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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Mar 24. 2022

세상이 바뀌려면
비즈니스가 바뀌어야 한다

책, <엘리트 독식사회>



엘리트 독식사회
(아난드 기리다라다스 / 생각의 힘/ 1판 1쇄/ 2019.06.10)

- 세상이 바뀌려면 비즈니스가 바뀌어야 한다 -


비즈니스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는 중요한 질문이다.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비즈니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단, 전제 조건이 성립돼야 한다. 문제를 만드는 시스템이 아니라,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 시스템에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다. 이 전제가 성립된 상태에서 발휘되는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면, 비즈니스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에이비앤비를 예로 들자. 에어비앤비는 혁신적이다. 내 방의 일부를 대여해줌으로써 소득 창출한다. 호텔 하나 소유하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많은 방을 소유했다. 여행하는 사람들은 값싸게 방을 잡을 수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국내 연예인이 우크라이나 지역의 방을 에어비앤비로 장기 렌트한 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그 기사를 읽고 무릎을 쳤다. 개인이 플랫폼을 이용해 할 수 있는 멋진 선행이었다. 에어비앤비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시도였다. 하지만, 과연 이런 긍정적인 효과만 있을까?


에이비앤비는 기본적으로 집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집이 없는 사람이 호스트가 되어 방을 빌려줄 수는 없다. 호스트가 에어비앤비를 하는 이유는 빈 공간을 활용해 돈을 벌기 위해서다. 에어비앤비 이용자 90%가 관광객인 것을 감안하면, 호스트들은 장기가 아닌 단기 임대를 할 수밖에 없다. 단기 임대는 장기임대보다 더 돈이 된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며칠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그 금액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호스트 입장에서는 장기임대로 주는 것보다 단기 관광객을 꾸준히 받아 임대하는 게 돈이 더 된다. 


이 말인즉슨, 단기 임대의 이익을 넘어서지 않는 장기임대는 매물 자체가 적어진다는 말이다. 매물이 적어지면, 가격은 상승한다. 즉, 집값이 상승한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차오르는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점점 외곽으로 밀려난다. 가난한 사람은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하고 싶어도, 높아지는 집값에 집을 구하지 못해 호스트를 할 수 없다.


"To live in the world where one day you can feel like you’re home anywhere & not in a home, but truly home, where you belong.”(당신이 있는 어디에서나 집처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에어비앤비 미션)


에어비앤비 자신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는 상황에서, 그로 인해 변두리로 쫓겨나게 되는 상황에서, 누구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꿨다는 비즈니스로 인해, 가난한 이들이 더욱 가난해지는 상황에서 과연 세상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책, <엘리트 독식사회>는 비즈니스가 세상을 바꾼다는 엘리트들의 열망과 위선을 다룬 책이다. 책에서는 '마켓 월드'라는 엘리트 카르텔을 주로 다루며, 이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이 사고방식에 위배되는 생각이나 발언을 어떻게 배제하는지, 그런 제한된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고취시키고 설득해 나가는지를 다룬다.


마켓 월드에 포함된 사람들은 금융, 경영, 컨설팅에 종사하며 비즈니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며, 그들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더욱 견고히 하는 지식 소매상들이 포함된다. 마켓 월드는 제한적 시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외에 것은 비즈니스와 기술이 발달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마켓 월드의 생각과 컨설팅 기업인 '프로토콜'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의 규모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생각의 범위를 줄이고 참조하는 데이터의 양을 제한하라. 이것이 프로토콜이다. 이렇게 시야를 좁히는 것이 당신의 문제 해결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도록 프로토콜은 80대 20의 법칙을 제안한다.(p.223)


지금은 비즈니스적 접근이 사회적 질병에 대한 치료제로 제시되고 있지만, 지난 한 세대에 걸쳐서 오히려 사회적 질병을 키워왔다는 점을 포터는 신중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핵심에는 프로토콜에 대한 비판, 즉 전체를 조망하기를 거부하고 현실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그 특유의 방식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해악을 끼쳤는지에 대한 설명이 자리해 있었다. 포터는 지난 세대에 걸쳐 기업들이 세계화를 내걸면서 자신들이 지역사회에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p.234~235)


프로토콜은 제한적으로 세상을 본다. 에어비앤비 사례를 예로 들면,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장기 임대를 하고 무료로 개방하는 사례만 보는 것이다. 이것만 보면 에어비앤비는 사회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크게 보면(내 생각으로 더 정확하게 보면) 에어비앤비는 집이 없는 사람의 삶을 더욱 가혹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 제한된 시각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된다면, 생각은 왜곡되고,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된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 문제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시스템은 전혀 문제가 아니고, 이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이 시스템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퇴보시키고, 문제를 만들며, 해결을 방해하는 방해꾼으로 묘사하게 된다. 문제는 경제와 사회의 많은 권력이 이들 손에 있다는 점이다. 


