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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Jul 16. 2019

배달의민족에서 배달해 본 기사에 대한 변명

오래 살 겁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욕을 많이 먹고 있어서 당분간 건강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아 행복한 엄지용입니다.


지난주 저는 배달의민족에서 새롭게 시작한 일반인을 공급자로 활용하는 배달 서비스 '배민커넥트' 라이더로 활동해보고, 후기를 기사로 썼습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휴를 하고 있는 카카오 1분 채널에도 같은 기사를 올렸었죠. [관련기사 : 배달의민족 배달 알바 '배민커넥트', 직접 해 봤습니다]


트래픽은 꽤 나왔고,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배달의민족 광고 받았냐?"는 댓글이 제일 많았고, "라이더들이 얼마나 묶어서 가는지 픽업해서 고객에게 음식 배달하는데 30~40분이 되야 배달 완료가 되는지 이건 아니잖아요.점주들은 음식이 식을까봐 똥줄이 타는건 생각하지도 않는 배민라이더스........"라는 내용의 음식점주로 짐작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조금 격한 댓글로는 "니가 기자라면 배달대행 교통위반 칼치기 인도주행 보행자 배기음 겁주기 시민신고 체험 좀 해보지 않으련?"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배달기사들의 위험한 주행 행태에 불만이 많은 분인 것 같습니다.


밝히자면, 이번 콘텐츠는 우아한형제들의 광고 받고 쓴 네이티브 콘텐츠가 아닙니다. 물론 조금 호의적인 내용을 많이 쓴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근거 없는 호의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부정적인 경험이 더 컸다면 까댔을 것이고, 긍정적인 경험이 컸다면 그것대로 솔직하게 씁니다.


솔직한 제 경험을 풀어보자면, 기자 생활을 하면서 광고주의 요청을 받고 콘텐츠를 쓴 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광고 받고 쓴 콘텐츠에 업체 입장에서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글을 써서 광고주를 도망치게 한 경험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으로 식견을 전하는지라 부족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두 번째로 묶음배달에 대한 불만. 이건 사실 현행 배달대행 단가 구조를 생각하면 '직배달'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전기자전거로 배달을 한다면 많이 배달을 해봐야 2건이 전부고, 그렇게 버는 돈은 8000원 이하입니다. 현행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입니다. 이것을 일반 오토바이 배달대행 라이더로 치환한다면 건당 지급받는 금액은 3000~3500원 사이로 더 낮아집니다.


직배달만 해서는 배달기사의 생활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묶음배달 하지 말라고 하면, 배달대행업은 전부 망할 겁니다. 공급자가 안 들어올테니까요. 우리는 고용노동부의 묶음배달 금지 개정안[참고 콘텐츠 : 고용노동부는 누구를 위한 '배달법'을 만들고 있는가]에 서로 으르렁대던 경쟁 배달대행 업체들과 배달기사들까지 연합전선을 만든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묶음배달'은 배달기사에게도 위험한 업무행태가 맞습니다. 생각해봐요. 배달기사가 묶음배달을 한다고 해서, 픽업시간에 쫒기지 않고, 배달시간에 쫒기지 않을 것 같나요? 픽업 취소의 자율은 음식점주에게 있고 혹여 픽업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배달기사는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고 수십분의 시간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비단 묶음배달을 하지 않더라도 초보 배달기사라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저 또한 겪어 봤습니다.


마찬가지로 배달이 늦어지면 그 클레임은 고객과 음식점주, 배달대행업체를 거쳐 배달기사에게 떨어집니다. 직통으로 배달기사에게 성내는 고객이나 업주도 당연히 있습니다. 배달기사 역시 안전하게 운행하고 싶은 니즈가 있습니다. 다만 배달기사가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소득을 벌기 위해서는 묶음배달 행태가 필요할 뿐입니다.


물론 묶음배달은 음식점주 입장에서 서비스 품질을 낮추는 업태가 맞습니다. 그래서 이를 제한하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보입니다. '단가'를 올리는 방식이죠. 직송이 기본인 퀵서비스에 '직송'이 있다는 것 아시나요? 돈 더 내면 더 빨리간다고 하는 건데, 이런 업태가 생긴 이유는 많은 퀵서비스 기사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주문을 묶어서 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돈 더 많이 주면 기사들이 빨리갈까요? 양심적으로 빨리 가는 분도 있겠지만, 이 분들이 개인사업자 개념의 특수고용직노동자인지라 여전히 묶어가는 분도 많습니다. 단순 해법은 고용 구조를 직고용으로 뒤집어 엎는 건데, 그래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거 해본 업체가 없나 하면 그것도 아니고, 하다 망한 업체도 당연히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배달대행업체에서도 콜당 단가를 1.5배 이상으로 늘리고, 묶음배달의 숫자를 2건 혹은 1건으로 제한하는 업체도 있었습니다. 이 업체가 유의미한 콜을 확보했냐고요? 글쎄요.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 배달대행업계의 메인스트림은 '묶음배달'입니다.


요컨대 더 빠른 속도를 원한다면, 음식점주가 지불하는 건당 배달비용은 더 많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물론 시스템으로 낮은 배달비용을 유지하면서 속도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배달대행업체가 있다면 그게 실력이겠죠. 동시에 배달기사들에게 유의미한 수익까지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 업체로 음식점이든 배달기사든 안 몰릴 이유가 없겠죠. 이런 곳이 진짜 있는지는 배달대행 업계 분들이 더 잘 아실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배달기사가 위험한 운행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단가 체계', '배달 프로세스'와 연결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더 많은 콜을 잡고자 경쟁하는 전투콜 구조와, 더 많은 콜을 수행할 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배달업태가 배달기사의 위험한 운행을 만듭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안전운행만 해서 유의미한 돈을 배달기사들이 벌 수 있냐는 건데요. 많은 배달기사들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도 기본적으로 '단가 인상'에 대한 요구가 배달기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단순히 '단가'를 올린다고 위험한 운행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한 주행을 하는 라이더들은 계속해서 나오겠죠. 하지만 그 전에 위험한 주행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돈을 못 버는 현재 구조는 분명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겠지만요. 누군간 찾아주길 바랍니다. 비단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라도 그 방법을 찾아준다면 얼마든지 기쁜 마음으로 그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어찌됐든 기자는 장수하는 직종인 것 같습니다.

전 계속해서 많이 욕먹고, 계속해서 할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는 바이라인네트워크 뉴스레터에 7월 15일 적었던 글을 가지고 왔습니다. 

뜬금 진지할 수 있는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 전해서 송구하며,

내일부터는 웃긴 뉴스레터로 바통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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