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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Feb 16. 2017

‘포장영상’의 마법, CS를 부탁해

블랙컨슈머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

#1 온라인으로 한약을 판매하는 업체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한약은 한 봉이 아니라 수십봉 단위로 판매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한약이 택배 배송중에 매우 잘 터진다고 해요. 물론 수십봉이 다 터지는 것은 아닙니다. 1~2개가 터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고객으로부터 1~2개가 터진게 아니라 다 터졌다고 연락이 온다고 하더군요. 심한 경우에는 “택배기사가 중간에 몇 봉 빼먹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도 합니다. 이 경우 한약이 어디서 터졌는지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파손 상품에 대한 귀책은 결국 택배업체(택배기사)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 쇼핑몰 솔루션 업체를 운영하면서 커머스 회원사를 자주 방문했습니다.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쪽 CS 직원들은 항상 얼굴 표정이 안 좋아요. 어느 날은 무슨 일이 있었나 한 번 물어봤습니다. 고객 한 명이 두 시간째 전화를 안 끊고 욕설과 책임 추궁을 했다고 하더군요. 많은 고객들이 클레임을 제기할 때 이렇습니다. 자기가 잘못했든 안했든 먼저 험한 말부터 튀어나오는 것이지요.


이커머스 사업자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소호몰들에게는 ‘물건을 파는 것’부터가 고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브랜드를 구축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충성고객을 확보한 업체에 있어서는 오히려 물건을 팔고 난 이후의 고객 응대가 더 큰 숙제로 다가올 수 있다.


한 쇼핑몰에 고객의 ‘파손’ 클레임이 들어왔다고 가정해보자. 쇼핑몰 담당자는 분명히 문제없이 상품을 포장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파손된 상품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파손은 누구의 잘못일까. 포장 과정에서 발생한 쇼핑몰 담당자의 실수일 수 있다. 택배 집하, 혹은 검수, 배송 과정에서 파손된 것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고객의 실수로 파손된 상품을 재배송 요청하는 ‘블랙 컨슈머’의 농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쇼핑몰 입장에서는 그것이 택배업체의 잘못인지, 고객의 잘못인지, 심지어 쇼핑몰의 잘못인지 역시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이 때 파손 상품에 대한 귀책은 대부분 ‘을’에게 넘어간다. 대형쇼핑몰이라면 ‘택배업체’에게, 택배업체는 다시 해당 배송을 담당한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이다. 물량이 적은 소호몰은 택배업체에게 있어서도 을이 되기 때문에 그들이 모든 부담을 전가 받기도 한다. 만약 고객이 구매한 파손상품의 단가가 낮다면 쇼핑몰은 어느 정도 손실비용을 감수하고 서비스 차원에서 고객에게 재배송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이 구매한 것이 고가의 상품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쇼핑몰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들의 귀책이 아님을 증명하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는 상상 이상이다.

사진= CLO도 온라인으로 잡지를 팔고 있기 때문에 이따금 미배송, 파손과 관련된 고객 CS가 들어온다. 해당 파본(사진)은 고객 재배송 처리를 해주고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업체에 귀책 여부를 확인했지만, 확인해보겠다는 답변 이후 돌아온 답변은 아직까지 없었다.


한 쇼핑몰 담당자는 고가상품 파손으로 발생한 귀책을 피하고자 작업장에 설치된 CCTV를 활용하여 누가 해당 주문에 대한 작업을 했는지 찾아 증빙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한정된 기간의 영상만 기록되는 CCTV로 일일이 주문시간대를 찾아서 증빙영상을 그야말로 ‘발굴’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작업장과 먼 거리에 설치된 CCTV가 그 순간의 영상을 제대로 찍었다고 담보할 수도 없다.


또 다른 쇼핑몰 담당자는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반품, 교환 클레임에 대비하여 최종 포장 전에 상품사진을 ‘스냅샷’으로 찍어뒀다고 한다. 그러나 상품 하나하나 일일이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번거로운 일이며, 디지털카메라 혹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 고객 주문 하나하나와 일일이 연동되는 것도 아니다.


