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엄마들 힘내세요

우리 아이와의 애착관계, 정말 괜찮을까요?

by 김수철


요즘 병원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맞벌이 워킹맘이 참 많습니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일도 포기할 수 없는 그 마음.

그 두 세계 사이에서 매일 줄타기를 하듯 살아가는 엄마들입니다.


진료실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낍니다.

이건 단순한 ‘육아 고민’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의 딜레마’에 가깝다는 것을요.



어느 엄마의 이야기


한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시 직장에 복귀했지요.

출장이 잦은 직업이라 아이는 자연스레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순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금쪽이로 변했습니다.

밤늦게까지 나돌고, 반항하고, 할머니께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엄마에게는 찍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엄마, 일 안 나가면 안 돼요?”


그 한마디에 울지 않은 워킹맘이 있을까요.

아이의 말은 단순한 떼가 아니라,

‘엄마, 나 무서워요. 당신이 없어질까 봐 두려워요.’

라는 절박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일과 가정 사이의 진퇴양난


하지만 엄마는 알고 있습니다.

일을 그만두면, 당장 생계가 흔들리고

나 자신의 미래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많은 워킹맘이 이 진퇴양난 속에서 괴로워합니다.

아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자신을 위해 아이의 눈물을 모른 척할 수도 없는 그 상황.


정신의학적으로 보자면,

이건 ‘양가감정(ambivalence)’의 극단적인 형태입니다.

두 가지 모두 옳은 선택이지만, 동시에 모두 죄책감을 부르는 선택이죠.



정신과의사로서, 한 사람으로서의 생각


정신과 의사들도 이 문제에 대해 같은 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경험, 감정, 상처, 방어기제가 모두 투사되어 있거든요.


저는 강의 때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최고의 훈육은 부모가 잘 사는 것이다.”


부모가 흔들리면, 아이는 불안해집니다.

부모는 집안의 ‘선장’ 같은 존재입니다.

아이의 말에 휘둘리는 건, 술에 취한 손님에게 배의 키를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엄마가 잃은 효능감은 결국 아이에게 향한다


아이가 “일하지 말라”라고 할 때, 그 말대로 멈추면

엄마는 일터에서의 성취감, 경제적 자립,

그리고 스스로의 효능감을 잃게 됩니다.


그 상실감은 어디로 향할까요?

대부분 아이에게로 갑니다.

그 공허함을 ‘아이의 성공’으로 메우려 하고,

결국 기대가 좌절되면 분노로 변하죠.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저 ‘정신적 독립’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짜 독립이란?


정신적 독립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하고,

부모는 자녀에게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금쪽이’가 생기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싸우며,

심지어 학교에 부모가 찾아오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분노하는 이유도 결국 같습니다.

아들을 ‘놓아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들을 보낸다는 건 자신의 삶을 잃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아이를 믿는다는 것


일을 나가면 아이가 비뚤어질까 불안한 마음,

너무나 잘 압니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지금까지 사랑과 원칙을 담아 키워왔다면

잠시 흔들릴 수는 있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의 관계를 돌아볼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정신과 의사도 맥가이버는 아니다”


병원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어머님이 많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지만 아이의 마음이 비뚤어진 방향으로

10년 넘게 흘러왔다면,

그걸 단 한 번의 상담, 한 알의 약으로 바꾸긴 어렵습니다.


아이의 현재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의 양육의 결과물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바로잡아가면 됩니다.



조금은 힘을 빼고, 나를 그리고 아이를 믿으세요


요즘 부모 세대는 인류 역사상

아이에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세대라고 합니다.

그만큼 지치고, 불안하고, 완벽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아이를 위한 최선은

부모가 자신의 삶을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일도, 사랑도, 휴식도

‘나를 위한 선택’이 곧 ‘아이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결국,

부모가 살아가는 방식을 보고 배우니까요.



마무리하며


워킹맘이라는 이름에는

늘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랑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오늘도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일터로 향하는 모든 엄마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일하는 그 모습 자체가, 이미 아이에게 가장 큰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