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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May 01. 2022

CSR의 북극성

책, <넥스트 CSR 파타고니아>



넥스트 CSR 파타고니아
(서진석 유승권/ mysc/ 초판 1쇄/ 2019.10.31)

- CSR의 북극성 -


앞서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쓴 책 두 권을 읽었다.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과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다. 두 권이 파타고니아 역사와 철학을 보여준다면, <넥스트 CSR 파타고니아>는 실제 어떤 방법을 통해서 철학을 이루어나가는지 보여준다. 내 임의로 구분하면 앞선 두 책은 모든 대중을 위한 책이고, 이번 책은 실무진들을 위한 책이다.


책, <넥스트 CSR 파타고니아>는 두 명의 저자가 파타고니아 본사 방문 후 진행한 실무진 인터뷰와 실제 사례,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실제 직접 방문해서 그런지 내용이 탄탄하다. 탄탄한 내용만큼 희망이 생기다가도, 실제 이용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동시에 들었다. 그만큼 지금 기업 경영이 일으키고 있는 문제가 많고, 바꿔야 할 것과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파타고니아가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기업 미션 달성을 위해 경영한다는 점이다. 파타고니아의 미션은 '지구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이다. 즉, 작은 것이라도 지구에 위해를 준다면 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매출과 순이익을 줄이고, 경쟁 기업과 연대를 해서라도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파타고니아의 제품이다.


파타고니아는 자사가 출시하는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참여를 이끌고,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급업체, 협력업체까지 변화를 이끌어 낸다. 단순히 1차 협력사 변화만 이끄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원재료가 생산되는 공장과 농장까지 찾아가 변화를 추구한다. 이때 변화를 강압적으로 추구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함께 협력을 하고 필요하다면 기술 노하우도 전달하면서 기다려주고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것을 통해 자사 제품이 환경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한다.


비단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협력업체가 파타고니아에 문제없는 제품을 납품한다고 해도, 해당 협력업체가 타사에 문제 있는 제품을 납품한다면 그건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 파타고니아는 경쟁기업들과 함께 협력한다. 그들과 제품의 환경성을 측정할 수 있는 인덱스를 만들고, 그것이 철저히 감시되고 그 인덕스 기준 안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도록 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파타고니아 혼자만 변하고, 산업 전체가 변하지 않으면 지금의 환경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의 혁신과 변화가 산업 전반에 스며들어 그것이 당연하게 되도록 만들고, 그렇게 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협력의 목적이다. 또한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것이 파타고니아의 기업 미션인 '지구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렇게 하는 것에 있어서 협력업체의 반응은 어떨까? 이런 제안이 협력업체에게는 까다로운 조건일 수 있다. 굳이 파타고니아 기준에 맞추지 않고, 다른 업체에 납품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들이 인터뷰한 협력업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오히려 파타고니아 기준에 맞추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 팀에서 협력업체를 평가했는데 기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당장 거래를 중단하거나 거래 가능성을 닫지는 않습니다. 부족한 점을 우리 팀과 해당 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합니다. 그리고 계획을 일정에 맞게 실행합니다. 만일 이런 개선과 지원의 과정이 없다면 그 업체는 계속 문제가 있는 채로 남게 됩니다. 이것은 파타고니아가 원하는 방향이 아닙니다. 환경, 사회 영역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을 문제가 없는 기업으로 만드는 일이 파타고니아의 방식이고, 그것이 비즈니스를 이용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p.101)


"가장 큰 이유는 파타고니아가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한번 거래관계를 맺으면 별 문제가 없는 이상 계약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 파타고니아는 오히려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거래량이 많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아웃도어 1차 생산업계에서 파타고니아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 자체가 업체의 실력과 신뢰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우리 회사는 파타고니아를 비롯해 열 개가 넘는 글로벌 의류, 스포츠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브랜드와의 신규 계약들 중에 파타고니아와의 거래관계 때문에 납품 계약이 성사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의 신생 브랜드들이 파타고니아를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파타고니아 협력업체라는 사실이 신규 거래를 트는 데 큰 이점으로 작용합니다."(p.113)


최근 ESG가 국내에 태풍처럼 불어닥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ESG를 말하고, 본인들은 지속가능 경영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속살을 까 보면 진짜 지속 가능한 걸까 의문만 남는다. 애초 기업에게 지속가능 경영을 바라는 것이 어불성설은 아닐까 싶다. 파타고니아의 모습에서 희망을 얻다가도, 의문이 드는 이유다.


