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없는 자유는 방종이다
회사가 지난주부터 완전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사실 노트북만 피면 그 자리가 오피스가 되는 직업 특성상 원래 딱히 출퇴근 장소의 의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제도화가 되니 편해진 것은 참 많다.
먼저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지옥철을 더 이상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제 아침저녁 출퇴근에 소요되는 약 3시간 이상을 온전히 내 시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더욱 자유로운 업무시간 분배도 가능해졌다. 실상 내 경험을 봤을 때, 일이 안되는 날은 몇 시간을 노트북을 붙들고 있어도 한 문단조차 쓰여지지 않는다. 반면 잘 되는 날은 A4 4장 분량의 텍스트가 불과 3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뽑아져 나오기도 한다. 이제 일이 안될 때는 그냥 쉬고, 영감이 찾아올 때에는 그게 주말이든 새벽이든 열심히 키보드를 휘갈기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음주 다음날 평화가 찾아왔다. 원체 술자리를 좋아하는 지라 사적이든 업무적이든 참 술을 자주 마신다. 그런데 이게 마실 때는 참 좋은데 다음날 오전은 그야말로 반시체가 되더라. 하지만 이젠 그냥 오전은 푹 쉬고 맑은 머리로 남은 시간에 할 일을 더하면 그만이다.
그래서인지 난 이 제도가 참 좋다. 그런데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니저와 팀원간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지금까지 모든 관료제 형태의 조직이 그래왔듯 '통제'라는 결과를 잉태한다.
자율출퇴근제의 강점은 불필요한 관리감독을 배제함으로 얻는 매니저와 팀원 상호간 업무 효율 증대다.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절대적 전제는 자유에 대한 책임이다.
지켜지지 않는 책임은 신뢰를 무너뜨리며, 책임 없는 자유는 방종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