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타일랜드

자전거 펑크 사건의 결말

by 박유신 Scott Park

치앙마이에서 나름 유명한 온천 중의 하나인 산캄팽(Sankampaeng) 온천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숙소에서 약 10km 거리여서 운동삼아 자전거를 빌렸다. 온천으로 가는 신작로에는 차가 별로 없었다. 길 옆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우리나라 70-80년대 농촌이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았다. 정겨웠다. 유난히 비쩍 마른 소들이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초지인지 논인지 잘 모르겠는 곳에 묶여있었다. 안쓰러웠다. 나는 죽을똥 살똥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었다. 널린 게 시간이므로. 여유 있게 하늘을 보고 집 모양을 살피며 바람을 갈랐다.


온천에 도착해서 입장료를 내고 안내자료를 받았다. 이 곳은 야외 온천, 마사지 가게, 온천에 셀프로 계란을 삶아먹는 곳 등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온천 공원이었다. 공원을 둘러보기 위에 자전거에 올라탔다. 100 m 정도 갔을까? 자전거가 이상했다. 앞으로 나가질 않았다. 뒷바퀴 타이어 펑크가 난 것이었다 (빵꾸가 더 친숙하긴 하지만, 표준어가 아니고 일본 말에서 온 단어이므로 지양한다). 안내자료를 다시 자세히 봤는데 자전거 고치는 곳은 없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자전거포는 하나도 못 봤다. 난감했다. '숙소까지는 10 km인데, 이 펑크 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야 하나?'


망연자실해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앞에서 십여 명의 사이클리스트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가왔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손 짓으로 앞사람을 세웠다. 그랬더니 전체 그룹이 멈춰 섰다. 타이어 펑크가 났는데, 이 근처에 고칠 만한 곳이 있는지 물어봤다. 다행히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그들 중에 있었다. 그의 이름은 써니(Sunny)라고 했다. 써니가 일행 중의 다른 사람에게 태국어로 뭐라고 말하니, 그 사람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타이어 펑크를 고칠 때 쓰는 키트였다. 그는 능숙하게 내 자전거를 눕히더니, 타이어를 살폈다. 능숙하게 타이어에 박혀있던 3~4 cm 크기의 못을 빼내고, 타이어 튜브의 펑크 난 곳에 패치를 붙였다.


나 때문에 1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시간을 뺏고 그들의 자전거 라이딩을 방해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아울러 기적처럼 이 분들을 만나게 된 것과, 이들이 흔쾌히 자전거 펑크를 고쳐준 것에 대해 무척 감사했다. 써니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했다. 그룹의 다른 분들에게도 전해달라고 얘기했다. 써니가 환하게 웃으며 "웰컴 투 타일랜드"라고 외쳤다. 옆에서는 다른 분들이 도와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치앙마이 2주 홀로 살기는 "웰컴 투 타일랜드"로 시작했다. 태국 사람들에 받은 친절과 감동은 2주 동안 내 가슴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칠 뻔했던 사건은 불길한 징조가 아니라 액막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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