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거대 기업을 상대한 승리
에린 브로코비치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줄리아 로버츠 출연 / 2000.05.04)
- 거대 기업을 상대한 승리 -
에린 브로코비치(이하 에린)는 아이 셋을 키우는 돌싱 맘이다. 통장 잔고엔 16달러가 전부이고, 마땅한 경력은 없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경력이라곤 이혼 두 번이 전부다. 직업 상담소도 찾고, 면접도 보지만 그녀를 뽑아주는 곳은 없다. 면접에 허탕친 날, 그녀는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차와 충돌한다. 상대방 과실 100프로의 교통사고에 두둑한 합의금을 받아낼 줄 알았던 에린 브로코비치, 그녀는 법정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과 특유의 걸출한 입담을 했다가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재판에서 패한다. 그의 변호사였던 '에드 마스리(이하 에드)'는 그녀의 건출한 입담으로 재판에서 졌다고 항변하지만, 모든 걸 잃은 그녀는 당신이 책임지라며 그의 변호사 사무소에 취업시킬 것을 요구했고, 에드는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장부 정리를 맡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장부 정리를 하며 에린은 특이한 점을 발견한다. 부동산 관련 서류 장부에 난데없는 의학 기록이 있던 것. 부동산과 전혀 상관없는 의학 기록이 왜 끼여있는지 의문을 갖던 에린은 이 서류에 흥미를 느껴 더욱 깊게 파고든다. 1주일 간 그녀는 이와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류를 찾아 헤맨다.
(좌) 에드 역의 故 앨버트 피니 / (우) 에린 역의 줄리아 로버츠수상함을 느낀 에린은 부동산 상담을 요청했던 힝클리 지역 주민을 찾아간다. 내용은 힝클리에 있던 PG&E가 본인들 집을 사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그 금액이 합당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것. 그러면서 본인 남편은 오래도록 아팠는데, PG&E가 모든 병원비를 내주고 있다는 것. 본인이 먼저 내고 후에 돌려받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모든 걸 부담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뭐가 좋다고 해서 지역 주민의 병원비를 전부 내준단 말인가? 이윤인즉슨, PG&E에서 쓰는 '크롬' 때문이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 에린은 독극물 학자를 찾아가고, 놀라운 사실을 듣는다. 크롬의 종류 중 '6가 크롬'이 있는데, 이는 인체에 해로우며 DNA에 들어가면, 자식에게까지 유전된다는 내용이었다. 보통 발전소는 엔진 과열을 막기 위해 크롬을 사용하는데, 이때 녹이 스는 걸 방지하기 위해 '6가 크롬'을 사용한다는 것.
더 자세한 정보를 알기 위해 에린은 힝클리 지역 수도국을 찾아간다. 거기서 PG&E가 어떤 크롬을 사용했고, 농도는 어느 정도였는지를 확인했는데, 분노할 결과가 나온다. PG&E가 6가 크롬을 기준치 이상으로 사용했고, 이것이 지하수로 스며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갔다는 것. 때문에 정화 및 폐기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놀라운 반전은 PG&E가 몇 년 전 힝클리 지역 주민들에게 크롬 3가 좋은 것이라고 말하며, 홍보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방출하고 있는 건 6가 크롬인데, 주민들에게는 크롬 3을 배출하고 있다고 속인 것. 에린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린이 만난 마을 주민의 암 원인은 바로 옆에서 독성물질을 배출하고 숨기고 있던 PG&E에게 있었다. 그러면서 모든 병원비를 내주며 착한 행세를 했고,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아 25만 달러가 상한선이라며 재판을 무마하려고 한다.
분노한 에린은 이건 말도 안 된다며, 에드를 설득해 재판을 제대로 할 것을 요구한다. 어려 어려움을 거쳐 재판을 오래도록 끌고 갔고, 결국 그녀와 에드는 거대 기업 PG&E로부터 승리한다. 600명이 넘는 힝클리 주민이 이 재판에 참여했고, PG&E는 총 3억 3천3백만 달러(현재 한화 약 4,000억)의 보상금 지불을 명령받는다. 이는 미국 집단 소송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그리고 처음 에린이 찾아간 집에게 할당된 보상금 액은 50만 달러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비판해야 할 내용은 생명에 위험이 되는 일을 은폐하고 속이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알 수 있지만, PG&E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문제가 없다는 듯이 지역 주민들을 우롱했고, 양심에 가책을 느꼈는지 지역 주민과 그 가족의 병원비를 전액 지급하는 파격적인 사회공헌 사업을 펼쳤다. 사회공헌 워싱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기업 사회공헌은 기업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다음에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경영에서 소비자 건강에 큰 혜를 끼치고,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면서 마치 우린 좋은 기업이에요, 우린 지역사회를 위해 애쓰고 있다며 사업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기업 시스템이 환경과 지역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 오히려 이득을 주는 상황에서 더 지역사회와 함께 하겠다는 의미에서 사회공헌 사업을 한다면 너무 오케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워싱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이후에도 PG&E는 여러 사건에 휘말렸다. 대표적으로 2017년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이다. 2017년 10월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18건의 산불의 원인이 PG&E 전선으로 지목됐고, 당시 화재로 809㎢의 면적이 불에 탔으며, 3천256개의 구조물이 소실되고 22명이 사망했다. 해당 산불은 17일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PG&E의 대표는 사퇴했고, 배상금은 300억 달러(약 33조 원) 이었다. 해당 배상금을 지불하기 어렵다며 PG&E는 파산 보호 신청을 했고, 현재 받아들여진 상태다.
어느 기업도 완벽할 수 없다. 어떤 기업도 일부러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서 경영을 하진 않는다.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본인도 모르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기업에게 바라는 태도는 기업 경영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시스템을 잘 갖추고, 문제가 발생하면 깨끗이 인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거대 기업 PG&E가 자신들의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그 문제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본인들이 좋게 알려지게 사회공헌으로 워싱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혹여 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한 번쯤 봐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