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에는 젬병이다. 그렇지만 20대부터 품어온 꿈이 하나 있었다. 멋지게 색소폰 연주를 하는 것. 다른 악기에는 그냥 데면데면했는데, 유독 색소폰은 마음이 끌렸다. 소리가 맘에 드는 건지, 연주하는 폼이 멋있는 건지 아님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마침내 거의 30년이 지난 후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색소폰 소리 대신 바람소리만 줄곧 났다. 선생님의 말을 따라 입모양을 바꾸고, 부는 강도를 다르게 해 보았더니 드디어 색소폰 소리가 났다. 엄마가 아이를 낳을 때의 감동과 비슷하다고 하면 뭇 여성들한테 몰매를 맞을까?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부는 운지법을 배웠다. 소절을 하나씩 연습해가면서 운지법을 익혔다. 악보 보는 게 쉽지 않았다. 연주 도중에도 이게 무슨 음인지가 헷갈려서 멈추기 일수였다. 젓가락 행진곡을 거쳐 반짝반짝 작은 별 그리고 징글벨의 한 두 소절을 연습했다. 10개월이 지나고 나서는 베사메무초 전곡을 연주할 수 있었다. 뭔지 모르게 10% 부족하지만.
치앙마이에 색소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재즈바가 북문 근처에 있다고 했다 (North Gate Jazz Co-Op). 저녁을 먹고 천천히 그곳으로 향했다. 도착하고 보니 가게 앞 거리에까지 사람들이 죽 서서 연주를 듣고 있었다. 유명하기는 유명한 모양이다. 마침 색소폰이 연주되고 있었다. 내가 배우고 있는 알토 색소폰은 확실히 아니고, 소프라노 또는 테너 색소폰인 것 같았다. 음악 초보인 내가 들어도 흥겨웠다.
이 곳은 재즈를 즐기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젊은이들과 나이 든 사람들, 남과 여, 금발머리와 검은 머리. 온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뽑아 이 곳에 모아 놓은 느낌이었다. 먼저 온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서서 연주를 즐기고 있었다.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음악에 맞춰 고개를 흔들면서.
정해진 사람 몇몇이 매일 연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젊은 음악가들이 많이 연주에 참여하는 것 같다. 순환하고 변화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열광받는 걸까?
한참 동안 연주를 듣고 난 후에 사람들을 헤치며 재즈바 밖으로 향했다. 가게 바닥에 있던 병을 밟았다. 휘청하며 미끄러졌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맥주를 먹고 나서 몇 병을 그냥 바닥에 놓아두었던 모양이었다. 화가 나는 감정과 안도감이 교차되면서 가게를 빠져나왔다. 근데 어떤 사람이 병들을 치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부끄러웠다. 그와 같은 사람들 덕분에 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아지는 것이겠지.
나는 언제쯤 이 재즈바의 색소폰 연주자처럼 멋들어지게 연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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