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과는 다른 배달대행의 법칙
# 해장이 필요한 토요일, 짬뽕 한 그릇이 생각났다. 매일 주문하는 그 중국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역시나 매일 배달 오는 그 아저씨가 온다. 다음날 일요일, 주말은 역시 치맥이라는 생각에 치킨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지난번에 왔던 그 아저씨가 올 줄 알았는데, 젊은 총각이 치킨을 들고 방문했다. 누가 배달해주든 치킨은 치킨이니 맛있게 먹었다.
내가 주문한 치킨은 과연 누가 배달해줄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치킨집 사장님’, 혹은 ‘치킨집 직원(알바)’이 배달해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우리가 시키는 배달 주문은 항상 치킨집 직원을 통해서 배달되는 것이 아니다. 음식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배달대행업체’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배달대행은 음식점주가 직접 배달기사를 고용할 때 부담하는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와 관리부담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나타난 업태다. 배달대행업체는 건당 배달비(3000원 내외)를 과금하는 방식으로 음식점주에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여기서 배달대행업체는 배달기사가 가져가는 금액을 제한 일부를 수수료로 수취하거나, 음식점주에게 부가적으로 월회비(관리비) 10~20만원을 받는다. 국내 대표적인 업체로는 제트콜, 리드콜, 두바퀴콜 등이 있다. 특히 두바퀴콜은 지난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인수하여 ‘우아한청년들(배민라이더스)’ 설립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국내 배달대행 시장은 크게 ‘솔루션 업체(배달대행 본사)’, ‘배달대행업체(지점)’, ‘배달기사’, ‘음식점’으로 구성돼있다. 이는 국내 퀵서비스 생태계가 ‘솔루션 업체(플사)’, ‘퀵서비스 업체(퀵사)’, ‘퀵라이더’, ‘화주’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유사하다. 단, 퀵서비스는 비음식료품을 장거리 운행 중심으로 수행하는 반면, 배달대행은 음식료품을 1.5km 내외로 단거리 배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배달대행 시장에서 솔루션 업체는 각 지역의 배달대행업체에게 프로그램을 공급한다. 여기서 솔루션 업체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지역 업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는데 이렇게 합류한 업체가 ‘지사(지점)’가 된다. 지사는 솔루션 업체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해당 지역의 음식점 영업과 배달기사 관리를 담당하는 주체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지사들은 한 솔루션 업체의 프로그램만 쓰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본사라고 불리는 한 ‘솔루션 업체’의 소속이라 규정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때문에 앞서 음식점주가 배달대행업체(지사)에 지불하는 배달비 3000원은 모두 배달기사 손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건당 배달비의 일부는 솔루션 업체(본사)에 콜비 명목으로 들어가게 된다. 즉, 배달대행업체(지사)의 수익모델은 각각의 음식점으로부터 받는 월회비 10~20만원과 배달기사로부터 받는 일부 수수료의 합산이라 볼 수 있다. 본사는 배달기사의 주문 한 건당 부가되는 콜비와 직영점을 운영하며 얻는 부가적인 수익이 그 수익모델이라 할 수 있다.
바로고 역시 ‘배달대행 솔루션 업체’로 시작한 업체다. 바로고가 본격적으로 그 색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그들이 보유한 지사망을 활용하여 본격적인 B2B 영업에 들어가고부터다. 바로고의 새로운 영업 타겟은 작은 지역 음식점이 아닌 ‘대형 프렌차이즈 본사’였다. 동네 BBQ 치킨집 하나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이 기존 배달대행업체의 방식이었다면, 바로고는 그것을 프렌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직접 영업하여 한 번에 수백, 수천개의 음식점망을 동시 확보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바로고는 SPC 본사 영업을 통해 전국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배스킨라빈스 매장 1050개 중 750개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고가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며 B2C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SPC 해피포인트 앱에 바로고 API를 연동시키는 방식이다. 즉, 고객 입장에서는 실제 배달의 주체는 바로고임에 불구하고 ‘배스킨라빈스’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처럼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시점 바로고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나뚜르, KFC, 버거킹 등 B2B 기업제휴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KT, 디오르(Dior), 홈플러스 등 비음식료품 영역 배달까지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바로고에 따르면 바로고가 프랜차이즈 영업을 통해 확보한 월주문수는 지난 8월 기준 5만 4000건을 돌파했다. 여기에 기존 지사영업망을 활용한 월주문수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월 115만 건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조현석 바로고 전략기획본부장은 “바로고는 지난해 6월부터 사업방향을 B2B 프렌차이즈 영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며 “배달의민족의 지난해 말 월간순방문자수가 250만명인 것을 생각하면 바로고의 월 100만 주문은 B2C 플랫폼 없이 B2B 배달 서비스만으로 이룬 큰 성과”라 강조했다.
초기 바로고의 전략은 자체 프로그램을 배포하며 전국 배달대행 지역사업자를 바로고 지사로 영입하는 것이었다. 지역사업자의 배달기사와 영업망 통합을 통해 배달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은 것이다. 바로고는 공격적인 지역사업자 영입을 통해 2015년 초 기준 40만 건 이상의 주문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기존 배달대행 솔루션 업체의 영업 방식과 동일하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정도의 제휴였다. 실제 운영단의 영업망과 배달기사를 보유한 각 지사의 요금책정 및 운영 방식을 바로고가 건드릴 수 없었다. 바로고 입장에서 ‘수익성 문제’ 또한 큰 숙제로 다가왔다. 바로고는 초기 지사가 수행하는 주문건당 프로그램 사용 수수료(콜비) 100원을 받았다. 일부 주문을 많이 보유한 지사의 경우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100원의 수수료조차 안 받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실제 바로고가 받는 수수료는 주문당 평균 100원 이하였다는 설명이다.