영상을 촬영하면 어떨까


앞서 언급한 CS와 관련된 여러 비화는 한 쇼핑몰 솔루션업체가 고객사인 쇼핑몰을 통해 직접 들었던 이야기다. 업체의 이름은 ‘인베트(서비스명= 헬프셀러)’. 2006년부터 쇼핑몰들을 대상으로 쇼핑몰 구축 및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다. 이 업체의 고민은 명백했다. 쇼핑몰 솔루션 업체로는 성장의 한계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된 비즈니스인 ‘쇼핑몰 솔루션’ 업계는 많은 경쟁업체들이 난립해 있었다. 게다가 고객사의 CS 응대와 유지보수가 잦고 여러 소프트웨어와 연동해 사용하는 쇼핑몰 솔루션 특성상 수익률도 굉장히 낮은 상황이었다. 인베트는 이 단계에서 그들의 고객사가 되는 커머스 기업에게 솔루션 구축 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베트는 2011년 신규사업 ‘리얼패킹’을 론칭한다. 리얼패킹이 바라본 커머스 업계의 문제는 CS에 있었다. 김종철 인베트 대표가 여러 쇼핑몰 대표들을 통해 CS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직접 듣고 내린 결론이었다. 인베트가 생각한 해결책은 단순했다. 포장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혹여 발생할 수 있는 고객 클레임의 ‘증빙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애초에 구매자나 판매자나 무엇을 포장했고, 무엇을 구매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 싸울 일 자체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증빙 자료는 애초에 악의를 가지고 클레임을 넣는 ‘블랙 컨슈머’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사진= 리얼패킹 고객사중 하나인 ‘맘스다이어리’의 고객이 열람할 수 있는 포장영상


김종철 리얼패킹 대표는 “처음 리얼패킹을 론칭한 것은 악의를 가진 블랙 컨슈머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도 있었지만 사실 ‘화이트 셀러’를 소개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었다”며 “대표적으로 조립PC 쇼핑몰 같은 경우 고객이 조립PC에 들어간 부품의 신품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을 악용하여 중고품으로 조립하여 보내는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리얼패킹 영상을 통해 셀러가 정품을 사용했다는 것을 고객에게 증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서비스에 녹아든 기술


리얼패킹의 서비스는 단순하다. 쇼핑몰 포장 작업자들에게 검수가 끝난 ‘송장’과 ‘상품’이 담긴 포장박스가 전달되면 그것부터 시작이다. 작업자는 먼저 송장을 리얼패킹이 개발한 패드 위에 올려놓는다. 자동으로 송장 바코드가 스캔되고 촬영은 시작된다. 이후 작업자는 박스에 상품을 넣고 포장을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작업자가 송장을 붙이기 위해 패드에 올려진 송장을 집는 순간 촬영은 종료된다.

포장 작업자가 리얼패킹을 사용하는 모습. 바코드리더기 하단에 놓인 ‘송장’이 눈에 띈다.(사진= 리얼패킹 제공)


리얼패킹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값은 ‘송장번호’다. 각 상품마다 다른 송장번호가 부여되는 것에 착안하여 송장 하나당 영상 하나씩 만들어 리얼패킹 고객사(쇼핑몰)의 고객들에게 문자로 전송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리얼패킹이 전송하는 문자에는 각 택배사들의 배송트래킹 서비스가 연동돼 있어, 문자를 받아보는 고객은 상품포장 영상과 함께 택배배송정보를 함께 조회할 수 있다.

사진= 리얼패킹 고객사는 소프트웨어 관리자 페이지를 통해 ‘배송상태 정보공유’를 자유롭게 취사선택할 수 있다.


단순해 보이는 리얼패킹 서비스에는 7개의 관련 기술 특허(등록 2건, 특허출원 5건)가 녹아있다. 리얼패킹 서비스의 기본로직은 물론 포장영상을 찍어 고객에게 전송하는 것, 패드, 웨어러블 장비와 같은 부가적인 하드웨어 기기 등이 모두 특허로 등록돼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초기 쇼핑몰의 리얼패킹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하드웨어 같은 경우 기술 개발에 집중하여 시중제품에 비해 도입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는 게 리얼패킹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노드가 걸리지 않고 빠르게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 리얼패킹의 핵심”이라며 “그간 리얼패킹은 얼핏 단순해 보이는 이 프로세스를 원활히 만들기 위해서 수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수십개가 넘는 허들을 넘었고, 이렇게 구축한 기술 자체가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 밝혔다.


포장영상으로 끝나는게 아니라고!


