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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Mar 06. 2022

어떤 국가를 꿈꾸는가

책,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돌베개, 개정 신판 1쇄, 2017.01.23)

- 어떤 국가를 꿈꾸는가 -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 4회에 걸친 후보자 토론회가 진행됐고, 네거티브 선거전과 단일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와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국내 상황과 해외 상황을 동일 선상에 두고 보는 건 어렵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내가 뽑는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그가 어떤 신념과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내 삶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영향을 주면 좋겠지만, 누군가의 희생을 만드는 나쁜 영향도 줄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새삼 투표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하루빨리 러시아의 침략이 멈추고 우크라이나가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책, <국가란 무엇인가>는 철학자들의 사상이 국가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지, 국가를 통치하는 정치는 어떤 게 있는지,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고, 오늘날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저자인 유시민 작가는 국내 대표적 진보 인사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고, 진보 정당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했다. 그 때문에 책 내용에서 진보적 시각을 더 많이 다룬다.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고, 그 다양한 국가 안에서 사람들의 성향도 다르다. 민주주의 국가가 있는가 하면, 공산주의 국가도 있고. 보수가 있으면 진보도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도 나뉜다. 이렇게 보면 특정 기준으로 칼로 자르듯 구분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국가주의 국가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사회질서유지와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이유를 들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대표적 예로 영화 <변호인>에서 곽도원 배우가 연기했던 차동영이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국가를 위해서 죄 없는 학생들에게 죄를 씌어 고문하고, 협박하고, 거짓 자백하게 했다. 소외 반동분자인 빨갱이는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는 엄청난 위협이다. 국가를 위협하는 것은 그 무엇이든 박멸한다는 생각으로 펼친 그의 행동이 국가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건, <변호인>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는 대사가 나온다는 점이다. 극 중 송강호 배우가 맡은 송우석 변호사가 차동영을 증인 심문하는 과정에서다. 차동영 배우는 "내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판단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송우석 변호사는 "증인이 말하는 국가란 도대체 뭡니까?"라고 묻고, 분노한 차동영은 "변호사라는 사람이 국가가 뭔지도 몰라?"라고 소리친다. 송우석 변호사의 답변은 이렇다.


"압니다. 너무 잘 알지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극 중 차동영은 국가주의에 입각해 국가를 위협하는 빨갱이를 숙청하려고 했다. 반면, 송우석 변호사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법치주의에 위반되는 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그 누구도 정당하지 못하며, 잘못됐고, 막으려는 법치주의에 입각해 말한다.


일부 권력자들의 심각한 오용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법치주의'라는 말이 큰 오해를 받고 있다. 법치주의는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은 권력 그 자체의 속성이기 때문에 어떤 주의(主義)도 필요하지 않다. 법치주의는 권력이 이러한 속성을 제멋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원칙이다. 법치주의는 통치받는 자가 아니라 통치하는 자를 구속한다. 권력자가 주관적으로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이 그에게 위임한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방법의 한계를 넘어서 그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권력행사를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법치주의에서 일탈하면 권력은 정당성을 상실하며, 정당성이 없는 국가권력에 대해서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p.57~58)


끝내 승리한 건 법치주의에 입각한 송우석 변호사였고, 이후 1987년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직선제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지금의 민주주의로 변하게 됐다. 그 이후 지금까지 쭉 투표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역구 의원, 시장, 도지사, 구청장을 뽑고 있다. 이 투표를 통해 향후 몇 년간 우리나라를 책임질 권한을 갖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즉, 내가 바라는 국가를 만들어줄 사람을 내가 직접 뽑는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그 권력의 따라 내가 살고 있는 국가가 달라진다.


어떤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정의를 실현할 능력 있는 국가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혼자 힘으로 훌륭한 국가를 만들지는 못한다.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주권자인 시민들이다. 어떤 시민인가? 자신이 민주공화국 주권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대통령이 된 것과 똑같은 무게와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이다. 주권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이며 어떤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잘 아는 시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면서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행동할 줄 아는 시민이다. 그런 시민이라야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p.310)


국가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솔직히 책에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내 집중력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책이 어려웠던 건지 머릿속에서 잘 남는 게 없었고, 앞 내용과 헷갈려 다시 돌아가서 읽었다.


선거가 코 앞이다. 내가 하는 투표 하나로 극적인 당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내가 한 투표가 모이고 모여 대통령이 뽑히고, 내 나라의 5년 미래가 결정된다. 내가 어떤 국가를 꿈꾸는지에 따라 내가 뽑는 후보도 달라진다. 남은 기간이라도 내가 꿈꾸는 국가와 나와 맞는 후보가 누구인지 더 살펴봐야겠다.