바로고 입장에서는 더욱이 큰 문제는 배달대행업체의 이탈이었다. 바로고에 따르면 초기 바로고의 많은 지원을 받은 바로고 지사가 그들이 보유한 라이더와 영업망을 가지고 우르르 몰려나가 또 다른 업체를 차리는 현상이 왕왕 있었다고 한다. 바로고는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마케팅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바로고가 모집하기 시작한 것이 ‘공식 대리점’이다. 기존 지사들 역시 공식 대리점으로 순차 전환하고 있다는 게 바로고의 설명이다. 바로고는 이를 ‘프렌차이즈 비즈니스’라 칭한다. 바로고는 QC(Quality Control)와 CS(Customer Satisfaction)가 가능한 지사 중심으로 새롭게 조직을 프렌차이즈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바로고에 합류하는 공식 대리점의 마케팅 및 운영정책 역시 굉장히 까다롭게 설정했다. 바로고 공식 대리점이 되기 위해서는 역으로 업체가 가맹비 500만원과 물품지원비 100만원을 지급해야 된다는 것이 바로고의 설명이다.
공식 대리점은 바로고의 기준을 준수한다. 바로고의 브랜드 로고가 달린 간판을 사용하며, 랩핑된 차량, 배달용기를 사용한다. 요금제 역시 바로고 본사의 규정을 준수하도록 가이드 한다. (요금의 경우 지역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본사 요금에 대한 가이드만 주고 최종 시장가격은 지사장이 선택하도록 한다.) 바로고는 지난 9월 기준 10개의 공식대리점과 4개의 직영점(강남, 서초, 분당, 종로)을 확충함과 동시에 직영라이더 25명을 확보했다.
바로고가 브랜드 통합을 위해 적용한 또 다른 전략은 ‘단일가’다. 바로고는 그들이 직접 영업하는 B2B 프렌차이즈 주문 건에 한해서는 월 관리비 없는 건당 4500원(2km 이내 배송)의 요금을 책정한다. 수수료 역시 대폭 늘렸다. 바로고가 영업한 주문을 바로고 지사가 수행할 경우 바로고 본사는 그 10%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지사는 90%의 수익을 수행기사와 분배한다. 바로고 직영점의 경우 바로고 본사가 20%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80%를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통합 브랜드와 단일가는 바로고가 대형 프렌차이즈에 어필할 수 있는 무기가 됐다. 국내에 안정화된 단일 브랜드로 전국 배달이 가능한 업체는 바로고 이외에는 찾기 어려웠고, 그 부분이 프렌차이즈 업체와 제휴를 만드는 데 큰 무기가 됐다는 게 바로고 관계자의 설명이다.
승영욱 바로고 전략기획본부 부장은 “대기업 담당자 입장에서는 실적을 위해서라도 서울권만 배달할 수 있는 업체보다 전국을 배달할 수 있는 업체를 선호한다”며 “바로고 한 회사와 계약을 통해 전국 배달망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고, 송장 처리 등 아웃소싱 관련 이슈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었기에 바로고가 제휴 업체를 빠르게 확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세상에 공짜 물류는 없지만 한국은 강남, 한남동 같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소비자들의 배달요금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바로고는 통합 브랜드 구축을 통해 QC와 CS를 무기로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에게 돈을 받는 수익모델을 만든 것”이라 밝혔다.
바로고는 현재 170개 이상의 전국지사(직영점 4개, 공식대리점 10개 포함)와 8000명 이상의 배달기사를 확충했다. 그러나 바로고는 실상 직영점과 공식대리점을 제외한 지사를 모두 통합하지는 못했다. 이것은 바로고의 향후 숙제로 작용될 전망이다.
실제로 일부 바로고 지사에서는 바로고의 새로운 모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경우가 있었다. 바로고가 공격적인 B2B 프렌차이즈 업체 영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지역 배달대행업체의 인프라가 기반이 됐기에 가능했던 것인데, 오히려 바로고 이름으로 단가 정책을 만드는 등 모든 배달대행업체들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이유다.
바로고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한 배달대행업체 대표는 “바로고는 솔루션 제공업체임에 불구하고 지역 배달대행업체의 인프라를 자신의 것인냥 홍보하고 있다”며 “바로고말고도 솔루션 업체는 많고, 우리 또한 바로고뿐만 아니라 타업체 배달대행 프로그램도 함께 사용하는 상황에서 바로고가 그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불만”이라 전했다.
이에 바로고 관계자는 “전체적인 주문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지사 이탈 또한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이탈이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지사가 바로고의 B2B 영업 물량을 통해 실제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실제 바로고는 여전히 지사가 직접 영업한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 가격 정책인 콜당 100원 수수료를 받고 있다. 지사가 영업하는 음식점에 대한 가격 결정 역시 지사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것이 바로고의 설명이다. 결국 바로고는 지사가 그 지역에서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격 정책을 위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사가 지역에서 튼튼하게 버텨야 바로고가 영업하는 프렌차이즈 대물량 역시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사람은 바로고에게 있어 또 한 번의 숙제로 다가온다.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연합을 완벽하게 통합하는 것은 1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퀵서비스 프로그램 업체들 또한 쉽게 하지 못한 일이었다. 바로고 역시 여러 업체를 아우르는 중심에 위치한 이상 불만의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오기는 어렵다.
어찌됐든 바로고는 단시간 안에 지사망을 구축하여 많은 주문을 확충했다. 지사망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프렌차이즈 영업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껏 중심에 서 있던 업체들은 항상 ‘상생’과 ‘분열’의 경계에 놓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고가 앞으로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