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물류스타트업의 허브앤스포크 실험
직배송 방식이 일반화돼 있는 이륜차 업계에 ‘허브앤스포크’ 모델을 도입하여 화제가 된 업체가 있습니다. 업체의 이름은 ‘원더스’입니다. 원더스는 최근 “원더스가 최종적으로 구상한 사업모델은 퀵서비스와 지하철의 연계배송”이라며 “원더스의 허브앤스포크 실험은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원더스는 지난 6월 21일 서비스를 론칭한 이륜차 물류스타트업입니다. 서울 전역 5000원 퀵서비스 제공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화제가 됐었지요. 원더스가 5000원 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퀵서비스 산업에 ‘허브앤스포크’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서울전역 5000원 퀵서비스, 그게 말이돼?, 왜 5000원 가격이 파격인가에 대한 이유는 이 기사를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더스는 허브앤스포크 모델을 수행하기 위해 서울내 4개 물류센터(을지로3가, 가산, 역삼, 마포)를 구축했습니다. 기존 업계 퀵라이더들이 수거(픽업)와 배달을 함께 수행했다면, 원더스는 수거와 배달기사를 따로 나눠서 활용하는 방식을 구상했습니다.
수거기사들은 권역 안에서 고객주문 상품을 수거하여 물류센터에 집하하며, 그 중 광역배송 주문은 타지역 물류센터에 공동 수송합니다. 그렇게 모인 권역별 주문은 다시 권역내 배달 퀵라이더가 수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자가 처음 김창수 원더스 대표와 만나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 7월. 이제 막 서비스 론칭 3주가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원더스는 ‘허브앤스포크’ 모델을 도입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당시 원더스의 하루 배송건수(콜수)는 50건이었습니다. 원더스가 고용하고 있던 퀵라이더의 숫자가 2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라이더 하나가 수행하는 하루주문은 고작 2~3건에 불과했습니다. 때문에 원더스는 허브앤스포크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실상 주문수행 방식은 일반 퀵의 ‘직배송’과 같았습니다.
원더스가 허브앤스포크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선행과정은 ‘물량’ 확보였습니다. 원더스는 당시 BEP 돌파 구간을 1일 1000개 주문 수행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화주거래처 3000개 이상을 확보해야 된다는 것이 원더스의 설명이었지요. 퀵라이더가 주문 한 건당 10개의 화물을 혼재해서 배송할 수 있다면, 1인당 하루 최대 80건의 주문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원더스의 가설이었습니다. 원더스는 확실히 빠르게 거래처를 늘리고 있었고, 당시 김 대표는 “현재 같은 성장세라면 10월 중에는 BEP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원더스가 목표로 했던 10월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원더스는 허브앤스포크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을까요? 10월 둘째 주. 기자는 다시 한 번 김 대표를 만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더스의 허브앤스포크 모델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원더스의 사업모델은 처음 구상한 것과 상당 부분 달라져 있었습니다. 물류센터를 구축하여 픽업, 배송 라이더를 나눠서 운영하는 방식은 ‘지하철 무인보관함’을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면 수정됐습니다. 기존 원더스 퀵라이더들은 권역에 한정된 픽업 및 배송을 전담하며, 지역을 넘어가는 권역간 배송은 ‘지하철’ 배송기사를 따로 고용해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원더스는 이를 위해 국내 한 무인보관함 업체와 제휴하여 2호선 5개 역(대림역, 선릉역, 합정역, 성수역, 을지로3가역)에 전용 무인보관함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퀵라이더들은 이 5개 무인보관함 거점을 중심으로 한 권역내 픽업 및 배송만을 담당합니다. 동일 권역내 주문(가령 강남에서 강남으로 가는 주문)은 ‘직배송 방식’을 활용하지만, 권역간 주문은 지하철 배송과 연계한 ‘허브앤스포크’ 방식이 활용됩니다.