사회의식이 있는 골드만삭스의 금융인들은 녹색 채권과 임팩트 투자 같은 '윈윈 win-win' 계획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한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기술 회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운전기사를 하게 하거나 남는 방을 빌려주도록 함으로써 자신들이 이들의 힘을 길러주고 있다고 말한다. 경영 컨설턴트와 월스트리트의 두뇌들은 자신들이 더 위대한 평등의 추구로 인도하겠다고 사회적 부문을 설득하여 이사직을 맡는 등 지도적 지위를 차지하고자 애쓴다.(p.15~16)


진보를 일구고 사람들을 돕고 세상을 바꾸는 만능 출입 카드로서 비즈니스에 대한 믿음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결과 국가의 인재를 선발하는 백안관까지도-공화당이 장악했든 민주당이 장악했든 가릴 것 없이- 국가의 운영 방식을 둘러싼 결정을 내릴 때 점점 더 컨설턴트와 금융가의 특별한 재능에 의존하게 되었다.(p.55)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보고, 말하고, 바꿔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내건 미션과 현실 사이에 괴리는 없는지 제대로 바라보고, 그 괴리를 좁히거나 없애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또한 그 전략을 기업 경영 전반에 내재화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 핫이슈인 ESG가 그런 시스템 변화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ESG는 잘 알려졌다시피,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약자다. ESG 경영이란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가치까지 동일 선상에 두고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이다. 기업이 한 선택이 일으키는 매출 증대와 환경오염 비용을 동일 선상에 두고 선택을 하는 것이다. ESG 투자는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가치까지 고려해 장기적으로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ESG 요소를 투자의 위험요소로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ESG 경영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기업이 미치는 환경과 사회적 위험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경영을 통해 만든 매출과 순이익에 환경과 사회에 미친 악영향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이것까지 함께 담아 판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환경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자체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변화는 경제적 불평등과 환경오염, 양극화가 해소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는 이런 것을 배제하고 오로지 매출과 순이익, GDP로만 평가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변화다. 기존 경영 시스템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효율성과 가성비로 인해 위험의 외주화와 비용의 최소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세상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시스템 변화 없이,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한 채 이루어지는 혁신적인 비즈니스는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원인 제거 없이 상처만 아물게 하는 꼴이다.


나는 비즈니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려면 비즈니스를 바꿔야 한다. 비즈니스의 변화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적 시스템의 변화다. 변화된 시스템이 완전히 적용되고, 그 위에서 이루어지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려면 비즈니스가 바뀌어야 한다.


밑줄

- 이들의 구상은 대체로 민주적이지 않으며, 집단적인 문제 해결이나 보편적인 해결책을 고려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민간의 재단 등을 활용해서 자선을 베푸는 방식을 선호하며, 시장의 방식으로 문제를 파악하려 하고 무엇보다도 정부를 우회하고자 한다. 요컨대 불공정한 현 상태의 승자와 이들의 승리에 일조한 도구, 사고방식, 가치관이 불의를 시정하는 비결이라는 매우 영향력 있는 견해를 표방한다. 그 덕분에 불평등의 시대에 원한의 대상이 될 위험이 가장 큰 이들이 오히려 우리의 구원자로 변신한다.(p.15)


- 사회의식이 있는 골드만삭스의 금융인들은 녹색 채권과 임팩트 투자 같은 '윈윈 win-win' 계획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한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기술 회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운전기사를 하게 하거나 남는 방을 빌려주도록 함으로써 자신들이 이들의 힘을 길러주고 있다고 말한다. 경영 컨설턴트와 월스트리트의 두뇌들은 자신들이 더 위대한 평등의 추구로 인도하겠다고 사회적 부문을 설득하여 이사직을 맡는 등 지도적 지위를 차지하고자 애쓴다.(p.15~16)


- 우리 시대에 쏟아져 나오는 엘리트 주도의 사회변화가 상당히 유익하고 고통을 달래주며 생명을 구한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엘리트의 유용함은 "해결책이 아니"라 "곤경의 악화"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도 새겨보아야 한다. 100여 년 전,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대에 그는 "최악의 노예 소유주는 자신의 노예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서 그 시스템으로부터 고통받는 이들과 그 시스템을 심사숙고하는 이들이 그것이 가진 끔찍함을 깨닫거나 이해하지 못하게 했던 사람들이었고, 마찬가지로 현재 영국의 상황에서 가장 해악을 끼치는 이들은 가장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p.19)