리얼패킹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토키오, 맘스다이어리, 제이에스티나 등 귀금속, 패션, 식품, 명품을 취급하는 50여개의 쇼핑몰들이 리얼패킹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리얼패킹이 고객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리얼패킹 고객사는 리얼패킹 도입으로 인해 평균적으로 1분만에 클레임을 처리하고 99%의 악의적인 고객 클레임을 예방했다고 한다. 특히 포장영상 문자의 도달률(열람률)은 85%에 달하며, 이에 따라 평균 30%의 모바일 자사몰 유입 성과를 냈다고 한다.


특히 재밌는 것은 리얼패킹을 ‘클레임 예방’ 외의 마케팅 용도로 사용하는 고객사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리얼패킹을 사용하고 있는 한 중고서적 대여업체는 반납된 중고서적 입고시 리얼패킹을 통해 책의 전반적인 상태를 촬영하고 고객이 열람할 수 있는 제품 페이지에 영상을 업데이트한다. 추후 또 다른 고객이 책을 빌려가고자 할 때 영상을 통해 빌려갈 책의 상태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김 대표는 “대여 이전과 이후의 상품 상태가 달라지는 렌탈 서비스에서 리얼패킹 활용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리얼패킹 안에 있는 반품촬영 기능을 통해 상품 대여기간이 끝나고 회수된 상품을 촬영하여 이전에 비해 제품 손상이 큰 경우 사측 귀책이 아님을 증명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달률 85%가 만드는 영상 마케팅


리얼패킹의 수익모델은 크게 ‘소프트웨어 사용료’, ‘SMS 전송’, ‘2차 마케팅(현시점에서는 영상광고)’으로 나뉜다. 소프트웨어 월정액은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위한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리얼패킹은 향후 리얼패킹의 성장과 부가가치를 결정할 사업으로 ‘2차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 광고가 들어가지 않은 영상문자 메시지(좌측)과 광고가 들어간 영상문자 메시지(우측).리얼패킹 고객사는 직접등록위젯을 통해 광고 정보를 포장영상 문자에 추가할 수 있다.


실제 리얼패킹 고객사는 리얼패킹 포장영상 문자에 상품 리뷰, 쿠폰, 이벤트 정보와 같은 기능을 자유롭게 무료로 추가하여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포장영상의 인트로에 별도의 광고를 설치하는 것(유료, 영상 조회수당 50원) 또한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은 리얼패킹 포장영상 문자 고객 도달률이 85%에 달한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특히 리얼패킹의 문자 서비스는 ‘광고’가 아닌 포장 및 배송정보 전달로 취급되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에 광고를 알리는 문구를 넣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고객 역시 문자를 광고가 아닌 서비스 측면에서 받고 있으며 그 반응도 긍정적이다. 리얼패킹에 따르면 리얼패킹 영상 리뷰의 95%는 긍정적인 내용이다.

사진= 리얼패킹의 고객사중 하나인 남성의류 쇼핑몰 ‘토키오’의 한 고객이 포장영상을 보고 남긴 리뷰. 리얼패킹 고객사는 고객에게 전송되는 문자에 포장영상 노출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리얼패킹은 지난 11월 말 2차 마케팅을 지원하는 포장영상 문자의 ‘소셜 공유’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소셜 공유로 인해 리얼패킹 고객사의 마케팅 유인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얼패킹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소셜공유는 총 3000건 이상 일어났다. 실제 상품을 주문한 사람 외에는 영상을 열람하지 못하는 리얼패킹 영상 특성상 100% 자발적 공유로 일어난 성과라는 게 리얼패킹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처음 포장영상이 신기해서라도 열람했던 고객들이 시간이 지나면 이탈할 것이라고도 생각했는데 실제 포장영상 도달률은 떨어지지 않았다”며 “높은 도달률이 유지되기 때문에 고객사의 2차 마케팅이 가능해지는 것이고, 리얼패킹 역시 향후 이 부분을 집중 연구하여 더 좋은 마케팅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 말했다.


쇼핑몰 솔루션의 변신, 앞으로를 바라보며


인베트는 여전히 기존 쇼핑몰 솔루션 업체인 ‘헬프셀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인베트는 현시점에서 기업 역량의 90% 이상을 리얼패킹에 쏟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수익 비중도 리얼패킹이 헬프셀러를 넘어섰다는 게 인베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기술개발과 고객 인식 전환 등 리얼패킹 서비스 모델 검증에 집중했었고, 현시점 자체적으로 비즈니스 검증은 끝났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2017년에는 본격적인 투자유치와 마케팅으로 고객사 유입 및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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