원더스의 권역간 이동을 담당하는 것은 ‘지하철 배송인력’입니다. 원더스는 지하철배송을 위해 65세 이상의 노인들로 20여명의 신규 배송인력을 고용했습니다. 현행법상 65세 이상의 노인은 지하철 운임을 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탄생한 것이 ‘지하철퀵’인데 원더스는 그것을 권역간 이동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원더스의 지하철 배송인력은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정해진 지역(가령 합정역-선릉역 구간)만을 반복해서 왕복하며 권역별 배송물량을 재분배합니다.
원더스의 지하철-퀵 연계배송 예시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마포구 서교동으로 가는 서류 배송 주문을 원더스에 주문했다고 합시다. 이 때 서울 강남구 주문, 픽업을 담당하는 원더스 퀵라이더는 삼성동에 방문하여 전달할 화물을 수령(픽업)합니다. 화물을 픽업한 라이더는 그 화물을 마포구 서교동으로 바로 배송하지 않습니다. 라이더는 수령한 화물을 원더스의 강남권역 지하철 무인보관함 거점(선릉역)까지만 운송, 보관합니다.
해당 정보는 선릉역-합정역을 오가는 지하철 배송원에게 전달됩니다. 담당 지하철 배송원은 선릉역 무인보관함에 모인 여러 화물들 중 마포구로 이동하는 화물만을 모아서 마포권역 배송거점(합정역)에 보관해 놓습니다. 이 주문건은 마포구 픽업, 배송을 담당하는 퀵라이더를 통해 서교동 수취인에게 최종 전달됩니다.
원더스는 지하철-퀵 연계배송을 통해 더욱 빠른 배송리드 타임을 만듦은 물론, 서비스 권역까지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원더스는 분당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장,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더스의 강남 거점인 선릉역에서 환승 가능한 분당선을 활용한 것입니다. 원더스는 분당선 판교역에도 전용 무인보관함을 확충했습니다. 기존 오토바이가 빠르게 이동하지 못하는 강남-분당 구간을 지하철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30분 내 이동시키고, 분당권역 배송만 담당하는 퀵라이더를 통해 그것을 최종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원더스는 서울-판교로 이동하는 주문에 한해서 기존 책정한 5000원이 아닌 1만원 단일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2호선 지하철 환승을 통한 연계배송을 통해 서울권역 5000원 퀵서비스를 인천, 경기도 권역까지 확장 가능해졌다”며 “한동안 시스템 재구축으로 화주 영업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 우량화주 고객 영업에 집중하여 물량을 늘려나갈 것”이라 말했습니다.
현시점에서 원더스는 거래화주 1000여개를 확보했고, 일일 주문 약 300건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지표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원더스는 그 수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손익분기점(BEP)을 넘기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원더스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이유는 라이더의 추가 고용으로 인한 것입니다. 원더스의 배송인력은 지난 7월 기준 20여명에서 현재 70여명(퀵라이더 50여명, 지하철 배송기사 20여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원더스가 라이더를 추가로 확보한 이유는 11월 기준으로 하루 100~1000건 이상의 주문이 발생하는 10여개의 우량고객 주문 바생을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원더스는 현재 계약건을 기준으로 봤을 때 11월에는 일 2000건 이상의 주문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량기업 주문건수가 일 2500건 이상이 만들어진다면 비로소 BEP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현시점 원더스의 설명입니다.
여기서 원더스가 기존 확보해놨던 물류거점이 빛을 발할 전망입니다. 원더스는 지하철 무인보관함을 거점으로 활용하기 이전 서울 지역에 총 5개의 물류거점(역삼, 을지로3가, 마포, 가산, 성수)을 구축해뒀습니다. 현재 이 공간들은 라이더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 거점들은 본격적으로 물량이 폭발하는 11월 이후에는 대물량을 보관, 소분하는 거점으로 활용될 계획입니다.
