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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Apr 13. 2017

첫 번째 책을 출간하기까지

모두 고맙습니다

제 인생 첫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15년 초부터 취재하기 시작한 스타트업들의 사례집입니다. 물류업종의, 혹은 물류를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업체들의 이야기입니다.


현재 단행본은 1쇄 1000부가 매진됐으며, 2쇄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늘 확인해보니 교보문고 물류/SCM 분야 서적 베스트셀러 1위, 네이버 선정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더군요.


이는 이 책을 만드는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김철민 편집장, 밤낮없이 취재를 통해 수년간 새로운 이야기를 함께 전해온 이 책의 공동저자인 김정현 기자와 임예리 기자, 입사 첫 주차부터 밤낮, 주말을 가리지 않고 교정·교열에 큰 도움을 준 양석훈 기자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이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47개의 기업 관계자들과 취재에 도움을 준 그보다 더 많은 업계 관계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를 믿어준 독자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두에게 너무나 큰 고마움을 전하며,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짤막하게나마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매체인 CLO는 공급사슬물류 전문매체입니다. 물류 관점에서 세상 전체를 바라보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죠. 쉽게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는 ‘공급사슬’을 잠시 떼어 놓고 말하자면 물류전문매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업계 네트워크도 당연히 물류기업 및 제조·유통기업(물류담당)에 치중되어 있었죠. 스타트업이라면... 네, 사실 잘 몰랐습니다.


그 와중 15년 2월 "스타트업을 취재하라"는 편집장의 미션이 떨어졌고, 어쨌든 임무가 할당됐으니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공문, 취재요청을 업체 하나하나에 대표메일 혹은 전화로 보내면서 “CLO가 뭐하는데냐?”, “우린 물류 잘 모르는데...”와 같은 이야기도 수두룩하게 들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CLO는 물류라는 테두리 안에서 활동했었고, 업계 밖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는 상당히 부족했으니까요. 저희가 접근한 스타트업들은 ‘물류’라는 관점에서 연결점을 찾을 수 있었지만, 사실 물류를 업으로 하는 업체들은 절대 아니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CLO 단행본 안에 매달 ‘물류스타트업 백서’라는 이름의 연재를 통해 지금까지 50개 이상의 국내외 스타트업들을 소개했습니다. 단순히 만나본 관계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100개 이상 늘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물류스타트업이 그리 많은가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세상이 변한 것일까요? 어찌됐든 국가 물류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가 2017년 1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 40개사에 불과하던 물류스타트업이 2016년 말 기준 2배로 늘었고, 투자규모 또한 1086억 원으로 전체의 10.9%에 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으니, 확실히 그 숫자가 늘긴 늘은 것 같습니다.     


사실 국토부의 이번 발표는 ‘물류스타트업’이 늘었다기보다는 ‘물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국토부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속해있는 업체들을 보면 물류업체보다는 비물류업체의 숫자가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기존 물류를 재해석해서 물류산업에 진입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누군가에겐 괴짜로 불리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곧 망할 기업이라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들이 만드는 괴짜 물류가 세상의 중심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누가 아마존, 구글, 우버와 같은 기업이 물류를 한다고 생각했겠습니까. 국내만 보더라도 쿠팡, 배달의민족, 카카오와 같은 기업이 누가 물류를 한다고 해석했겠습니까. 그런데 과거 괴짜로 해석됐던 그들의 행보는 이제 당연한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물류정책 또한 괴짜 물류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2016년 8월 30일 국토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속칭 쿠팡법)’이 대표적입니다. 동발표는 지금까지 제도에 눌려 확장하지 못했던 쿠팡을 포함한 온라인유통, O2O업체의 화물차 증차를 허용하는 것을 그 맥락으로 합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과거, 수출입 물류와 하드웨어 인프라 기반으로 운영되던 물류 서비스가 이제 생활 물류, 온디맨드(on-demand)를 넘어 신유통인 라스트 마일 등 다양한 유무형 산업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주장한 것의 연장이지요.     


이 책을 출간한 CLO도 누군가에겐 괴짜였던 것 같습니다. 과거부터 물류 아닌 물류가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줄기차게 해왔으니까요. CLO 김철민 편집장이 “아마존과 구글이 물류를 한다”고 주장하여 뭇매를 맞던 그 시절부터, 저희는 세상에 없던 물류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저희를 포함한 저희가 지금껏 만나왔던 많은 물류 괴짜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물류스타트업이라, 누군가에게는 그게 뭔 물류스타트업이냐고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이지요.    

 

용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CLO가 지금껏 그래왔듯. 물류든. 유통이든. 제조든. 그 어떤 경계도 의미 없는 세상이 지금 우리 앞에 펼쳐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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