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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습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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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Jun 27. 2020

습작소설 - 파리의 연인

미니 습작소설

그는 박람회장 입구에서 등록을 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 서있었다.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그는 170 센티미터쯤의 키, 검은 머리, 안경을 쓰고 하얀 와이셔츠 위에 쥐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등록대 위에는 크게 CARTES Secure Connexions 라고 쓰여 있다. 일년에 한 번씩 열리는 스마트카드/인식제어기기 박람회이다. 그는 한국에서 출발해서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아침에 이 곳을 방문했다. 한참 만에 등록을 마치고 박람회장 입구로 들어섰다. 빽빽이 들어선 업체의 부스들 사이로 사람들이 미어터졌다. 어디선가 담배냄새가 훅 끼쳐왔다. 돌아보니 옆 구석에서 몇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속이 부글거렸다. 속엣말을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 제 정신이야? 이런 폐쇄된 공간에서담배를 피다니.”


이 박람회는 스마트카드 솔루션, 모바일 결제, 데이터 보안제품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걸으며 통로 양쪽에 있는 업체 부스들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쓰임새를 알 수 없는 제품도 있었다. 그가 애착을 갖는 분야는 생체인식지불이었다. 지문, 홍체 등의 생체정보를 이용해서 간편하게 빠르게 신용카드 결제를 하는 솔루션이다. 주요 업체들의제품과 솔루션의 특징을 발라내어 노트에 간략하게 적었다. 이 노트를 바탕으로 귀국 후 출장보고서를 쓸 작정이었다.


그의 휴대폰에서 익숙한 전화 멜로디가 들려왔다. 왼쪽 호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려고 머리를 숙였다. 구두의 풀린 끈이 눈에 들어왔다. 로밍한 휴대폰을 보니 협력사 여직원의 번호가 찍혀 있었다. 휴대폰을 귀에 기대어 받고, 앉아서 두 손으로는 구두끈이 다시 풀리지 않도록 동여맸다. “여보세요. 그 동안 잘 지냈어요?” “지금 파리에 있다구요?” 전화를 끊고 나서 그는 생각했다.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그녀를 이 곳 파리에서 우연히 맞닥뜨리다니 우리는 인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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