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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Jul 30. 2020

첫 해외여행의 기억

비밀과 거짓말

김포공항에서 대만 타이베이행 비행기의 보딩게이트를 지나자마자 유신과 여자 친구 정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손을 잡았다. 유신은 28살이고 통신회사에 다니고 있다. 정희는 25살이고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창가에 앉고 가운데 좌석에 그녀가 앉았다. 그는 비행기 유리창을 통해 김포공항에 서 있는 비행기들을 두리번거리며 바라봤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그에게 공항의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녀는 풋풋한 얼굴을 하고 이제 진짜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유신과 같은 모임의 여자 후배 한 명과 정희는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다. 그 여자 후배의 소개로 둘은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첫 만남의 장소는 유신의 회사 근처로 잡았다. 그런데 바쁜 회사일을 마무리해야 했기에 그는 10분 정도 늦었다. 그는 정희가 쓰고 나온 벙거지 모자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첫 만남이 어그러지는 듯했다. 그러나 얘기를 하다 보니 의외로 서로 통하는 구석이 많음을 느꼈다.


둘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만난 지 7개월이 지나고 난 후, 단 둘이서 대만 여행을 하기로 약속했다. 양쪽 집안의 부모님께는 비밀로 했다. 각자 따로 동성의 대학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고 말씀을 드렸다. 결혼식을 올릴 때에도 양가 부모님은 그 사실을 몰랐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둘의 대만 여행 앨범을 들춰 보시기 전까지는.


정희는 대학 때 동남아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한국에서 배낭여행이 처음으로 시작된 때였다. 해외여행의 경험이 있고 다소 시간 여유가 있는 그녀가 대만 여행을 위한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일정 계획을 짰다. 그는 바쁜 회사일을 핑계로 대고 그녀에게 대부분의 여행 준비를 맡겼다. 결혼하고 나서도 그녀에게 가끔씩 그때의 불만을 들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고 말이다.       


유신은 비행기 유리창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공항으로 오는 길에 보았던 풍경들이 새롭고 싱그럽게 느껴졌듯이, 우리의 첫 해외여행도 그렇게 기억될 것이라고. 우리만의 신비한 비밀 여행이 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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