파타고니아는 오랜 시간 환경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펼쳐왔다. 자신들이 마주친 문제들을 끊임없이 해결해 가며 경영 변화를 시켰다. 파타고니아가 이룬 족적은 모두 자신들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마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한 결실이다. 결코 만족하지 않고, 부족한 점과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지속 가능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국내 기업들을 보면 지속 가능성이니, ESG니, CSR이니 포기하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포기할 수 없는 건 파타고니아가 보여준 희망 때문이다. 실제 파타고니아가 일으킨 변화 덕분에 일부 산업이 변화하고 있고, 환경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있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경영 전반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분명 현실은 어둡지만, 파타고니아라는 북극성이 비추는 빛은 너무나도 밝다. 저 빛을 따라가고, 저 빛이 비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간다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CSR이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여기서 책임은 경제적, 법적, 환경적,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비즈니스 경영 전반에 걸쳐서 책임 있는 경영을 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고, 추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좋은 책임은 애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것이 기업 경영으로 환경적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개선하고 되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파타고니아가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고, 산업 전반에 걸쳐 호소하는 것일 터다.


옛날 사람들이 길을 었을 때 밤하늘에 빛나는 북극성을 따라서 걸었다고 한다. 북극성은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곳으로 인도하는 빛이었다. 파타고니아도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CSR을 한다고 하고, ESG를 한다고 하고, 지속가능 경영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럴 때 파타고니아가 북극성이 되어 주지 않을까 싶다. 그 북극성을 보고 내가 다음에 해결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차례로 비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모든 기업이 지구와 사람을 살리는 경영을 하게 되지 않을까. 현시대의 넥스트 CSR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 북극성을 제대로 바라보고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밑줄

- 사회적 기업이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들 듯이, 파타고니아 역시 맥주의 원료인 다년생 밀을 보급하기 위해 맥주를 만든다. 맥주 생산은 부차적인 목적이고,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다. 지구 상의 단년생 밀을 다년생 밀로 대체한다면,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붙들어 토양 유실을 막아 지구환경을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p.4)


- 마지막 족적은 이해관계자의 변화를 이끌면서 변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진정한 혁신은 장비의 혁신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고객의 변화를 이끈 것이야말로 혁신 중의 혁신이자 가장 어려운 혁신이다.(p.4~5)


- 둘째, 파타고니아는 이 시기에 품질 측면에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토대를 닦았다. 파타고니아 제품 품질의 근본적인 철학은 자신과 동료들이 입을 의류를 책임감 있게 만드는 것이다. 책임감이란 생명 보호, 안전, 다기능, 편리함에 대한 것이며, 향후 제품을 만드는 전체 과정에 대한 책임감으로 확대되는 기반이 되었다.(p.34)


- 파타고니아가 생각하는 '최고'의 개념은 달랐다. 보통 '최고'란 최대 매출, 시장점유율 1위를 뜻한다. 반면 파타고니아는 품질 면에서 가장 우수한 것을 '최고'로 고려했다. 이는 큰 차이다. 약 5년 사이에 매출이 5배로 뛰는 경우 보통의 회사는 최대 매출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그렇지만 파타고니아는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뗐다. 최대 매출이 '최고'를 보장해주지 않으며, 최고의 품질이란 제품에 대한 전방위적인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 파타고니아는 제품의 여려 면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튼튼한 기반을 다졌다.(p.34~35)


- 파타고니아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먼저, 환경운동을 지지하고 참여해온 파타고니아 자신도 환경피해 유발자라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자각했다. 생태경제학자 로버트 코스탄자는 "우리는 자연의 가치를 제외함으로써 아주 오랫동안 분식회계를 해 온 셈"(1998)이라고 했는데, 파타고니아 역시 그러한 산업 생태계 속에서 성장해온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하나는 의류 비즈니스를 약 20년 했지만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해 제대로 몰랐다는 자각이다.(p.38)


