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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ott Im Apr 06. 2016

LEAN STARTUP

쿠팡 모바일 디자이너로 보낸 3년간의 이야기  #4

다시 2012년, 애자일을 시작하기 전 임시로 팀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카테고리 분류 및 내비게이션 개선이었는데, 아직까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가장 어렵게 여기는 미션이다. 그렇다 보니 문제들에 계속 부딪혀 초안조차 만들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여러 부서가 TFT처럼 매일매일 회의를 계속했고 가끔 대표도 참석했었는데 2주 동안 아무런 진척이 없자 모두 대표 회의실로 소집됐다. 잔뜩 긴장을 하며 모였는데 대표는 프레젠테이션 문서를 보여주며 이런 얘길 시작했다.


회사는 배워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달려봤자 낭떠러지에 더 빨리 도달할 뿐이다.
가설을 세워 조금씩 빠르게 테스트를 하고 결과를 통해 배우며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인데 당시에는 너무나 신선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 날 우리는 크게 혼이 났지만 적어도 나는 혼났다는 기분보다 배웠다는 기분이 더 컸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이 내용은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에 대한 얘기였다.


린 스타트업 [ lean startup ] :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 요건 제품(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 짧은 시간 동안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경영 방법론의 일종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린 제조 (lean manufa-cturing) 방식을 본뜬 것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가 에릭 리스(Eric Ries, 1979~ )가 개발했다. 린스타트업은 「만들기 ─ 측정 ─ 학습」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꾸준히 혁신해 나가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참고 1]


사전적인 내용은 이렇다.



1. 문제 발견 / 가설

문제를 발견했을 때 또는 문제점은 없지만 더 발전시키려고 할 때, 가설을 세우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출발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데이터가 될 수도 있고 어떤 현상이 관찰됐을 때일 수도 있고 그냥 불현듯 무슨 생각이 떠올랐을 경우도 된다. 팀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가설만 만든다.


EX.

문제 발견 : 카테고리 메뉴 1차 선택 후 2차 선택에서 이탈률이 증가한다. 왜 이탈률이 높을까?

가설 1. 두 번 선택해야 하는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 - 1차 선택 후 상품 리스트를 노출시켜보자.

가설 2. 메뉴명이 복잡해서 읽기 어렵다. - 메뉴명을 단순화해보자.

지표 설정 :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지표를 설정한다.


2. 구현 - MVP

구현은 가설을 증명할 수 있고 제대로 작동하는 최소 수준의 범위에서 개발한다. 최소한의 기능으로 반영하는 것을  MVP - Minimum Viable Product라고 부르는데 상황마다 달라질 수는 있다. 새로 서비스를 만드는 경우는 원래 목적에 충실하고 부가기능을 최소화한 개념이 될 수 있고,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는 부분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가 될 수 있겠다. #1에서도 얘기했었지만 프로토타입이나 개발된 버전을 가지고 UT를 진행하는 것도 최소한의 허들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MVP의 개념 [ 출처 : http://www.enricdurany.com/work/stop-thinking-of-minimum-viable-products ]


3. 테스트 / 측정

A/B Test를 진행한다. 최소한의 모수를 확보할 수 있는 정도로 진행하면 되는데 규모가 큰 서비스라면 A안, B안 테스트 적용 비율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좋다. B안이 실패한다면 10%의 고객에게도 나쁜 경험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결과 분석 / 학습

테스트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설을 확인한다. 이때 허수 지표에 주의해야 한다. [참고 2]


EX.

결과 1. 1차 메뉴 선택 후 상품 리스트 노출 결과 유입률이 상승하고 구매 전환율이 상승하였다. - WINNER

결과 2. 메뉴명을 단순화했지만 별다른 데이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런 식의 흐름이다.



로봇 개미 만들기


'가설', 'Minimun Viable Product', '테스트', '학습' 이런 키워드들을 로봇 개미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일을 시키기 위해 개미형 로봇을 만들고 한동안 관찰을 해봤는데 그럭저럭 효과가 좋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아쉬워 더 능률을 높이려는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아마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올 것이다.


EX.

'개미의 모양을 변형해보죠.'

'개미 말고 사마귀형 로봇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메뚜기는 어때요?'

