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는 의외로 노후대책 수단으로 괜찮다
직장인들과 중소 상공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뭐니 뭐니 해도 노후대책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대책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자산의 안정성을 꼽는다. 맞는 이야기다. 경제활동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노년기에 맞는 경제적 리스크는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위험자산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주식은 노후 대책의 수단으로써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우리가 쓰는 “위험”이라는 단어의 어원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투자용어로 통용하고 있는 “위험”이란 단어는 “risk”라는 영단어를 번역해서 쓰는 것인데, 한국 투자환경에서 이 “위험”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risk” 보다 “danger”로 쓰이는 것 같다. 두 단어는 모두 “위험”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영미권, 특히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danger”쪽이 그 심각도가 더한, 경고에 가까운 의미로 쓰인다. 이러한 어감 때문에 대한민국의 일반인들이 주식투자에 대해서 체감하는 위험도가 북미권 국가보다 높은 경향도 있고, 이런 경향이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기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의 통계에 의하면 2015년 말 미국인들은 가계자산의 52.4%를 소위 말하는 위험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인들은 그 비율이 17% 정도에 그쳤다.
그렇다면 우리는 위험자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위험자산은 마치 우리에게 큰 손실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하기 보다도 다른 자산보다 “변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변동성이 크면 손실을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 고수익을 올릴 가능성도 높고, 결과적으로 역사적 통계치는 주식투자는 장기투자 시에는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2000년대 초, 주식 투자의 교과서로 불리는 그의 저서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 (Stocks for the Long-Run)” 를 통해 주식투자가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보다 장기투자 시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통계를 보여주었다. (추후에 다른 글을 통해 제레미 시겔 교수의 저서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다. 시겔 교수는 저서를 통해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투자환경에서 주식투자의 기본과 정석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면 주식투자자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겠다. )
심지어는 대공황 당시도 수익을 낸 유일한 투자수단도 주식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이 가장 확실한 수익률을 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장기투자에 있다. 꾸준히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이며 장기 보유하는 것이 그 수익률의 비결이다. 물론 이런 통계가 미국 데이터에 기초한 것이고 한국 투자 실정에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레미 시겔 교수가 미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처럼 한국 주식시장의 장기 수익률 그리고 다른 자산들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성장도 꾸준했다고 볼 수 있다.
굳이 그래프를 보지 않아도 현재의 코스피 종합주가지수 (12월 22일 현재 2,440)를 한국 주식시장이 처음 개장했을 때의 지수 100과 비교하면 어림잡아 37년에 2,440%의 수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 수익률로 계산하면 매년 약 9%의 수익률이 된다. 어떤 좋은 주식을 골라서 9%의 수익을 얻었다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의 성장이 연평균 9%였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투자자산별 누적수익률은 어떨까?
그래프는 1982년 말에 주식, 채권, 예금, 부동산, 원유, 금에 대해서 각각 100만 원을 투자했을 때 2012년에 수익률이 어땠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식 가격의 변동폭은 다른 자산에 비해 두드러지지만 결국 누적수익률, 즉 장기보유를 했을 때는 결과적으로 주식이 압도적인 수익률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질문을 던져보자. 1990년에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구매 장기 보유했다면 지금 당신의 수익은 얼마였을까?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그 당시에도 우량주였지만 지금은 초 우량주가 되어있다. 결국은 장기투자의 원칙을 지켰을 경우에만 안정적인 수익을 가질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그래프에서 보이는 변동성은 결국 투자자의 리스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시겔 교수의 저서와 국내 데이터에서도 확인했듯이, 시간은 변동성을 이긴다. 삼성자산운용의 자료에 따르면 투자기간이 길어질 수 록 주식투자로 손해를 볼 확률은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하루 동안 주식에 투자했을 경우 손해를 볼 확률은 48.8% 였지만 5년 투자 시 그 확률은 19.1%까지 낮아졌고 20년 투자 시에는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로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근거들을 바탕으로 봤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주식투자는 다른 자산에 비해서 장기투자 시 월등한 수익을 보장한다. 둘째, 장기투자 시에 주식투자로 손해를 볼 확률은 단기투자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필자는 노후대책으로 주식투자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노후대책은 하루 이틀 투기성 투자로 만들어지는 경우보다는, 개인소득에서 일정액을 저축의 개념으로 꾸준히 투자해서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현재 30세의 김수원 씨가 55세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 노후대책 투자 자체는 이미 25년의 장기 투자계획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주식투자에서의 손해를 볼 확률, 즉 리스크는 오히려 다른 자산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주식은 주식시장이 생긴 이래 다른 어떤 자산보다 압도적인 장기 수익률을 보여줬다. 시장의 교훈은 우리에게 원칙을 지키는 주식투자가 노후대책의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