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는 맛있는 식당이 많다. 또한 태국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요리 교실도 많다. 뒹굴대다가 요리 교실을 듣기로 맘을 먹었다.
숙소 근처의 식당에 요리 교실 현수막을 붙여놓은 게 기억이 났다. 그 식당에 가서 요리 교실을 듣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앞으로 일주일 동안 예약이 꽉 찼단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다른 곳으로 전화했더니 그곳도 자리가 없단다. 태국의 요리 교실이 체험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고 하더니 실제로 그런 모양이다. 마침내 치앙마이 외곽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 음식재료를 이용해서 요리 교실을 하는 곳을 찾았다. 다행히 그곳은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오후 3시에 시작해서 9시 반쯤 끝나는 클래스에 등록했다. (* 하루 종일 하는 클래스도 있다)
예약한 날에 숙소 앞에서 요리교실 봉고차를 기다렸다. 치앙마이를 돌면서 수강생을 모두 태웠다. 수강생은 총 9명이었다. 국적이 다양했다. 네덜란드 3명, 덴마크 2명, 미국 2명, 프랑스 1명이었다. 유럽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봉고차로 한참을 달려 먼저 현지 시장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곳이란다. 우리나라의 8-90년대 재래시장 분위기였다. 각종 채소, 해산물, 육류 등 없는 게 없었다. 동남아 국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듯이, 비닐봉지 담아놓은 음식들도 죽 진열되어 있었다.
요리 교실에 도착했다. 남사스러운 진한 분홍색 앞치마를 입고 커다란 밀짚모자를 썼다. 바로 옆에 있는 유기농 밭으로 이동했다. 요리교실 선생님은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채소들을 하나씩 설명해줬다. 쥐똥고추라고 불리는 조그맣고 빨간 고추는 신기하게도 땅이 아닌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레몬그라스, 라임 에그 플란트 등 다양한 채소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각자 세 가지 요리를 선택하고 요리를 한 다음에 함께 모여 먹는단다. 나는 볶음밥+춘권, 그린커리, 똠양꿍을 골랐다. 제일 먼저 만만한 볶음밥이다. 재료를 받아 선생님의 설명대로 따라 했다. 옆사람이 어떻게 하는 지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다음은 춘권. 재료를 볶고 나서 춘권피로 싸고 튀기면 끝. 그리 어렵지 않았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두 번째 요리는 그린커리이다. 마찬가지로 설명님이 얘기한 대로 따라 했다. 옆 테이블에는 미국에서 온 커플이 서 있었다. 쌤(Sam)은 요리하는 내내 유쾌한 표정과 말로 여자 친구(이름을 들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를 웃기고 있었다. 서로 티격 대기도 하면서. 프랑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셰프를 하고 있다는 60대 남자는 진한 프랑스 악센트가 묻어있는 영어로 선생님에게 질문을 해댔다. 나는 마지막 요리인 똠양꿍도 사고 치지 않고 잘 끝냈다.
이제 기다리던 시식 시간이다. 우선 볶음밥을 한 숟가락 맛보았다. '음, 맛이 괜찮군.' 춘권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게 맛있었다. '그린커리는 어떨까?' 태국 식당에서 먹던 것보다는 뭔가 부족한 것 같기는 하지만 건강한 맛이다. 마지막 똠양꿍은 별로였다. 요리를 잘못한 게 아니라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애써 위로를 했다. 볶음밥과 그린커리를 싹싹 비웠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내가 직접 요리를 해서 그랬는지,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정말 맛있었다. 재래시장 방문과 채소밭 구경도 좋았다. 여러 나라 사람들과 어울려 얘기해가며 요리하는 경험도 재미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봉고차 안에는 웃음과 미소가 흘렀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포만감에 눈이 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