원더스는 허브앤스포크 기반 원더스 기본모델(원더스 이코노미)의 안착이 끝난 이후에는 빠르게 ‘원더스 프리미엄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원더스 프리미엄 서비스는 ‘직송방식’의 퀵서비스를 혼재하는 방식입니다. 가령 1시간 이내 고객배달이 필수적이라 원더스가 그간 공략하지 못했던 휴대폰 대리점 같은 업체에 대한 영업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원더스는 내년초 프리미엄 서비스인 ‘원더스 익스프레스’와 ‘원더스 익스큐티브’를 론칭할 예정입니다. 원더스 익스프레스는 기존 원더스의 타겟 고객이 아니었던 ‘시간 민감형’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서비스로 2km 이내 거리에서는 5000원 단일가, 그 이후에는 미터 요금을 적용하는 ‘직송’ 개념의 서비스입니다.
원더스 익스큐티브는 ‘서비스 민감형’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고급 퀵서비스로 2km 이내 10000원 기본료에 미터요금이 추가될 전망입니다. 기존 퀵서비스와는 달리 선물포장 서비스, 깔끔한 유니폼을 착용한 퀵라이더의 배송 등을 통해 고객에게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니즈를 갖고 있는 백화점 등의 화주를 공략할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원더스의 프리미엄 서비스의 가격 또한 기본료 1만원 수준으로 현행 퀵서비스와 비슷하게 책정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허브앤스포크를 활용한 원더스의 기본 서비스인‘ 원더스 이코노미’의 확산이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본지를 통해 원더스의 소식이 알려진 뒤 많은 유통 대기업 담당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새롭게 시장에 등장한 이륜차 물류스타트업과의 제휴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 담당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원더스 역시 그들의 제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7월 SK플래닛, 삼성물산 대기업 담당자들이 연이어 기자를 찾아왔습니다. 두 기업 담당자는 모두 ‘라스트마일 물류스타트업’과 제휴를 희망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SK플래닛 같은 경우는 11번가의 반품을 빠르게 처리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고 있었습니다. 삼성물산은 그들의 쇼핑몰인 ssf샵의 고가 브랜드 상품에 대한 ‘프리미엄 당일배송’을 담당할 수 있는 업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SK플래닛과 삼성물산이 바라는 서비스와 원더스가 강조했던 부분과 일치했다는 사실입니다. 삼성물산이 바라던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는 원더스가 향후 제공하고자 하는 ‘원더스 익스큐티브’와 일치합니다. 이는 지입 형태의 공유기사를 활용하는 퀵서비스 업체의 경우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월급제 전속기사를 운영하는 원더스는 퀵라이더의 통제가 가능합니다. 쿠팡맨을 고용함으로 택배 서비스에 감성을 부여한 쿠팡의 사례처럼 말이죠.
SK플래닛 같은 경우는 반품과 함께 그들이 최근 론칭한 화물운송 플랫폼 ‘트럭킹’과 이륜차의 연계 배송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사륜과 이륜이 조합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원더스와 대기업의 제휴는 원더스가 목표수치를 달성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의사결정에 있어 보수적인 대기업의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레퍼런스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제휴에 앞서 원더스의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며, 그 기점은 11월 일 수천개의 물량이 터지고, 원더스가 그것을 원활하게 잘 처리했을 때에야 가능할 것이라 전망됩니다.
어찌됐든 원더스는 한 차례 ‘물량의 숙제’라는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지난달 7일에는 IT 소프트웨어업체인 브레인즈스퀘어로부터 투자 유치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원더스의 최대 숙제였던 물량과 자금의 문제가 해결된 만큼 향후 원더스가 예상한 것처럼만 진행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서비스의 안정화입니다. 신선한 아이디어단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여러 요건들이 뒷받침된다면, 원더스의 이름이 한 차례 더 업계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겠습니다.
원더스가 바라는 것처럼 기존 1시간 배송, 직배송 방식의 퀵서비스가 당연한 세상이 3시간 배송, 허브앤스포크 퀵서비스가 당연한 세상으로 재편될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 원더스의 실험은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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