- 생산-소비 시스템은 대부분 자원조달-> 생산-> 판매->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직선적이고 끊긴 시스템이다. 만약 폐기에서 자원조달로 다시 이어지는 원형적이고 순환형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우리 삶은 지속 가능해진다. 특히 폐기된 재료를 재활용할 때, 원재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원래의 특징을 계속 유지하면서 다시 가공할 수 있다면 무한 순환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업사이클링이라고 한다.(p.38~39)


- 둘째는 공동자원 활용 운동 전개다. 우리가 소모하는 것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공동자원으로 본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축소(reduce), 수선(repair),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생각의 전환(reimagine) 등 5R을 비즈니스 전반에서 노력하는 한편, 고객도 소비자 관점에서 함께 노력하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은 이 일환으로 이루어졌다.(p.39)


- 파타고니아의 공동자원 활용 운동은 몇 가지 점에서 큰 문제 제기를 했다. 단지 소비자 중심의 3R(감소(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운동이나 몇 가지 재료의 업사이클링만으로 한계가 있기에,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 이전에 제품 생산과정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던졌으며, 파타고니아가 이를 먼저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p.39)


- '발자국 찾기'는 원재료의 생산단계에서부터 직조, 염색, 봉제 등 생산작업을 거쳐 물류, 배달 과정까지 추적하여 부족한 문제점을 고객에게 공개하는 방대한 작업으로,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인 장기 과제다. '100% 책임 추적 다운'은 살아있는 거위나 오리 및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거위나 오리에서 털을 뽑지 않고, 도축한 거위나 오리에서 뽑은 털이라는 것을 도축장, 사육농장만이 아니라 알 생산농장까지 거슬러 올라가 추적하고 인증하는 프로그램이다. 파타고니아는 무려 7년 간의 노력 끝에 2014년에 이를 완성했다.(p.40)


- 환경 이슈는 시대에 따라 항상 새로운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다가오는 이슈에 민감성을 기르지 않는 한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세 플라스틱 이슈 역시 의류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슈로, 파타고니아는 먼저 해결방법을 찾아다녔다. 즉각 섬유 세탁 시 미세 플라스틱의 환경영향을 측정했으며, 이 결과 옷 한 벌에서 평균 약 8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2016년 이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관련 업계에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고 제안했다. 현재도 원단 생산업체, 세탁기 제조회사와 협력방안을 다양하게 찾고 있다.(p.45)


- 두 번째 단계의 대표적인 사례는 공급망 전체를 거슬러 가며 환경, 사회적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 수준을 높이는 활동이다. 파타고니아는 이 활동을 의류, 신발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하고자, 2009년 월마트에 지속 가능한 의류 연합(SAC, 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며, 두 기업 주도하에 2010년 12개 기업이 모여 SAC가 첫 발을 내디뎠다.(p.47)


- SAC의 가장 큰 목적은 원재료 생산 단계에서부터 소비 단계까지 전 과정의 환경, 노동,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100점 만점으로 수치화한 후, 제품 태그에 보여주는 '히그 인덱스(Higg Index)'를 표준화하고 보급하는 것이다.(p.47)


- 파타고니아가 풋프린트 위원회를 설립한 첫 번째 배경은 지구환경 위기에 대한 심각성 때문이다. 통상적인 방식으로 환경,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경우 인류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절박함을 느낀 것이다. 단지 한 기업을 둘러싼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환경문제를 주목하고, 이를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풀 것인가를 고민하고자 함이다.(p.50)


- 풋 프린트 위원회를 설립한 두 번째 배경은 기후변화 등 지구환경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주체가 기업이라는 자각이다. 지구 상 조직 중에 비즈니스가 기후변화에 3분의 2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담을 지지 않고 있는 구조이며, 이러한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지구환경은 더욱 심각한 위기로 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업이 지구환경 생태계에서 얻는 이익을 '사유화'하고, 파괴하는 비용을 '사회화'하는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에서라도 문제를 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p.50~51)


- 풋 프린트 위원회는 2050년까지 내다보면서 공정거래, 지속가능성뿐만이 아니라 되살림 유기농업, 탄소 제로, 생활임금, 동물복지 정책, 미세 플라스틱 등 다가올 이슈까지 대비하려고 한다.(p.51)


