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로 가는 길

심장이 벌렁거리다

by 박유신 Scott Park

치앙마이로 가는 길은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일본 온천 패키지여행을 하고 인천 공항으로 돌아온 후, 어머니는 댁으로 가시고 나는 당일 바로 공항에서 치앙마이 직행 편을 타는 일정이었다. 두 항공편 사이에 5시간의 차이가 있으므로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니, 비행기가 연착한다는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오전 11:30에 출발 예정이었으나 얼마나 연착하는지는 미정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러더니 여행사 가이드가 공항 내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천 엔짜리 쿠폰을 나눠주면서 점심식사를 하고 오라고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면서. 치앙마이로 가는 비행기를 놓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쨌든 먹고는 살아야 하니 점심식사를 하고 왔다. 아직도 출발시간이 정해지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속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마침내 출발 예정시간이 잡혔다. 오후 3시 30분. 원래 출발 예정시각보다 4시간이 늦어졌다. 치앙마이로 가는 항공편과의 연결 시간이 딱 1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여행 가이드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환승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를 부탁했다. 그런데 일본 출발 편은 아시아나항공이고, 치앙마이 편은 대한항공이기 때문에 서로 항공사가 달라서 환승을 위해 자기네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짐은 찾을 필요 없이 치앙마이로 가는 비행기로 연계되도록 부쳐줄 수 있단다.


'1시간 차이면 환승이 가능하지 않을까? 만약 비행기를 놓치면, 비행기뿐만 아니라 숙소도 변경해야 하는데 골치 아프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타서 나서도 마음속은 바짝 타들어갔다. 혹시 비행기 승무원은 어떤 조치를 취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지나가는 승무원을 불러 사정 얘기를 했다. 하지만 그 승무원도 가이드와 똑같은 대답을 할 뿐이었다.


어머니가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잘 탈 수 있도록, 같이 여행했던 분께 부탁했다. 비행기는 인천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보딩 게이트를 찾아 한동안 서행했다. 비행기가 정지하자마자 거의 모든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짐을 챙겼다. "죄송합니다. I'm sorry."를 연거푸 말하며 승객들 사이를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누군가 나를 진상이라고 얘기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비행기의 문이 열렸다. 공항직원에게 환승을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 급하게 물었다. 인천공항에는 국제 여객 터미널이 두 개 있는데, 치앙마이로 가는 항공편을 타려면 셔틀 트레인을 타고 다른 국제 여객 터미널로 가야 한단다. '아, 식빵. 그렇지 않아도 늦었는데, 다른 터미널로 가야 한다니.' 그 공항직원이 친절하게도 약도를 그려줬다. 약도를 따라 열심히 뛰었다. 근데 이상하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옆에 보이는 직원에게 다시 물었다. 마침내 셔틀 트레인 출발 장소에 도착했다. 숨을 골랐다. 다행히 금방 셔틀 트레인이 도착했다. 몇 분 걸리지 않아 다른 국제 여객 터미널에 도착했다. 환승 창구를 향해 다시 뛰었다. 12월의 한 겨울이었는데도 얼굴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땀이 나는 것은 괜찮은데, 뛰면서도 비행기를 놓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환승 창구에 도착했다. 비행기 출발 30분 전이었다. 창구 직원에게 급하다고 얘기를 했더니, 다른 승객의 양해를 구해서 내 티켓을 먼저 발행해줬다. 다행히 시간에 늦지 않게 탈 수 있게 되었다. '휴~ 다행이다." 내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치앙마이로 가는 길은 놀람, 짜증, 걱정을 거쳐 땀을 흘리고 안도감으로 마무리되었다. 치앙마이행 보딩 게이트 앞에 섰다. 창밖으로 비행기가 보였다. 비행기를 놓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아직도 티켓을 받기 전까지의 심장의 벌렁거림이 생생하다. 이것은 치앙마이 2주 살기에 대한 경고일까? 액막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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