- 부자들을 공공 문제 해결의 지도적 위치에 배치한 이와 같은 방법이, 이들을 위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저지하는 권력까지도 함께 부여한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선호하는 큰 문제의 해결 방법에 내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나에게 그 일을 주도할 권한을 준다면, 내 기부금의 원천인 상속이나 기업을 약화할 만한 해결책은 권장하지 않을 것이다.(p.49)


- 진보를 일구고 사람들을 돕고 세상을 바꾸는 만능 출입 카드로서 비즈니스에 대한 믿음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결과 국가의 인재를 선발하는 백안관까지도-공화당이 장악했든 민주당이 장악했든 가릴 것 없이- 국가의 운영 방식을 둘러싼 결정을 내릴 때 점점 더 컨설턴트와 금융가의 특별한 재능에 의존하게 되었다.(p.55)


- 그는 자신이 칭송하는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아무런 힘없는 사람들에게 행한 착취와 불법으로 인해 현재 심각한 제재에 직면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자신과 그 회사들이 약자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시위 중이던 파리의 운전자들은 "전쟁 지역"을 만들고 그와 그의 아이를 위협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는 지방 도시의 규제에 반발하면서 부패를 청산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는 마치 벤처 자본가로 환생한 마틴 루터처럼 뉴욕시 택시리무진위원회의 문에 반박문을 붙이며 인기 없는 자기만의 진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오늘날 벤처 자본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들에 속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보잘것없는 한 남자였다.(p.114)


- 비록 자산 소유나 피고용인의 시간에 대한 통제 등 친숙한 형태의 권력의 덫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버가 운전자의 서비스를 감독하고 추적하고 통제하고 피드백을 주는 다양한 방식이 "권력의 기능"에 해당한다고 판사는 주장했다. 운전자들이 공장에 고용된 노동자들과 같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계약자도 아니었다. 이들은 사소한 위반으로도 해고될 수 있었다. 그것이 권력이다.(p.121)


- 우리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신흥 권력의 중심이 자신의 권력을 부정하고, 나아가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변화의 전망을 퍼뜨리면서 스스로 부를 축적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태도가 아주 냉소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술 세계는 오랫동안 자신이 창조하는 도구들이 본래 평등을 지향하며 권력의 분할을 확대하기보다는 축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p.121)


- 이러한 신념이 마켓 월드, 특히 실리콘밸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너무도 명백하다. 세상은 잔인하고 불공평할지 모르지만, 만일 당신이 기술의 씨앗을 뿌린다면 그 땅에도 평등의 싹이 움틀 것이다.(p.122)


- 떠오르는 유형이 지식 소매상으로 이들은 최근 지적 생산에 꽤 많은 후원을 하는 대부호들과 어울리고는 한다. 지식 소매상들은 '한 가지 엄청난 것을 알고 있고 자신들의 중요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드레즈너는 말한다. 이들은 회의론자가 아니라 "진정한 신념가"이다. 이들은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하는 낙관주의자다. 이들은 권위에 기대어 연역적으로 추론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의 경험에서부터 귀납적으로 추론한다. 이들은 권력을 심하게 다루지 않는다.(p.152)


- 우리 시대의 지식 소매상들은 우리가 문제를 정확히 반대로 인식하도록 돕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불의, 해고, 책임지지 않는 지도자, 불평등, 공동체의 유기, 위태로운 시민들의 삶 등 단박에 정치적이고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로 보이는 사안을 다루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여 우리가 사소한 문제에 집중하고 협소하게 이해하도록 만든다.(p.165)


- 기우사니에 따르면, 마켓 월드는 특정 아이디어가 다른 아이디어보다 더 그럴듯하며 덜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식 소매상들의 도움을 받아 특정 아이디어를 육성하는 역할을 했다. 기우사니가 보기에, 예컨대 "빈곤"의 문제로 표현된 아이디어는 "불평등"의 문제로 표현된 아이디어보다 더 잘 수용된다. 이 두 가지는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빈곤이 누군가의 책임을 묻지 않는 물질적으로 결핍된 상태라면, 불평등은 그보다 더 우려할 만한 상태다. 불평등은 어떤 이는 갖고 다른 이는 갖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이는 불의와 부정이라는 관념을 들여온다. 그리고 관계를 드러낸다. 그는 말했다. "빈곤은 본질적으로 여러분이 자선을 통해서 다룰 수 있는 문제입니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빈곤을 목격한다면 수표를 끊어서 문제를 작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평등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돌려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애초에 당신이 돌려주려는 그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아닌가요?" 기우사니가 말했다. 그는 불평등은 시스템의 본질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평등에 맞서는 것은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한다. 특권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 보면, 결국 자신의 특권이 주목받는 것이다.(p.200)


