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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Jun 01. 2018

호주에서의 첫 장례식

몇 해전에 호주 여성분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때 느꼈던 문화적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장례식의 드레스 코드는 화려한 색깔의 모자나 양복을 착용하는 것이었다. 설마 하면서 장례미사에 참석해 보니 정말로 여성들은 대부분 분홍색 모자 또는 원색 계열의 정장 차림이었고, 남성들은 검은색 넥타이가 아닌 화려한 색깔의 넥타이 또는 셔츠를 착용하고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나와보니, 성당 바깥에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가 분홍색 관을 운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이었다. 미사 중에 고인의 아들이 나와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엄마"와의 기억을 회고하며 이야기를 해나갔다. 뒤의 큰 스크린에는 고인의 아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사진들이 슬라이드로 펼쳐졌다. 그는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하다가, 어머니와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을 이야기할 때는 웃기도 했다.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추도사였다. 장지에 도착해서는 고인의 많은 지인들이 다과를 나누면서 마이크를 잡고, 본인과 고인 사이에 있었던 추억에 대해 얘기했다. 역시 울음과 웃음이 교차했다. 이렇게 고인을 추모하며 보내드리는 방식이 참 맘에 들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내 장례식도 이렇게 치러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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