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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곡동이박사 Feb 06. 2018

착한 코린이에게는 사탕이 주어지지 않는다

모두가 알았던, 하지만 인정하지 않았던 비트코인 버블

작년 말 “코인”과 “어린이” 가 합성된 신조어 “코린이” 가 유행했다. 새로이 가상화폐에 투자를 하기 시작한 투자자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100만 명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량 또한 2017년 8월 기준 단일 거래소 일일 2조 6천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코스닥 거래량을 넘어선 수치다. 작년 한 해만 1,000% 이상 가치가 상승한 가상화폐 시장은 마치 흙수저 들을 “코인으로 대동단결” 시켜 “가즈아!” 라며 장밋빛 미래로의 지름길을 제시해 주는 것 같이 보였다.




필자는 본 칼럼을 쓸지에 여부에 관해서 고민했다. 이미 비트코인 버블 붕괴가 시작되었고, 지난 1월 6일 가상화폐 투자시장에 대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한 이후로 많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투자를 보다 객관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송 이후에도 계속되는 랠리, 그리고 버블 붕괴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비트코인 가격 재상승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더 많은 투자자들, 특히 소액투자자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를 바라면서 금융 전문 지식에 입각한 시각으로 칼럼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의 내용을 요약해보자. 최근의 여러 가지 사건들과 투자시장을 보면 현재 비트 코인의 열풍은 흙수저들의 대박에 대한 열망으로 과열되어 있는 상태다. 물론 이것이 수요가 견인한 가격 상승이라면, 그리고 정당한 수요공급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제공되고 있다면 이런 가격 상승은 그 자체가 급격하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가치투자수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방송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은 거래소의 불안정성 불투명성 그리고 사기범죄의 가능성이 높게 존재하고 있고 이러한 위험에 투자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관련 사례들과 근거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반론할 수도 있겠다. 방송에서는 부정적인 부분만을 보여주지만, 비트코인은 그 기술적 구조 때문에 투명성이 보장되고, 게다가 국제적으로 거래가 되는 자산이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거래된다. 과연 그럴까?


당신이 이른바 “코린이”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가상화폐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이 되어있는 가상 화폐 거래소에 가입을 해야 하는데 이때 확인하게 되는 약관 하나가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계약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금융거래계약이 아니고, 따라서 국가권력에 의한 “금융거래와 관련된”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금융거래”에 있어서 어떠한 행위도 위법 사항이라고 간주하기가 어렵다. 심지어는 거래소에서 투자자들에게 어떠한 농간을 부리더라도 이를 불법 행위로 입증하기가 어렵다.


이런 우려는 현실화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의 마운트곡스(Mt.Gox) 거래소 부도 사건이다. 마운트 곡스사의 발표에 따르면 해킹에 의해 85만 개의 비트코인이 사라져 버렸으며 현금 2,730만 달러도 어디론가 없어져버렸다. 총액 5,300억 원 정도가 하룻밤에 증발해버렸다. 일본 경찰은 여러 가지 수사결과로 미루어 볼 때 내부 시스템 부정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 CEO가 고의로 거래소를 파산시킨 사기행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검찰에 기소하였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도 이런 가상화폐 관련 사고는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경우는 불투명한 서버 관리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가격이 급등 혹은 급락하는 시점에서 서버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고의인지 아닌지 여부는 거래소 자체에서만 알고 있다. 해킹에 털렸다고 이야기하는 거래소도 있다. 유빗의 경우는 작년 12월 해킹을 당해서 172억 원이 하룻밤에 날아가버렸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해당 거래소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정말 해킹에 의한 도난인지 아니면 사기행각인지 입증할 길이 없다. 게다가 해킹에 의한 도난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소들의 보안성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의 보안성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지만, 비트코인의 장점으로 손꼽히는 투명성에도 현실적으로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비트코인은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데이터를 통해 그 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되어 있지 “비트코인의 소유" 대해서는 철저히 익명성을 가지고 있다. 즉 주고받는 기록은 조작할 수 없이 투명하게 보이지만, 그 주고받은 주객이 누구인지는 해당 본인이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알 길이 없다. 또한 비트코인 데이터의 핵심인 블록체인을 분석하기 위한 맞춤형 소프트웨어 툴이 없기 때문에 거래 체인 추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검은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고, 같은 이유로 도쿄 지방법원도 일본의 마운트곡스 사태도 아직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가상화폐 투자시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종교에 가까운 가격 상승에 대한 신념, 그리고 가상화폐의 근본 가치에 대한 평가를 철저하게 배재한, 가격 등락에만 집중한 도박판이 되어있다고 본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가상화폐가 미래의 기준 화폐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기술에 대한 가치도 주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블록체인’이 미래 어떤 경제적 가치를 파생할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는 바가 없다. 비트코인은 연 1,000% 넘는 폭등을 하는데 비트코인 관련주는 잠잠하다. 


