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 앱으로 태국 사람과 대화하다

어릴 때 본 만화는 현실이 되었다

by 박유신 Scott Park

어릴 적에 본 만화나 공상과학영화에는 주인공이 가슴에 통역기를 달고 외국인과 서로 자신의 모국어로 편하게 얘기하는 장면이 등장하곤 했었다. 지금 고생하며 영어 단어를 외울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을 갖곤 했다. 내가 어른이 될 미래에는 그런 통역기가 보편화될지도 모르므로.



치앙마이 숙소 근처의 한 편의점에서 선불 휴대폰 심(SIM)을 충전하기 위해 서 있었다. 50대쯤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나에게 중국어로 뭔가를 말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나는 중국사람이 아니라고 영어로 대답했다. 그는 자기 휴대폰을 꺼내더니 휴대폰에 대고 중국어로 얘기했다. 잠시 후 휴대폰에서 영어가 흘러나왔다. "어느 나라에서 왔나?"라는 질문이었다. "한국사람인데 호주 시드니에서 살고 있다."라고 영어로 답했다. 잠시 후 중국어로 통역이 되었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으로 그는 중국어로 나는 영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난생처음으로 이런 방식으로 외국인과 대화를 했다. 신기했다. 음성 인식률은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었지만 말이다.


바로 내 휴대폰에 구글 번역 (Google Translate) 앱을 다운로드 받았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봤다. 내가 영어로 말한 것을 태국어로 통역하기. 영어 텍스트를 입력하고 태국어로 번역하기 등. 쉽게 앱을 사용할 수 있었고, 통변역 품질도 매우 괜찮았다. 맘에 들었다. 실제 써먹어 봐야겠다.


싼캄팽 온천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에 슈퍼에 들렀다. 시골에 있는 조그만 가게였다. 선크림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영어로 물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그분은 영어를 모르는 것 같았다. '와, 번역 앱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앱을 실행한 후에 내 휴대폰에 대고 선크림을 찾는다고 영어로 얘기했다. 1초도 지나지 않아 태국어가 흘러나왔다. 주인아주머니가 그 말을 듣더니 태국어로 뭐라고 얘기했다. 바로 이어 선크림이 없다는 답변이 영어로 들렸다. 통역 시간 차 때문에 약간 답답한 느낌이 있기는 해도 간단히 의사소통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이 훌륭했다.


며칠 후 점심시간에 숙소 근처의 허름한 태국 식당에 갔다. 그동안은 대개 블로그나 책자에 나와 있는 평점이 좋은 식당에 갔었다. 이번에는 태국 현지 사람들이 가는 로컬 식당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동네 근처를 배회하다가 사람이 많은 식당을 발견했다. 손님 중에 관광객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모두 현지 사람들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맙소사, 식당 메뉴판이 온통 태국어로만 되어 있었다. 현지 식당이라 영어로 표기를 해놓지 않았던 것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들어 번역 앱을 클릭했다. 휴대폰에 있는 카메라로 메뉴판을 찍은 후, 궁금한 태국어 메뉴를 손가락으로 하이라이트를 했더니 바로 영어로 번역되었다. '오, 신통하네.' 조금 후에 나온 음식은 맛있었다. 손님이 많은 이유가 있었다. 음식값은 40 바트였다. 원화로는 약 1,300원이었다 (2018년 12월 기준 환율: 1,000원 = 약 30 바트). 음식값은 많이 착했다.



치앙마이에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들은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치앙마이 내 현지인들이 가는 곳이나 치앙마이 외곽의 시골에 갈 때에는 통번역 앱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앱으로 사람을 사귀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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