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등장한 원플원, 그리고 원쁠딜
안녕하세요. 이번 주 커넥트레터로 인사드리는 신승윤입니다.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환절기라고 으레 드리는 인사가 아닙니다. 정말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최근 저는 독감 증세로 약 4일을 앓아누웠습니다. 백신 후유증도, 코로나19도 겪어본 저였지만요. 이번 독감은 이들을 초월하는 고통이었습니다.
두통과 고열, 오한이 한 팀으로 저를 괴롭혔기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요. 근육통까지 오면서 제자리에 누워있기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좀비 마냥, 요즘 영화에 나오는 날랜 좀비 말고 느려터진 클래식 좀비가 된 것처럼 말이죠. 집안을 돌아다니고, 소파에 앉았다 누웠다 반복했고요. 그래도 고통이 가시지 않아 창밖의 불빛을 멍하니 쳐다보며 ‘내 육신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고통받는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주말을 버티고서 아침 일찍 동네 내과를 찾아 진료를 받았는데요. 9시 병원 진료 시작 즈음에 맞춰 이동했더니 이미 많은 어르신께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러 모여 계시더군요. 그렇게 저는 병든 닭처럼, 병원 안에서 가장 크고 병약한 닭이 되어 다시 두 시간 가까이 기다린 후에야 4일 치 약을 지어올 수 있었습니다. 약도 들지 않으면 혈관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참 무섭더군요.
질병관리청은 11월부터 독감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나타날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환절기로 다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독감과 코로나19 변이 중 하나만 걸려버리면 나머지 하나까지 동시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니까요. 다들 각별히 주의하시길 바라고요.
또 요즘 병원은 모두 어르신 대상 인플루엔자 무료 백신 접종으로 매우 바쁘니까요. 시간과 동선을 최대한 잘 맞춰서 진료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처럼 찢어질 듯한 육체의 고통과 함께 말이죠. 병원 로비에 놓인 TV로 연이은 전쟁 소식과 국정감사 생중계를 몇 시간이고 단체관람하셔야 합니다. 쉽지 않더군요. 정말 쉽지 않아요.. 독자 여러분의 건강을 진심으로 바라며 오늘의 뉴스픽 시작합니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습니다. 여기에 한 이커머스 스타트업 대표가 참고인으로 참석했는데요. 1+1 할인 이커머스 플랫폼 ‘원플원’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뉴려’ 김려흔 대표는 이 자리에서 네이버쇼핑 ‘원쁠딜’이 자사 원플원 서비스를 베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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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려의 원플원은 2021년 9월 출시한 모바일 커머스 앱 서비스입니다. 플랫폼 내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기본 1+1 방식으로 판매하는 콘셉트인데요. 상품에 따라 1+1에서 1+2, 1+3로 동일 상품을 추가 증정하기도 하죠. 흔히 오프라인 편의점 판촉행사로 만날 수 있던 구매 방식을 온라인으로 가져와 전문몰로 만든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원플원은 ‘입점 판매자와의 상생’을 목적으로 결제 수수료 약 5%를 제외하고서 따로 판매 수수료나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입점 이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면 충분히 자립했다는 판단 아래 14% 이하의 거래 수수료를 책정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전략이 통했는지 원플원은 출시 초기 큰 반응을 불러 모았지만, 이는 채 석달을 가지 못했다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플원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하고, 직원은 1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네이버가 원쁠딜을 출시하면서 매출이 급감해 현재 10만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400개가 넘던 입점 업체도 한 자릿수로 줄었습니다”
- 김려흔 뉴려 대표 / 2023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中
김 대표는 자사 원플원 서비스와 네이버쇼핑 원쁠딜 서비스가 본질적으로 같으며, 먼저 출시한 원플원을 베껴서 출시한 게 원쁠딜 서비스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국감 자리에 있던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 횡포에 청년 벤처기업들이 억울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쇼핑 원쁠딜은 2021년 12월 출시한 서비스입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만 혜택을 제공하는 핫딜 서비스에 1+1 할인 서비스가 더해진 콘셉트인데요. 네이버는 위와 같은 원플원 측의 ‘아이디어 베끼기’ 주장에 곧장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습니다.