미국 Troy대 경영대학교의 Baek & Elbeck 박사팀은 비트코인의 2015년 가격 상승이 투기성이라는 것을 비트코인 bid-ask spread분석을 통해서 통계적으로 입증한 바도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너무나 모른다. 비트코인의 기술적 배경이 어떤 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비트코인의 개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의 실체가 누구인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 유명한 이코노미스트지도 잘 모르겠다고 결론을 냈다. 개발자의 실체도 알 수 없고 근본적인 가치도 보장할 수 없다. 가상화폐라는 자산 자체가 투명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투자자들 자신이 이미 자산의 투명성은 투자기준으로 고려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확대되는 빈부격차, 끽해야 2% 남짓한 은행금리, 죽어라 일해도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져서 결혼과 출산 등을 포기하는 삼포, 오포 세대의 등장. 어디를 보아도 우울하기만 한 흙수저들에게 코인을 통한 대박의 꿈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리 세대에 왜 강남에 땅 안 사놨냐고 부모를 원망하는 자식들이 있듯 미래에는 왜 코인 안 사놨냐고 원망하는 자식들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코인으로 역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코인 열풍이 분다. 대한민국 거래소에서는 해외 거래소보다 평균 10% 이상의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가 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강남 땅과는 다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90%의 비트코인은 단 1%의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 알고 있듯 이 1%의 거래에 대해서는 어떤 제제도 없다. 즉, 비트코인 가격은 1%에 의해 지배된다. 이 1%들이 부처님과 같이 자비롭지 않는 이상 이러한 비트코인 부의 구조가 바뀔까? 현실만큼 큰 빈부격차에다가 투자자에 대한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는 것이 지금의 가상화폐 시장의 현실이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약점인 중앙정부에 의한 근원 가치의 보장이 없다는 점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중국이 지난 6월 비트코인을 금지했을 때도, 지난달 한국에서 비트코인 규제책이 논의되었을 때도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했다. 한국은 곧 구체적인 규제방안을 내놓을 분위기이고, 일본 또한 마운트곡스 사건이 사기범죄로 결론이 난다면 직간접적 제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트코인의 가장 큰 결재 화폐가 일본 엔, 한국 원, 그리고 미국 달러라는 것을 생각하면 비트코인 투자의 최악의 악재인 정부 제제가 연달아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인도 또한 규제에 동참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으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물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비트코인 열풍은 투기성이라는 근거, 그리고 가격이 폭락할 리스크는 너무나도 많다. 버블이 있더라도 나는 잘 치고 빠져 큰돈을 벌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은 아무도 모른다. 그건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다. 본인이 앞서 언급한 비트코인 1%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리고 가상화폐 버블 붕괴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다면, 비트코인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도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싶다면 제일 거래량이 많은 가상화폐에 100만 원 이하의 소액만 투자하고 잊어버리자. 복권 샀다 셈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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