- 눈앞에 펼쳐진 현실의 규모에 압도되지 않으려면 생각의 범위를 줄이고 참조하는 데이터의 양을 제한하라. 이것이 프로토콜이다. 이렇게 시야를 좁히는 것이 당신의 문제 해결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도록 프로토콜은 80대 20의 법칙을 제안한다.(p.223)


- 지금은 비즈니스적 접근이 사회적 질병에 대한 치료제로 제시되고 있지만, 지난 한 세대에 걸쳐서 오히려 사회적 질병을 키워왔다는 점을 포터는 신중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핵심에는 프로토콜에 대한 비판, 즉 전체를 조망하기를 거부하고 현실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그 특유의 방식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해악을 끼쳤는지에 대한 설명이 자리해 있었다. 포터는 지난 세대에 걸쳐 기업들이 세계화를 내걸면서 자신들이 지역사회에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p.234~235)


- 포터는 "비즈니스"가 어떤 고정된 수량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이는 다른 접근법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수행될 수도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모든 것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사고가 비즈니스 세계를 지배했고, 그 결과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심지어 상처를 입히는 행동이 당연한 권리인 양 행해졌다. "우리는 일종의 만화를 창조했습니다." 포터가 말했다. "그 만화에 담긴 생각은 이런 겁니다. 잔여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도 직원들이 초과 근무를 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면, 당신은 당장 그 일을 실행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자유시장이고, 이윤 극대화죠."(p.239)


- 워커는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중요한 금기 사항을 어겼다. 부자들이 더 많은 선을 행하도록 고취하되, 결코 피해를 덜 입히라고는 말하지 말라. 부자들이 돌려주도록 고취하되, 결코 덜 가져가라고는 말하지 말라. 그리고 부자들이 해결책에 동참하라고 고취하되, 결코 그들이 문제의 일부라고 비난하지 말라.(p.251)


- 새로운 관대함은 그 규모가 엄청났지만, 비판도 있었다. 기부된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룰 필요가 있었다. 라이히에 따르면, 새로이 설립된 재단들은 "도금 시대의 악덕 자본가들이 아마도 부정하게 취득했을 부를 대표했기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록펠러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그의 돈을 처리하기 위해 자선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그 돈은 애초부터 썩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강력한 저항의 목소리가 대두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렇듯 재산을 쏟아붓는 자선단체가 아무리 많다 한들 그 재산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벌인 잘못을 배상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p.255)


- 지나치게 가져가는 것을 정당화한 카네기는 "지나치게 주는" 원칙도 제시했다. 대중에게 주는 것이 그저 선행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당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돈, 그리고 대중이 쓸 수 있는 돈은 사실 당신의 돈이 아니다. 카네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동시에 돈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제안하고 있었다. 역사학자 레비는 "이상하고, 겉보기에 모순적인 그림"이라고 말한다. "책상 앞에 앉은 카네기가 카네기 철강 회사의 경영진에게 임금을 대폭 삭감하라고 지시하는 편지 한 통을 쓴 다음, 자선활동 담당 임원에게 자신의 부(그 임금을 대폭 삭감해서 번 이윤)를 재량껏 기부하라고 또 다른 편지 한 통을 쓴다." 이렇게 보면 카네기에게 불평등이란 가져가는 단계와 돌려주는 단계 사이의 짧은 상태에 불과했다. 그는 돌려주는 일이야말로 "일시적인 부의 불평등한 분배에 대한 부자와 빈자의 화해, 화합의 지배를 가져오는 진정한 해독제"라고 말했다. 일시적인 불평등이라는 이 관념은 특히 중요하다. 카네기가 보기에 불평등은 과도적인 것, 진보를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그 진보의 열매 덕분에 곧 돌이킬 수 있는 것이었다.(p.262)


- 카네기의 시각에서 보면 불평등은 진보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이었다. 경제가 변화하고,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고, 어떤 이들은 그것을 이용하는 법을 알아냈다. 그들의 부는 급증했고, 다른 이들은 초라한 오두막에 남겨졌다. 워커는 "불평등이 선행요인들, 예컨대 뿌리 깊은 선입견과 역사적인 인종, 성별, 종족 편견에서부터 역진적인 조세 정책에 이르는 이미 존재하는 조건들 위에 형성되며, 제도와 구조에 누적된 이 조건들이 불평등을 곪아 터지게 한다"라고 주장함으로써 카네기의 그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변화를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뒤처지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 그들의 피부색이나 장애, 그리고 이것들을 다루는 방식과 관련된 사회의 정치적 선택 때문에 불운한 환경에 놓였다.(p.275)


