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도이수텝을 허탕 치다

덕분에 썽태우 기사의 인심을 느끼다

by 박유신 Scott Park

누군가는 말한다. 도이 수텝 사원을 보지 않고는 치앙마이를 여행했다고 떠들지 말라고. 도이 수텝의 정식 명칭은 왓 프라탓 도이 수텝 (Wat Pharathat Doi Suthep)이다. "왓"은 사원, "프라탓"은 왕실이 지정한 곳, "도이"는 산, "수텝"은 신선이라는 뜻이다. 즉 신선이 노니는 산에 있는, 왕실 지정 사원인 것이다. 특히 도이 수텝 사원에서 바라보는 치앙마이의 야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구글을 찾아보니 도이 수텝을 가는 가장 저렴한 방법은 북문 근처에 있는 창푸악 버스터미널에서 10명이 찰 때까지 기다려서 함께 썽태우를 타고 가는 방법이란다. 썽태우는 치앙마이의 가장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이다. 붉은색 썽태우는 정해진 노선 없이 승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합승 차량이다. 정해진 정류장은 없고 택시처럼 길거리에서 손을 들고 목적지를 말하면 방향이 맞을 경우 썽태우 기사가 타라고 손짓을 한다. 빨간색이 아닌 다른 색 썽태우는 정해진 노선이 있다. 썽태우의 차 뒷자리에는 의자가 두 줄로 서로 마주 보고 있고, 최대 약 10명까지 탈 수 있다. 여럿이서 여행할 경우 썽태우 차를 통째로 대절하기도 한다.


창푸악 버스터미널까지 갔다. 가격이 싸기는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더 매력적이었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도이 수텝을 간다고 했더니 왕복 600 밧 (18,000원, 2018년 12월 기준)을 부른다. 구글로 찾아본 50 밧을 계산기에 찍어서 보여주니 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600 밧은 택시처럼 나 혼자 갔을 때의 비용인 듯했다. 그러더니 나를 터미널의 한쪽으로 데려다줬다. 세워져 있는 입간판에는 도이수텝까지 10명 꽉 채워서 인당 70밧이라고 쓰여있었다. 옆에는 2명이 앉아있었다. '그럼 이제 7명만 더 오면 되겠네.'


가운데에 있는 동그란 테이블에 앉았다. 어떤 여자가 다가오더니 내 맞은편에 앉은 다음, 먹을 것을 펼쳐놓았다. 찹쌀밥과 소시지 비슷한 것이었다. 그녀는 조금 떨어져 있던 어떤 남자를 불렀다. 둘이 함께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물어보니 그 둘은 모두 썽태우 기사였다. 10명이 모두 모이면 도이수텝으로 출발한단다. 그는 나에게 함께 먹을 것을 권했다. 우리나라 시골의 인심을 보는 듯했다. 찹쌀밥 조금을 떼어먹었다. 쫀득쫀득한 게 한국 찹쌀밥보다 더 찰기가 있고, 양념이 되어있는지 짭짤했다. 소시지도 주길래 먹었다. 그냥 평범한 소시지 맛이었다.


앗, 옆에 앉아있던 2명이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도이수텝 가려고 기다린 게 아닌 모양이었다. 바쁜 일정이라고는 없으니, 노트를 꺼내 전날 밤에 못 쓴 여행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지났나 보다.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30분을 더 기다렸다. '아뿔싸, 아무도 안 나타나네.' 나에게 음식을 권했던 썽태우 기사가 다가오더니, 오늘은 도이수텝 가기가 틀렸단다. 혹시나 하면서 10분을 더 기다렸다. 역시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쿨하게 도이수텝을 포기했다. 썽태우 기사의 인심은 남았다. 창푸악 터미널이 맘속에서 따뜻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창푸악 터미널에서 10명이 모여 함께 도이수텝으로 가는 썽태우는 별로 없었다. 대신 치앙마이 대학 근처에서 출발하는 썽태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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