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트레이너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들었다.
“왜 이렇게 여자들은 떡볶이를 좋아할까요?”
생각해 보니 그렇다.
마라탕, 떡볶이, 닭발, 곱창.
유난히 여자들 줄이 길다.
반대로 남자들은 제육볶음, 돈까스, 국밥 같은 메뉴에 환장한다.
이게 정말 취향의 문제일까?
아니면 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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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남자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방향으로 세팅되어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영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보면,
남아는 움직이는 기계적 자극에 조금 더 오래 주목하고,
여아는 얼굴과 같은 사회적 자극에 조금 더 오래 시선을 둔다는 결과들이 있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수컷은 바퀴 달린 장난감을, 암컷은 봉제 인형을 더 오래 다뤘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들은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남녀가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차이는 ‘평균적으로 아주 작다’는 것이다.
개인차는 훨씬 크다.
공룡을 사랑하는 여자아이도 많고, 인형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도 얼마든지 있다.
생물학은 방향을 조금 기울일 뿐, 운명을 정해버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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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학창 시절 풍경이 떠오른다.
여고 앞에는 항상 분식집이 많았다.
큰 냄비 하나를 가운데 두고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곳.
시험이 끝난 날 필수 방문 코스, 연애 이야기를 하던 곳, 친구와 화해하던 공간.
반면 남고 앞을 떠올려보면
PC방, 오락실, 당구장이 먼저 생각난다.
밥은 빨리 먹고, 바로 뭔가를 하러 달려간다.
여학생 집단이
‘대화를 통한 결속’을 더 많이 경험해 왔다면,
한 냄비를 공유하며 오래 머무는 공간이 더 매력적이었을 수도 있다.
남학생 집단이
‘활동을 통한 결속’을 더 많이 경험해 왔다면,
빠른 식사 구조가 그 패턴과 맞물렸을 가능성은 있다.
이것은 유전이 전부라기보다,
작은 성향 차이와 강력한 사회화가 결합된 결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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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선택하는 동시에, 선택당한다.
여고 앞에는 이미 오래된 분식집이 있고,
언니들이 거기서 떡볶이를 먹고 있고,
친구들도 다 같이 그곳에 간다.
그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는
그 패턴을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우리끼리는 여기 가는 거야.”
선호는 자유로운 취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반복된 노출과 모방의 결과일 때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취향은
나중에 “나는 원래 떡볶이를 좋아해”라는 말로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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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둘 다 조금씩일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작은 경향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실제로 크게 만드는 건
사회적 환경이다.
남고 앞에 PC방이 많았던 것도,
여고 앞에 즉석떡볶이집이 많았던 것도,
어느 날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결과라기보다는
아이들의 행동 패턴을 반영한 시장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아이들을 교육했다.
이렇게 선호는 순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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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건
유전자 때문일까.
아니면
그 시절, 그 공간에서
함께 웃고 이야기하던 경험 때문일까.
어쩌면 우리는
음식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음식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떡볶이 냄비는 단순한 탄수화물이 아니라
관계가 끓던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도
그 매운맛에 끌리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