- 워커가 보기에 바로 이 점 때문에 진보의 대가로서의 일시적인 불평등이라는 카네기의 관념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했다. 부유한 사람들은 스스로 다음과 같이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내가 부를 축적한 경기장은 평평하고 공정했는가? 시스템이 나의 이점을 강화하는 여러 방식으로 나 같은 이들에게 특혜를 주지는 않았나?" 카네기가 제시한 것처럼 부자들은 진보의 과실을 임시로 관리하는 수호자들인가, 아니면 그 진보를 세습의 방식으로 축재한 이들일 뿐인가?(p.275~276)


- 워커는 거대한 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거대한 부가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서도 사회가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다면, 자선가는 이미 해가 진 뒤에야 달래 보려고 애쓰는 바로 그 고통을 자신이 영속화하고 심지어는 악화시키면서 스스로에 대항하는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p.276)


- 워커는 특권을 지닌 이들이 이제는 자신의 언어와 심성으로 기부 세계뿐만 아니라 여타의 영역까지 지배하면서 더 큰 이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더 이상 좋은 집과 차의 특권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들은 수많은 공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도 발언권을 가진다. 그는 말한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근본적인 위계를 암묵적으로 승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구조에서는 모든 것이 자본으로 연결된다. 삶의 대다수 영역에서, 특히 모든 학문이나 가치의 개념화에서 우리는 시장에 기초한 화폐 본위의 생각을 키워왔다."(p.276)


- 미국, 영국, 헝가리 등지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보기에 이웃과 동료 시민의 욕구보다 이윤을 추구해온 글로벌 엘리트들의 통치를 거부했다. 이 엘리트들은 지역사회가 아니라 서로에게 더 충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엘리트들은 종종 10마일(약 1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보다 저 멀리 있는 곳의 인도주의적 사업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좌절한 시민들은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다루는 이들에 대해 자신들이 아무런 권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다. 반면 이 엘리트들은 이들의 노동시간을 전환하거나, 이들의 공장을 자동화하거나, 이들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어느 갑부가 만든 새 교육과정을 조용히 법제화하는 식으로 권력을 행사했다.(p.338)


- 정치가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가능성을 자신의 삶과 함께 보여주었던 클린턴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했다. 그는 비즈니스는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하며, 그와 동시에 때로는 그 수익의 명령에 반하여 아이들의 이익이 적정하게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퇴임 이후에 아마도 어느 전임자보다 더 많은 진정한 선을 행했고 더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오늘날 선이 어떠한 방식으로 행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특정한 제한을 받아들였다. 마켓 월드는 문명사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기구를 한때 이끌었던 한 남자조차도 이제 부자들이 주도하는 사적인 사회변화에 대해 말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것이 현대 세계에서 효력을 발하는 모든 것이다."(p.381)


- 그 회사는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생산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를 후원했던 벤처 자본가들은 이제 배당을 원했고, 그로 인해서 책임감 있는 실천들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카소이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팔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7년이 되었으니 최고 입찰가에 팔면"된다. 문제는 "그 사업에서 가장 큰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구매자가 책임감 있는 실천들을 "제거함으로써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가장 많이 노렸던 사람"이라는 것이었다.(p.389)


- 카소이를 괴롭게 만든 듯한, 가장 골치 아픈 질문에는 "선을 행하기 쉽게 만들어라"라는 마켓 월드의 주문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그 대신 잘못을 저지르는 회사들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인지도 있었다. 후자는 모든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비즈니스 시스템을 바꾸는 것, 시장이 아니라 정치와 법의 영역에서 싸우는 것, 좋은 사업을 장려하는 것보다 나쁜 사업을 멈추게 하는 일을 우선시하는 것을 의미했다. 카소이는 마켓 월드의 가정과 꿈, 윈윈의 변화 이론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정확히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그에게 더 진실한 것으로 느껴지는 또 다른 장르의 변화를 추구할 것인지의 문제로 씨름하고 있었다.(p.391)


- 승자들이 그 제도가 빚어낸 상태에 대해서, 그리고 다른 이들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코르델리는 말한다. "사회가 없다면 그들도 아무것도 아니며,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치 제도가 없다면 우리 모두는 타인들에 의해서 지배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지요."(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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