먼저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BOGO(Buy-One-Get-One Free)를 메인 테마로 한 커머스 서비스가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했는데요. 2019년 출시한 ‘라쿠텐 BOGO’ 서비스를 비롯해 국내 커머스 플랫폼에서도 1+1 상품만 별도로 모아놓은 전시 공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듯, 1+1 판매는 이미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판매 방식이라 설명했고요. 네이버쇼핑 원쁠딜 역시 원플원과 무관하게 2019년부터 준비하던 서비스라 주장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네이버는 지난 2022년 2월 15일 특허청의 ‘원플원’ 상표 등록 거절 사례를 들었습니다. 원플원은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성질표시 표장에 해당하고, 제7호에 따른 식별력 없는 표장에 해당해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었는데요. 이는 원플원이 커머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 특정인에게 독점권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란 주장입니다.
이어 네이버는 원쁠딜이 원플원과 달리 한정수량 상품에 대한 핫딜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원플원이 입점 상품을 상시 1+1 판매하는 것과 달리, 원쁠딜은 이름에서부터 플러스 혜택의 ‘쁠’과 핫딜의 ‘딜’을 결합한 서비스라 설명했는데요. 즉, 원쁠딜은 1+1이라는 보편적 할인 서비스에 핫딜 요소까지 더한 네이버 고유의 서비스란 주장입니다.
사실 원플원과 원쁠딜 간 갈등은 이번 국감에서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을 뿐 이미 1년 반 넘게 양사는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원플원 측은 2022년부터 네이버를 대상으로 수차례 내용증명을 보냄과 동시에 국회를 통해 민원을 제기해 왔다고 하죠.
또 국감보다 앞선 지난 4월에는 국민의힘 포털위원회·미디어국이 주관한 '독과점적 포털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소상공인·소비자 권익 침해' 토론회에 참여해 “소비자들이 원플원 대신 네이버 원쁠딜이 최초 서비스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네이버의 공지와 홍보문구를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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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원플원, 그리고 원쁠딜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두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같은 서비스일까요, 다른 서비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셀러들은 양측을 전혀 다른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플원은 1+1으로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마진을 남길 수 있도록 설계해서 들어가야 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과 같은 거고요.
반대로 원쁠딜은 마진과 상관 없이 우선 홍보비용을 쓰는 개념이에요. 원쁠딜을 가지고 ‘매출을 폭발적으로 늘려보자’라는 게 아니라요. 이를 통해 ‘최대한 내 상품을 많이 체험할 수 있게 하자’가 목적이 됩니다. 상품 1개 가격에 1+N개를 보내주니 가격은 당연히 최저가에 가깝고요. 거기다 수수료도 약 9%를 떼거든요. 스마트스토어 수수료가 3~5%니까 훨씬 비싸죠”
- 네이버와 쿠팡에서 활동하고 있는 5년차 커머스 셀러 A씨
“원쁠딜 들어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시는군요? 원플원 입점할 걸 원쁠딜을 선택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는 원쁠딜 입점을 3달째 신청하고 있는데도 답변이 안 와요. 담당 MD가 수많은 신청 중에 선별한 상품만 원쁠딜로 띄운다 알고 있어요.
그리고 원쁠딜로 판매량이 쫙 올라온 걸 보고서 재판매하고 싶다? 그럼 제안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여기서 다시 선택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르죠.
우리끼리 어떤 상품이 잘 선정된다, 가격을 이렇게 해라, 1+N 구성을 저렇게 해야 한다 등등 카더라는 많은데 정답은 잘 모르겠네요”
- 네이버와 쿠팡에서 활동하고 있는 7년차 커머스 셀러 B씨
“원플원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어요. 셀러들은 상품 홍보 목적이 아니면 절대 1+1으로 판매하지 않아요. 특히 모두에게 공개된 커머스 플랫폼에선 말이죠. 내 상품 가치가 쫙 떨어지니까.
정말 1+1 가격에 판매하는 게 전략이라면 주로 폐쇄몰을 통해 판매하기 마련이에요. 의류 브랜드들이 이월 상품을 멀리 아웃렛으로 보내서 판매하듯이 커머스 셀러들도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나, 이전 버전 상품은 잘 드러나지 않게 처리하고 싶죠.
