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간의 정글 트레킹을 다녀왔다. 정글에서 걷기,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하는 래프팅, 고산족 마을에서 하룻밤 자기, 코끼리 체험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었다.
트레킹 가이드는 자기를 Mr.P라고 불러달라고 하면서 본인 소개를 했다. 몸은 68세로 나이가 먹었지만 아직 마음은 아기이기 때문에, 올드 베이비(old baby)란다. 160 cm 정도의 작은 키와 체구를 가지고 있고, 세월로 인해 주름진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맨 앞장서서 걸으며 트레킹을 할 때, 갑자기 그가 크게 오 마이 부다 (Oh My Budda)라고 외쳤다. 넘어질 뻔했단다. 오 마이 갓 대신에 오 마이 부다를 외친 것이었다. 한 번은 그가 "아나콘다가 나타났다"라고 외쳤다. 실제 아나콘다를 본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근데 실제로는 조그만 새끼 뱀이었다. 그가 저수지에서 외친 "악어"는 뻥이었다. 그는 양치기 소년 아니 양치기 할아버지가 되었다. 근처에서 오줌을 싸고 오더니, 혹시 폭포 소리 듣지 못했냐고 트레킹 일행을 향해 묻기도 했다.
트레킹에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일 년에 한 번씩 동남아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스위스 커플, 대머리가 되어가고 있는 스페인 중년 남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기다라고 있는 만 18세의 호주 시골 커플, 호주 멜버른에서 산 지 5년이 되었다는 이탈리아 출신 남자와 프랑스 출신 여자 커플, 현재 타이항공에서 기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남자와 그의 아내, 딸과 아들.
치앙마이 정글에서 걷는 것은 한국의 등산과 호주의 부시워킹과는 달랐다. 푸른 정글이 계속 이어졌다. 하늘마저도 빽빽한 높은 나무들 때문에 보이지 않기도 했다. 한 사람이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을 한발 한발 걸었다. 스페인 중년 남자는 트레킹 내내 길 옆에 있는 꽃, 버섯, 거미 등을 DSLR 카메라로 때로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내가 무심코 그냥 지나친 많은 것들을 발견해냈다. 그가 발견한 것들을 내가 보지 못한 점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보면 보는 대로, 못 보면 못 보는 대로 괜찮다.'
고산족 마을의 숙소에는 나무로 지어진 큰 하나의 공간에 개인별로 모기장이 쳐있었다. 어렸을 때 모기장에서 잤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처럼 밤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져내렸다.
둘째 날은 코끼리 체험이 있었다. 코끼리는 태국 왕실의 상징이고, 태국의 공식 국가 동물이기도 하다. 불교 전설에 따르면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 왕비가 꿈에 흰 코끼리가 나오는 태몽을 꾸었다고 한다. 치앙마이에서 인기 있는 창 비어(Chang Beer)에도 코끼리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과거 코끼리가 묘기, 쇼 등의 관광 비즈니스에 이용되다 보니 열악한 사육환경 등의 윤리적인 문제가 크게 제기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코끼리를 타거나 코끼리의 묘기를 보는 게 아니라,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목욕을 시키는 등 코끼리와 교감하는 프로그램으로 변경이 되었다고 한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 생후 28일이 된 새끼 코끼리를 볼 수 있었다. 무슨 동물이던지 새끼는 참 이쁘다. 새끼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엄마 코끼리를 목욕시켰다. 코끼리를 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조금 남아 있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의 코끼리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 뿌듯했다.
트레킹 가이드가 트레킹 기간 동안 자주 한 말은 '인생을 즐겨라'였다. 행복한 상황이든 불행한 상황이든 상관없이 지금을 즐기라는 의미였다. 그가 거의 70년의 인생을 살아오고 나서 고심해서 골라낸 한 마디 말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