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를 통해 생각해 본 진리

by 김수철


와이프의 출산으로 산후조리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남편들을 위해 준비된 만화책들 중에 “강철의 연금술사”가 있었다.


인생 명작이라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그동안 손이 가지 않았던 작품이다.

내용을 조금 보다 보니 이 만화가 다루고 있는 질문이 꽤 흥미로웠다.


“진리란 무엇인가?”


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진리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대략 이런 모습이다.


• 보편타당성 : 언제나,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적용된다.

• 일원성 :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 모호함 : 분명히 존재하지만, 말이나 글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 역설성 : 진리를 집착적으로 좇을수록 멀어지고, 욕망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가까워진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쓸데없이 심오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나에게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모호함”이라는 속성이었다.



알 듯 말 듯한 상태


나는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늘 비슷한 감정을 느껴왔다.


뭔가 조금은 이해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상태.


분명 이전보다 시야가 넓어진 느낌은 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정말 알고 있는 게 맞나?”


가끔은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가도,

전체를 설명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힌다.


어딘가 알 듯 말 듯한 상태.

분명 발전은 있는데, 그렇다고 확신은 없는 상태.


나는 오랫동안 이 느낌이 꽤 불편했다.


지식이란 결국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강철의 연금술사’ 속 이야기를 보며

문득 하나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진리는 점묘법으로 그리는 그림 같다


내가 떠올린 메타포는 이것이었다.


“진리는 점묘법으로 그리는 그림과 같다.”


우리는 모두 어떤 그림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캔버스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각자의 삶과 경험을 통해

작은 점들을 하나씩 찍어 나간다.


어떤 점은 파란색이고

어떤 점은 붉은색이다.


어떤 점은 크고

어떤 점은 아주 작다.


문제는

이 캔버스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고민한다.


“이게 대체 뭐지?”


마치 눈을 가리고 코끼리를 만지는 일화처럼

누군가는 코를 만지고 호스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다리를 만지며 기둥이라고 말한다.

같은 것을 만지고 있지만 각자 다른 답을 말한다.


우리는 전체 그림의 아주 작은 일부만 어렴풋이 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중요한 것은 완성된 그림이 무엇일지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점을 찍어 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정신과 상담에서 느끼는 것


이 생각은 자연스럽게

내가 하는 일과도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적 상담을 떠올릴 때

이렇게 생각한다.


“상담을 하면 인생의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깨달음이 나타나고

그 순간 모든 문제가 풀릴 것 같은 기대.


하지만 실제 상담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상담은 보통 정답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이해를 조금씩 넓혀가는 과정에 가깝다.


환자는 스스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정신과 의사는 환자가 그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게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가족, 배우자, 자녀,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이런 것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극적인 답이 짠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점들이 천천히 쌓여가며 그림의 윤곽이 조금씩 보이는 것에 가깝다.


어쩌면 상담이란


의사와 환자가 함께 점을 찍어가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진리를 향한 욕망


물론 우리는 누구나 알고 싶어 한다.

이 그림이 무엇인지.

가능한 한 빨리 인생의 정답을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평생을 바쳐 그 그림을 맞추려 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점들이 조금씩 모여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바라보는 시간이

더 의미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선명하지는 않지만

어렴풋하게 보이는 그 그림을 보며


“아, 이런 모습이구나.”


하고 미소 짓는 순간.


어쩌면 진리는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을 함께 바라보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