폼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지인은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한다. 사납금은 얼마인지. 카풀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등이다. 사업에 참고가 된다고.
단언컨대 이런 기사님은 처음봤다. 구수한 대구 사투리로 속생각을 쏟아낸다.
어차피 택시는 다 망할거에요. 지금 대구가 전국에서 택시 번호판이 가장 싸서 6000만원인가 하는데, 이거 자율주행차 들어오면 다 똥값됩니다. 적당히 타이밍 봐서 번호판 팔아먹고 빨리 이 일도 관두던가 해야죠
흔히 택시기사들과 대화할 때 들을 수 있는 우버로 대표되는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진득한 적대감이 아니었다. 이건 뭐라할까. 회한에 가깝다.
나도 그 기사님의 말에 동의한다. 기술은 일자리를 지켜주지 못한다. 혹자의 이야기처럼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게 기존 일자리와 동일한 일자리는 아니다. 택시기사, 대리기사, 버스기사, 퀵서비스 기사, 화물운송 기사. 단언컨대 상당수가 사라진다. 더 미래로 넘어가면 멸종할 수도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 종사자들에게 코딩을 배우라고 하는 게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라면 그건 판타지 소설이다. 정부가 그런 교육에 세금을 쓴다면 100에 하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예상컨대 기술이 만드는 미래는 누군가에겐 디스토피아로 다가온다.
얼마 전 인천 송도에서 만난 한 법인택시 기사님은 이런 말을 했다.
카카오가 카풀을 시작하면, 우리 법인 기사들은 카카오택시 앱을 삭제할겁니다
멈출 수 있을까. 이미 멸종한 콜택시 업계에서 대안이라고 할만한 건 몇 개나 남았을까. 남아있는 이들은 택시기사의 유토피아를 만들어줄 것인가.
난 잘 모르겠다. 애초에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다. 이윤을 만들어야 고용을 창출할 수 있고, 가치 있는 서비스도 지속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도 돈 벌어야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기업에게 복지를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사라지는 이들을 지켜만 봐선 안된다. '사람'의 중심을 잡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한다. 누구도 그 일을 대신해줄 수 없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