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도이수텝행이 두 번이나 불발되었다. 첫 번째는 썽태우를 함께 타고 갈 사람들이 없어서였고, 두 번째는 아이러브 치앙마이 카페에서 바람맞았다. 귀찮더라도 이번에는 내가 주최해보기로 맘을 먹었다.
10명이 함께 타야만 하는 썽태우를 이용하지 말고, 조금 비싸더라도 동남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카(Grab Car)를 이용해서 편하게 가고 싶었다. 승용차를 이용하게 되므로 일행은 4명이 적당했다. 아이러브 치앙마이 카페에 접속해서 번개 공지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3명 모집, 치앙마이 대학교 앞에서 오늘 오후 4시에 만나서 그랩카를 타고 도이수텝으로 올라가서 일몰까지 보고 7시쯤 내려오는 일정, 비용은 1/n이라고 적었다. 육하원칙(5W 1H)에 의거해서 혹시 빠진 항목이 없는지 확인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정오였다. 2시쯤 마감하겠다고 추가하고 번개 공지를 올렸다.
치앙마이 대학교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었다. 혹시나 서로 엉뚱한 데에서 기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치앙마이 대학교로 답사를 다녀오기로 했다. 모바이크 자전거를 타고 매연을 먹고 땀을 흘리며 30분 동안 페달을 밟았다. 차와 오토바이가 많아서 엄청난 정체가 있었다. 호주에 살면서 깨끗해진 폐가 오늘 하루 동안 까맣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치앙마이 대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둘러보니 정문 앞에서 만나면 문제없이 쉽게 모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치앙마이 대학 옆에는 썽태우를 타고 도이수텝으로 올라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다시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매연을 뚫고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카페에 접속해서 신청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너무 급한 일정으로 번개를 올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마감시각인 2시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았으니까 기다려보기로 했다.
온몸에서 땀이 났다. 상의는 물론 팬티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샤워를 한 후에 맥주 한 캔, 닭꼬치와 찹쌀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땀 흘리고 나서 샤워한 다음에 마시는 맥주가 최고이다. 내친김에 한 캔 더. 땀을 흘려서 그런지 낮술이라 그런지 알딸딸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 후 수시로 확인했는데 답글이 하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2시쯤 확인을 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씁쓸히 취소 공지를 올렸다.
폐가 씨꺼멓게 되어가면서 출발 장소에 답사까지 다녀왔는데 허무했다. 그동안 아이러브 치앙마이 카페에서 받은 도움을 조금이라도 되돌려주기 위해, 혹시라도 나처럼 일행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번개 모임을 주선했는데 또 불발이 되어버렸다. 세 번째 허탕이었다. 결과는 불발이었지만 그런 생각으로 실천을 한 것에 만족했다. 원하는 대로 다 되면 인생이 무슨 재민겨?
'그래,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혼자라도 도이수텝에 가자.' 또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타기는 싫었다. 썽태우를 타고 치앙마이 대학까지 갔다. 마침 사람들을 잔뜩 싣고 도이수텝으로 출발하려는 썽태우가 있어 100밧을 내고 올라탔다. 꼬불꼬불한 경사진 길을 한참 동안 달렸다. 도이수텝에 도착했다. 1시간 정도의 자유시간 이후에 다시 차로 오란다.
도이수텝에서 황금색 불상, 치앙마이의 전경, 섬세한 조각들을 봤다. 하지만 가장 내 마음을 끈 것은 석양이었다. 6시 무렵 점점 붉어지는 하늘과 구름이 참 편안하고 좋았다. 세 번씩이나 허탕을 치고 난 다음에 봤기 때문일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바쁘게 사진을 찍으며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재작년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본 석양, 호주 시드니 고든 근처에서 본 석양도 함께 떠 올랐다. 원래는 도이수텝에서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야경 대신 석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