밑줄

- 국가가 융성한다고 해서 그 나라의 모든 국민이 풍요롭고 행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혼란스럽고 가난하고 폭력과 무질서가 판치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 훌륭한 삶을 누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주어진 기회를 살리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는 일차적으로 국가의 상황에 좌우된다. 우리 삶에서 훌륭한 나라에서 태어나 살고 후손들에게 더 훌륭한 나라를 물려주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별로 많지 않다.(p.12)


- (국가주의를 가진 자들) 그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사회질서유지와 국가안전보장이다. 다른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 가난한 아이들과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 장애인과 중증질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쁠 것은 없지만 국가가 꼭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직접 그 혜택을 보는 경우에도 이런 정책을 펴는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진보를 표방하거나 개인의 자유를 국가의 권위보다 앞세우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국가관을 의심한다.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부동산 투기를 하고, 술에 취해 사람을 때리고, 여성을 추행하고, 권한을 남용하고, 탈세를 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도 그 사람이 국가안보를 중시하고 보수당에 속해 있을 경우에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는 데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잘못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국가운영은 국가관이 확실한 사람이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다.(p.48~49)


- 일부 권력자들의 심각한 오용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법치주의'라는 말이 큰 오해를 받고 있다. 법치주의는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은 권력 그 자체의 속성이기 때문에 어떤 주의(主義)도 필요하지 않다. 법치주의는 권력이 이러한 속성을 제멋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원칙이다. 법치주의는 통치받는 자가 아니라 통치하는 자를 구속한다. 권력자가 주관적으로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이 그에게 위임한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방법의 한계를 넘어서 그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권력행사를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법치주의에서 일탈하면 권력은 정당성을 상실하며, 정당성이 없는 국가권력에 대해서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p.57~58)


- 로크는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데 그쳤지만 루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가 법치주의를 위반하는 경우 인민에게 정부를 무너뜨릴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논리를 펴기 위해 그는 국가와 정부를 매우 엄격하게 분리했다. 정부는 국가와 주권자를 연결하는 중개 단체일 뿐이다. 다시 말해 법률의 집행과 사회적・정치적 자유를 유지할 책임을 맡은 중개 단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군주는 개인이 아니라 중개 단체인 정부를 총칭하는 말이 된다. 정부 또는 군주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고용되어, 맡겨진 권력을 주권자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대리자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대리자에게 불과한 정부가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다면 국가가 해체될 수 있다. 국가를 수립한 사회계약이 파기되는 것이다.(p.65)


-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목적이 가장 훌륭한 사람을 권력자로 선출하여 많은 선을 행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목적과 강점은 사악하거나 거짓말을 잘하거나 권력을 남용하거나 지극히 무능하거나 또는 그 모든 결점을 지닌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나쁜 짓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p.116)


- 미디어가 왜곡되어 있으면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타락할 위험이 커진다.(p.124)


- 예컨대 우리는 국가의 명령을 따르려고 희생을 감수한 모든 사람을 애국자로 간주한다. 어떤 곳에서도 심지어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 국민을 동원하여 대량의 전사자를 낸 경우에도, 국가는 그 전자사를 국가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른 성스러운 존재로 찬미한다. 그렇게 해서 깊은 정신적 타격을 입은 유족을 위로하고 감사하고 위무한다. 유족이 가슴에 품은 비애와 공허감, 애절한 심정을 국가는 그 같은 '국가의 이야기'로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국민들이 유족과 전사자들에게 공감함으로써 그들을 모범으로 삼아 '우리 역시 그들을 계승해야 한다'는 '자기희생의 논리'를 만들어낸다.(p.144~145)


- 국가주의자들은 애국심이 가장 고귀한 사랑의 감정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이 말을 즐겨 쓴다. 대통령 선거 때 어떤 대통령 후보는 애국심이라고 쓴 어깨띠를 메고 선거운동을 하며, 많은 후보들이 선거 홍보물에 태극기 앞에 서서 찍은 시진을 쓴다. 자기네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애국심이 없다고 비난한다. 이는 매우 효과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애국심을 사악한 감정으로 여기는 사람이 별로 없는 만큼, 그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대놓고 비판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p.151)


- 진보와 보수는 사유 습성과 생활방식, 제도의 변화에 대응하는 정신적 태도를 가리킨다. 진보는 생활환경의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사유 습성과 생활방식, 그에 따르는 제도의 조정 필요성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려는 정신적 태도이며, 보수는 익숙한 것을 지키려 하다 보니 변화를 거부하게 되는 태도를 말한다.(p.207)


- 진보의 힘이 '순수'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진보의 힘은 '섞임'에서 나온다. 진보를 추동하는 근본적인 힘은 인간의 보편적 이성이다. 사회의 진보는 인간 이성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진다. 하나의 이념이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성이 성장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이념이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정치조직에서도 이성의 힘이 자라기는 어렵다. 다양성을 내포하지 않고서는 정당도 정치도 국가도 인간도 성장하지 못한다.(p.307)


- 훌륭한 국가에서 살고 싶다면 좋은 정당, 민주적인 정치, 효율적인 행정을 실현하는 일에 시민들이 더 큰 관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p.310)


- 어떤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정의를 실현할 능력 있는 국가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혼자 힘으로 훌륭한 국가를 만들지는 못한다.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주권자인 시민들이다. 어떤 시민인가? 자신이 민주공화국 주권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대통령이 된 것과 똑같은 무게와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이다. 주권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이며 어떤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잘 아는 시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면서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행동할 줄 아는 시민이다. 그런 시민이라야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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