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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Mar 04. 2018

[박유신의 PM이야기 4] 힘든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본인 스스로 주도적으로 알아서 하는 사람이 프로젝트 팀원이면 PM은 별로 할 일이 없기도 하다. PM이 고려하지 않거나 간과한 점에 대해 건설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팀원이 있으면 프로젝트 성공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나와 궁합이 맞는 팀원만 만날 수는 없는 게 세상의 이치이다. 본인의 일을 계속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정해진 일정에서 연기하는 사람도 있다.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엔지니어도 있다. 때로는 자신이 잘못한 것을 마치 남이 잘못한 것처럼 전가시키기도 한다.

 


내가 이끈 프로젝트는?


작년에 Domain Name System (DNS)의 아키텍처를 개선하고 3개의 새로운 지역에 DNS 서버를 확장하는 네트워크 관련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DNS는 특정 컴퓨터의 주소를 찾기 위해,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도메인 이름을 숫자로 된 식별 번호(IP 주소)로 변환해준다. 예를 들어 www.example.com과 같은 컴퓨터의 도메인 이름을 192.168.1.0과 같은 IP 주소로 변환하는 것이다. DNS는 전화번호부의 역할을 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서비스 거부 공격 (DOS 또는 DDOS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또한 고객의 DNS 이용 속도를 줄이는 것이었다. 


내가 부딪힌 문제는?


프로젝트의 솔루션 디자인 단계까지는 별문제 없이 흘러갔다. 그런데 개발 단계에서는 한 명의 직원이 계속 일정을 못 맞추는 일이 반복되었다.  언제까지 정해진 일을 마친다고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당일에 확인해 보면 거의 진척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왜 일정이 지연되었는가 물어보면 이유가 각양각색이었다. 다른 프로젝트의 긴급한 일 때문에, 운영시스템에 급한 문제가 생겨서, 때로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문제로 인한 선생님과의 면담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속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일정이 지연될 때마다, 프로젝트 여러 당사자에게 왜 일정이 지연되었으며, 어떻게 일정을 따라잡을 것인지, 새로운 일정계획은 무엇인지를 공유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다. 신뢰의 문제였다. 


그래서 뭘 했나?


위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그 엔지니어와 그의 매니저를 향한 양동작전을 펼쳤다. 우선 담당 엔지니어의 라인 매니저와 미팅을 잡았다. 내가 겪고 있는 고충과, 그로 인해 프로젝트의 일정, 품질, 비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고 그 의지원을 요청하였다. 그 결과 매니저가 그 엔지니어의 근무시간 중 80%를 이 프로젝트에 할당하기로 약속을 해주었다. 또한 해당 엔지니어에게는 그 매니저와의 회의 내용을 공유함은 물론, 그 엔지니어가 자신의 일만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큰 그림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어떻게 프로젝트와 회사에 기여하고 있는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가능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기시켰다.

         

그래서 뭐가 좋아졌나?


우선 일의 진행속도가 이전과 비교해서 눈에 띄게 빨라졌다. 그 엔지니어가 집중력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이후에도 물론 예상하지 못한 기술적 문제들이 발견되었지만,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방 고객의 DNS 이용 속도를 20-30% 개선하고, DDOS 공격 또는 재해 등에 보다 잘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로젝트 스폰서로부터 그동안의 고생과 결과에 대한 치하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 엔지니어와는 지금도 다른 프로젝트를 서로 즐겁게 함께 하고 있다.

 


결론은 버킹검??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고 일하기 편한 사람도 있다. 일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났을 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사람 자체의 성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함께 일을 진척시키지에 집중해서, 뭐가 문제 인지고 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면 되지 않을까? 이러한 모든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묘약은 없다. 프로젝트마다 팀원마다 상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 상황을 분석하고 원인에 대해 고찰하면 적절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일하기 힘든 팀원은 어떻게 보면 나를 성장시키고, 나의 PM의 스킬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스승이다. 이러한 스승을 너무 자주 만나지는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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