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감독 : 메튜 본, 출연 : 콜린 퍼스, 태런 에전트, 사무엘 L. 잭슨 / 2015.02.11)
- 기후변화를 해결하려는 기업가 -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는 에그시(태런 에전트). 그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생활한다. 그의 아버지는 에그시가 어릴 때 사망했다. 홀로 남은 엄마는 조폭 딘과 연애하며 에그시를 키운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에그시,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재능을 보이는 영역에서도 금세 그만두고 만다. 에그시는 높은 IQ와 주니어 체조 대회 2회 연속 우승, 해병대 복무라는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특히나 해병대에서는 특출 난 성과를 보였는데, 어머니의 반대로 그만두고 만다.
에그시의 어머니가 반대한 이유는 그의 남편이 군인이었고, 전투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고귀한 사람들을 지켜주다 개처럼 죽었다고 생각하는 어머니는 에그시도 그렇게 될까 두려워한다. 무엇하나 할 수 없는 에그시는 사고를 치고 다니며, 엄마의 조폭 애인 딘의 부하 차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쫓겨 철창신세를 지기 직전까지 간다. 그때, 아버지의 부고를 전한 정장 입은 사내가 건네 목걸이가 떠오른 에그시. 해당 번호로 전화해 "Oxford not brogues'라고 말한다. 영문도 모르고, 풀려난 에그시, 그 앞에 목걸이를 준 사내가 찾아와 킹스맨이 될 기회를 준다.
킹스맨은 비밀 첩보 조직으로, 과거 에그시의 아버지가 활동하던 조직이다. 미션 달성 중 동료를 지키다 사망했다.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똑같이 걸으며, 에그시는 결국 킹스맨 에이전트가 된다. 킹스맨이 된 그에게 주어진 미션은 세계적인 기업가 '리치먼드 발렌타인'의 계획을 저지하는 것.
발렌타인의 계획은 자신에게 필요한 소수의 정치인, 기업가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을 없애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기업이 만든 유심칩을 모든 사람에게 뿌리고, 그 유심칩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치고받고 싸워서 죽이게 하는 것. 유심칩에는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는데, 이는 사람들의 공격성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증폭된 공격성은 옆에 있는 누구든 죽이게(정확히는 죽이고 싶게) 만든다.
대개 스파이 영화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악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정의는 승리한다. 킹스맨에서도 마찬가지다. 발레타인의 계획은 에그시에 의해 저지된다.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런 글을 쓸 필요가 없다. 내가 주목한 건 발레타인이 인간을 없애고자 했던 이유다.
리치먼드 발레타인이 인간을 죽이려고 한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수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음에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기후변화는 눈속임이고, 이미 인류는 돌이킬 수 없다.
그의 대사에 따르면, 인간은 바이러스고 지구는 숙주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죽이는데, 숙주는 열을 내뿜어 바이러스를 죽이려고 한다. 지구의 온도 상승은 지구가 바이러스(인간)를 죽이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는 과정인 것이다. 즉,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인간을 죽일 것이라는 것.
지구를 살리고, 인간을 살리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없애야 한다. 즉 인간을 없애는 것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인 것이다. 다행히 발렌타인은 이럴 힘이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가 행한 퍼포먼스에서 유추해보자.
발렌타인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망과 통신망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전 세계 사람에게 무료로 유심칩을 줄 수 있을 만큼 자금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부하인 가젤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라고 하자 "누가 그런 거 신경 쓴데?"라고 반박하며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정도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사용할 통신망과 인터넷망을 가지려면 우주에 인공위성을 몇 대를 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테슬라 일론 머스크가 쏜 것에 몇 배나 되는 인공위성을 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나눠준다면, 돈이 얼마인가. 유심칩은 그렇다고 쳐도, 통신요금은 얼만가. 대략 1인당 월평균 통신비가 5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70억 명이 월 쓰는 통신비 합계는 350조 원이다. 그가 가진 기업의 가치가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된다.
발렌타인은 기후변화를 막겠다는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전 세계에 있는 귀빈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계획을 실행한다. 사람들에게 무료 심카드를 나눠주고, 서로를 죽이게 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거기까지였다. 물론 많은 수가 죽었겠지만, 모두가 죽지는 않았다. 끝내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처참하게 죽는다.
발렌타인의 계획이 분명 극단적이고 현실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확실한 건 인간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실제 인구수와 기후변화는 관련이 깊다. 인구가 많을수록 사용되는 생필품, 식량, 전기, 물이 많아진다. 이 모든 건 기후변화와 관련된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활동에서 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인구 안정화가 큰 화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인구가 줄어들면 실제로 기후변화가 늦춰질까? 그렇다. 인구가 줄면, 기후변화가 늦춰질 수 있다.(물론 기후변화 막자고 전쟁을 일으켜 인구수를 극단적으로 낮추자는 건 아니다. 절대로 절대로 아니다.)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민족이 있다. 몽골이다. 칭기즈칸이 이끌던 몽골제국 군대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까지 영향력을 미쳤다. 그들의 전략은 간단했다. 달려가면서 보이는 모든 것을 그냥 죽이는 것이었다. 보통 점령을 하고, 복종하게 한 뒤, 나라를 다스리는데, 몽골제국은 그렇지 않았다. 지나가는 마을의 모든 사람을 죽이며 정복해 나갔다.
실제 칭기즈칸의 군대가 보이는 모든 사람을 죽임으로써 기후변화를 200년 늦췄다는 견해가 있다. 칭기즈칸의 정복 활동으로 중국 내 인구가 급감했고, 유라시아 대륙에서 4,000만 명의 인구가 감소했다. 주요 대도시 인구가 급감하고, 그들이 사용하던 석탄과 목재 사용량이 줄면서 기후변화가 늦춰졌다는 견해다. 인구가 없어진 도시엔 삼림이 다시 재건됐고, 산림이 광합성으로 줄인 탄소량이 7억 톤이 넘는다고 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어쩌면 정말 막을 수 없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게 아닐까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아무리 플라스틱을 안 쓰고, 전기를 아끼고,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소용이 없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런 시기에 킹스맨을 다시 봤는데, 리치먼드 발렌타인의 모습이 조금은 애처로우면서도 어떻게든 기후변화를 막으려고 극단적으로(거기에 더해 오로지 본인에게만 유리하고, 본인만 살려고) 시도한 것처럼 보였다. 이런 극단적인 시도 말고, 모두가 함께 공존하고 살기 위해선 정말 모두가 기후변화를 내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