'꼭 곤충이어야 해요? 다른 동물도 많아요. 다른 것도 생각해보죠.'


이번엔 이렇게 관점을 바꿔보자. 개미의 구성요소는 머리, 가슴, 배, 다리로 구성되어있다. 여기에서 머리는 눈, 턱, 더듬이가 구성요소다. 이렇게 구분시켜 놓고 생각하면 아마도 이런 가설들이 나올 것이다.


EX.

'더듬이를 길게 만들면 더 먹이를 잘 찾지 않을까?'

'턱을 크게 만들면 더 큰 먹이를 들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다리를 한 쌍 추가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각 부분을 분리시켜 그 기능에 집중해보면 더 그럴듯한 가설들이 나온다. 이 두 가지 방향이 어떻게 다를까?


처음 아이디어들은 재밌기도 하지만 범위가 너무 넓어질 가능성이 있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기 어렵다. 우선순위 정하기도 어렵고 어떤 방향이 맞을지 결정하기도 어렵다. 사마귀형 로봇으로 새롭게 개편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만약에 그 로봇이 일을 더 잘한다면 나쁘진 않다. 그러나 왜 더 일을 잘하는지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마귀의 앞발이 어떤 영향을 줬을 것 같지만 비교할 만한 데이터가 개미에겐 없다. 결과적으로 배운 것이 없다.


그러나 두 번째 경우엔 비교적 정확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더듬이 '길이'를 테스트했을 때 별다른 효과를 못 봤다면 '레이더처럼 넓은 더듬이를 만들어보자.' '더듬이 두 개는 부족하다. 한 쌍을 더 늘려보자.'같은 넓이나 개수에 대한 가설로 넘어갈 수가 있다. 최소한 이번 테스트로 우리는 더듬이 '길이'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런 배움이 하나둘씩 쌓이다 보면 나중엔 테스트를 안 해봐도 감이 오는 가설들이 있다. 직관은 이렇게 쌓인다. 잘못된 지식이나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나온 직관은 위험하다. - 린 스타트업의 개념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개념이나 상황에 따라 경우가 다를 수도 있어 이 예시가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여러 가지 경우를 겪어봐야 보편적인 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회사 경영자나 같이 일하는 동료가 천재라면 이런 방식 다 필요 없고 그 사람을 따르면 된다. 그 사람의 직관이 정답에 가까울 것이고 데이터는 그 직관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스티브 잡스나 조나단 아이브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워야 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아이폰4 안테나 게이트 때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인간이고 실수를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거 다 따르면 모든 서비스가 성공하나?'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그런 마법 같은 시스템은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만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이 항해를 구상했고 목적지를 정했다면 배를 만들고 그곳까지 안전한 항해를 도와줄 것이다. 또는 빙하로 모든 뱃길이 막혀 다른 목적지를 설정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줄 수 있다. - Pivot : 피봇은 창업가들이 초창기에 세웠던 목표를 바꾸어야 할 때, 사업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린 스타트업은 '가설을 세우고 측정을 통해 배운다'가 핵심이다. 삼성에서도 애자일을 도입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시도해보고 철회한 기업도 있어서 애자일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오는데 린에 대한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애자일은 팀이나 프로젝트 매니징에 대한 개념이라 생각하는데, 린스타트업에 가장 최적화된 형태가 애자일인 것 같다. 애자일을 한다면 린 프로세스도 함께 해야 한다. 만약 린 없이 애자일만 도입한다면 더 빨리 더 많은 x을 더 빨리 싸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 워터폴 조직에서 이 개념을 도입한다면 찬성한다. 적어도 배움을 쌓아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절대 '빠르다'가 핵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비즈니스에서 속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가 나왔듯이 방향이 잘못됐다면 낭떠러지에 더 빨리 도착할 뿐이다. 타이타닉은 속도가 느려서 침몰한 게 아니다.




‘Think big but test early'

대담하고 급진적인 결과를 목표로 하되, 작게 시작하고 빠른 피드백을 통해 배워나간다 - 쿠팡 핵심 가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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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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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GUI Designer

Personal Site : http://frozensound.com



[참고 1] : 네이버 지식백과, 린스타트업 [lean startup]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참고 2] : '클릭수는 불쾌감을 측정해주지 않는다.'  by 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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