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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Apr 06. 2017

우버가 화분 배달을 한다고?

식목일 특선 다육이 배달

막걸리가 생각나는 비 내리는 식목일 오전. 한 배달업계 관계자와 통화하던 중. 


“엄 기자님 우버이츠 요즘 상황 어떤지 아세요?” 


“2주 전에 한창 지사장 후보 면접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뒤로 따로 확인은 안했어요. 아, 어제 보도자료 보니까 오늘 우버가 재밌는 거 하나 하더라고요. ‘우버플랜트’던가? 식목일에 화분을 배달해준다던데요?” 


“그거 참 재밌네요. 나중에라도 들리는 내용 있으면 또 전해주세요~” 


생각도 않던 내용이 통화를 하다보니 문득 떠올랐다. 4월 4일 우버코리아는 식목일을 맞아 그린카와 제휴해서 ‘강남’과 ‘광화문’ 일대에 화분을 배달해준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화분이라…. 사실 우버는 우버앱을 통해 ‘우버아이스크림(아이스크림 배달)’, ‘우버러브(꽃배달)’, ‘우버아이스버킷(우리는 기억한다. 한 때 SNS를 달군 아이스버킷 퍼레이드를)’ 등 다양한 이벤트성 배달 서비스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제공했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글로벌 이력과는 별개로 기자의 기억에 우버코리아는 ‘슬픔’으로만 간직돼있었다. 논란 끝에 사라진 ‘우버엑스(일반인 택시)’, 마찬가지로 논란을 남겼지만 어찌어찌 부활한 ‘우버블랙(고급 택시)’, 불러도 잘 오지 않는 ‘우버택시(그냥 서울택시)’, 최근에는 음식배달 서비스 ‘우버잇츠’ 론칭을 준비하며 활로를 찾고 있는 기업….

현재 한국에서는 우버앱을 통해 '우버블랙', '우버택시', '우버어시스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 우버코리아가 무려 화분을 배달해 준다니. 그것도 공짜로. 한국에서는 지난해 한시적으로 진행했던 ‘우버아이스크림’에 이어 두 번째 이벤트 배달이다. 우버코리아는 화분을 배달해주는 이벤트는 한국에선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주문을 안 해볼 수가 없다. 시간은 오후 1시 48분, CLO 낙성대 사무실에서 정말 간만에 우버앱을 켰다. 화면 하단에 ‘uberPLANT’라고 적힌 초록창이 보였다. 가열차게 눌렀다. 


설레는 마음으로 화면에 화분의 모습이 보이길 기다렸지만, 앱은 공허한 ‘차량 서비스 찾기’ 메시지만 보여준 채 약 2분 동안 멈춰버렸다. 기다림 끝에 나온 메시지는 ‘이용 가능한 차량 없음’이었다.

낙성대는 강남이 아니기에 우버플랜트 주문을 할 수 없었다.

그래, 어제 보도자료에 우버플랜트 이용 가능 지역은 ‘광화문 및 강남 일대’라고 명기했다. 기자의 사무실이 있는 낙성대(관악구 봉천동)는 강 남쪽이긴 하지만 강남은 아니다. 이해가 되는 수순이다.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 우버코리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내주신 보도자료 관련해서요~ 우버플랜트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낙성대에선 배차가 안 되네요. 언급해주신 강남 및 광화문 일대가 정확히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강남구와 종로구라 볼 수 있는 것인가요?” 


“네 맞습니다. 지금 확인해 봤는데 주문 폭주로 인해 광화문 지역에서도 배차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응?)’ 


어제 홍보 보도자료를 뿌렸는데, 배달 가능 지역이라 명기한 광화문조차도 배달이 안 되고 있다면 그야말로 대참사 아닌가.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비오는 광화문


결국 비가 쏟아지는 식목일, 광화문에 왔다. 그것도 바로 문 앞에. 광화문 일대라고 했는데, 여기서 배달주문이 안되면 진짜 안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 5분. 다시 한 번 가열차게 우버플랜트를 눌렀다.


‘10초, 30초, 된다!’ 


얼마 안 있어 명량한 목소리의 한 여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우버 기사라고 한다. 정확한 위치가 어디냐고 묻기에 광화문 앞이라 답했다. 기사는 광화문 앞 정확한 건물 위치를 알려달라고 되물었다. 기자는 말했다. “진짜 광화문 바로 아래에 있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는 약간의 놀라움이 묻어있는 듯했다.

을지로에서 맴돌고 있는 우버차량


시간은 또 흘렀다. 20분, 30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광화문 아래에서 나 홀로 화분을 기다리는 신세는 꽤나 처량했다. 게다가 휴대전화 내비게이션에 나타난 우버차량은 이상하게 종각에서 역주행하여 을지로 방향을 맴돌고 있었다. 도대체 왜일까. 이번엔 기자가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을지로 쪽에서 계속 돌고 계시는 것 같은데, 혹시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먼저 온 주문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느라고 조금 늦었네요. 이제 그 쪽으로 갑니다! 한 15분 정도 걸려요” 


그렇게 다시 시간은 흘렀다. 그린카의 전기차를 타고 온 두 명의 우버코리아 직원들이 반갑게 기자를 맞이했다. 드디어 화분을 받았다. 귀여운 다육이다! 기자가 받은 화분은 그들이 그날 전달하는 마지막 화분이며, 마지막인 만큼 하나밖에 없던 특별한 화분을 준비했다 한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귀여운 다육이. 이날 우버코리아는 화분뿐만 아니라 우버블랙 할인 이용권과, 그린카 전기차 3시간 무료 이용권을 함께 전달해줬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우버코리아는 10대의 그린카 ‘전기차’를 활용하여 총 160개(차량 1대당 16개씩)의 화분을 광화문, 강남 지역에 배달했다. 이외에도 우버블랙 기사에게 화분을 10개씩 배분하여 이날 탑승한 승객에게 화분을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우버코리아 직원들은 사진 촬영을 요구했다. 그들은 멋쩍게 화분을 들고 있는 기자에게 얼굴은 안 나오니 걱정 말라고 이야기했다. 언젠가 우버 홍보채널에 기자의 하반신이 올라가리라. 기자 또한 우버 직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포스팅하고 싶은데, 전기차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직원들은 흔쾌히 수락했다.

우버가 배달용으로 활용한 그린카의 전기차

광화문 근방 어느 골목, 우리는 전기차를 기다리며 짧은 담소를 나눴다. 한 직원이 기자에게 우버를 타봤냐고 묻길래 “우버택시는 잘 안 잡혀서 카카오택시를 탄다”고 답했다. 그 직원은 웃으면서 “카카오가 잘 잡히긴 하죠…”라고 답했다. 


식목일 오후 3시 50분. 쏟아지는 빗속에서 다육이는 촉촉한 물방울을 머금었고, 하나의 우산으로 가릴 수 없었던 우리들의 짧은 만남도 기억 속에 멍울졌다. 


최근 우버잇츠 글로벌앱이 한국 앱스토어에 열렸다. 서비스 지역에는 ‘서울’이 추가됐다. 앞으로 우버코리아는 본격적인 물류의 영역에서 활동할 것이리라. 그리고 이들과의 만남도 오늘로 끝은 아닐 것이리라.

한국에서 다운받을 수 있게 공개된 우버잇츠 글로벌앱은 우버잇츠의 한국 출시임박을 알리고 있으며, 우버잇츠 글로벌 배송지역에는 '서울(Seoul)'이 추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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