그래서 원쁠딜처럼 핫딜 콘셉트가 매력적인 겁니다. 이렇게 기간 한정으로 빠르게 소진하고 나면 흔적이 안 남으니까. 결론적으로 셀러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원플원과 원쁠딜은 서로 용도가 너무 달라요”
- 자사몰 운영 및 네이버에서 활동하고 있는 커머스 셀러 C씨
그런데 말입니다. 위처럼 원플원과 원쁠딜은 근본적으로 다른 서비스라는데 공감하는 셀러들이지만요. 만약 원플원 측이 주장하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네이버가 큰 질타와 제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바로 ‘알고리즘 역제안’입니다.
이번 국감에서 원플원 측은 “네이버가 원쁠딜 광고 과정에서 자사 서비스를 ‘최초’라고 광고한 것은 허위”라는 주장과 함께요. “네이버 검색창에 ‘원플원’을 입력하면 ‘원쁠딜’로 인식되고, ‘원플원원쁠딜로 검색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뜬다. 이는 네이버 알고리즘이 자사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역제안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지금은 네이버 검색창에 원플원을 검색하면 최상단에 원플원 앱정보가 뜨는데요. 과거에는 모든 검색 결과를 원쁠딜이 독식했다는 것이 원플원 측 주장입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소비자가 반강제로 네이버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접하게 되니 매우 불공정하다는 게 셀러들의 입장인데요. 이들 역시 네이버쇼핑 안에서 매일같이 키워드 및 알고리즘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기에 (만약 원플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고통에 크게 공감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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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17일 국회 정무위는 공정위 국감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이상철 네이버Biz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를 입점 업체 불공정 계약 및 벤처소상공인 지식기술 탈취 등과 관련한 증인으로 의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과연 ‘원플원 vs 원쁠딜’ 사태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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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과 함께 베끼기, 지식기술 탈취 같은 이슈가 재점화된 요즘, 여전히 ‘내 갈 길’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먼저 KT인데요. 국내 3대 통신사인 KT는 ‘롤랩’이라는 물류 자회사를 세워 운영할 만큼 물류에 진심인 모습입니다. 심지어 직접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까지 200개 넘게 사다 모을 정도로 말이죠. 디지털전환과 플랫폼 사업이 대세라는 요즘, KT는 왜 흔히 아날로그라 불리는 번호판 모으기에 한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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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마이웨이로는 GS리테일이 있습니다. 최근 GS리테일은 자사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GS프레시몰’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선보인 유료 멤버십 ‘프라임 멤버십’ 역시 지금은 신규 가입이 막혀있는데요. GS리테일이 그렇게 공들인 온라인 사업 중 하나를 접는 이유는 뭘까요? 대체 무엇에 집중하려는 걸까요? 커넥터스와 함께하는 트렌드라이트 ‘기묘한’님의 콘텐츠를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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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스타트업 사례입니다. 엔데믹과 함께 여행 관련 커머스 상품이 쏟아지는 요즘인데요. 항공권, 숙박권, 패키지 상품 등등 모두가 신상품 개발에 열중인 가운데 이 스타트업은 ‘여행 커뮤니티’를 가지고 시드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여행계의 ‘오늘의집’이 되고 싶다나요. 여행 버티컬 커뮤니티 커머스 플랫폼을 표방하는 ‘트립소다’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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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해외 사례입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인데요. 몇 년 전 국내 커머스 업계에도 크게 유행했던 ‘구독 커머스’를 활용해 3만명의 고객을 모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이 3만명에게 무얼 파느냐? ‘빵’을 판답니다. 네, 그 빵 맞습니다. 스타트업 ‘빵포유’의 빵 정기구독 서비스 ‘판스크’가 수년간 멈추지 않고 성장한 비결에 대해 커넥터스와 함께하는 ‘데일리트렌드’ 김소희님의 콘텐츠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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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약을 끊지 못하고(감기약입니다) 있습니다. 약효가 떨어지면 곧바로 두통과 발열이 찾아오네요. 개인적으로 역대 이렇게 시달려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력한 바이러스니까요. 독자 여러분께선 날씨 좋다고 야외 테이블만 고집하시거나, 때늦은 여름 패션으로 건강 해치는 일 없으시길 다시 한번 진심으로 바랍니다. 비록 눈은 반쯤 풀려있으나 양손만은 멀쩡하니, 계속해서 양질의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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