- 파타고니아의 비즈니스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중 86%는 공급업체가 만드는 '재료'에서 나온다. 파타고니아 사무실, 매장, 제품 생산 및 운송 과정에서 나머지 14%가 발생한다. 대부분 환경, 사회적 책임 문제가 회사 공간 밖에서 벌어지고 있기에 CSR 업무 인원 역시 이 분야에 보다 많이 배치하는 것이다.(p.52~53)


- 흔히 CSR이 정착되면, CSR이 전사 부서에 내재화되어 궁극적으로 기능이 축소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파타고니아 사례는 CSR 부서 기능과 역할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환경, 사회적 이슈에 대응해야 하며, 비즈니스 부서 자체적으로 하기 힘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지속적으로 책임 수준을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해야 하며, 특히 나날이 환경, 사회 문제가 심화되고 있어 미래를 내다보며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p.56)


- 파타고니아도 자신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86%가 원자재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전 세계 공장, 매장, 사무실에서 배출하는 양은 불과 4%였다.(p.66)


- 산업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기업이 소유하고 직접 관리, 감독하는 영역에서만 온실가스를 줄이려 노력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원재료 생산 단계까지 거슬로 올라가며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네슬레 사례에서 보듯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p.66)


- 파타고니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의미 있는 두 개의 사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가 발자국 찾기 사업이다. 파타고니아가 발자국 찾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일반적인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지만, 해당 회사의 좋은 점만 홍보하고, 부족한 점까지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p.66~67)


-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걸고 질주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모든 것을 기업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어느 기업이 새로운 생산방식을 만들며 확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시스템의 개선 또한 요원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개선을 앞장설 '리딩 빅(leading big)'이 필요하다.(p.79)


- 무엇보다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 속도 이상으로 환경,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경제원리는 기본적으로 덧셈(+)의 원리 위에 세워져 있다. 환경을 파괴하면서 매출을 올려도 GDP, 매출, 순이익은 덧셈(+)이 되는 구조다. 환경,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없는지를 보는 뺄셈(-)의 원리가 함께 작동하지 않는 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한 사회적 가치의 증분은 환경,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결국 늘어나는 환경, 사회문제는 기업의 책임의 범위를 원자재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강화하게 만들었다.(p.82)


- 제3세계 생산 협력업체의 노동 인권, 생산 환경, 환경오염의 문제는 심각성이 분명하고,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어 있지만 손에 잡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이 문제들이 개별 기업 각각의 문제가 아니라 업체가 위치한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문제이자 현재 세계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p.91)


- 글로벌 기업들은 앞에서는 지속가능 보고서를 통해 환경,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다우 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화려한 보고서와 높은 등급 뒤에는 재무제표와 당기 순이익이라는 재무지표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제3세계 협력업체들이 제시하는 낮은 품질 가는 가격 경쟁력이 되고 당기 순이익을 높이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생산 공장이 있는 국가의 인건비나 납품가가 높아지면 수천 명이 일하던 공장의 문을 닫고 조금이라도 인건비가 낮은 나라로 공장을 옮기고 거래업체를 바꾸는 것이 글로벌 기업들의 일반적인 경영 방법이다.(p.92~93)


 - 그렇다면 마지막 소시자들에게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제3세계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생산 환경이 좋으며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브랜드의 옷을 더 많이 구입하면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은 정반대이다. 2013년 라나플라자 참사 이후 이 사건과 관련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제3세계  협력업체의 인건비를 높이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면서 그 비용을 일정 부분 옷값에 반영했다. 평균 5~10% 정도의 옷값이 인상되었다. 소비자들은 라나플라자 참사에 분개하면서도 옷값이 비싸지는 것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들은 제3세계 생산현장의 열악함보다 조금 비싸진 옷값에 훨씬 더 민감한 것이다.(p.93)


- "파타고니아는 한번 협력 관계를 맺으면 웬만해서는 잘 바꾸지 않고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생산 협력 업체들과는 20년 넘게 거래하고 있습니다. 또한 협력업체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합니다. 기술 공유는 물론이고, 신제품 개발이나 품질 개선을 위해 대부분 공동 R&D를 진행합니다. 협력업체의 기술 수준이나 생산 역량이 성장할수록 파타고니아 제품도 좋아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협력업체를 성장시키는 일은 파타고니아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며, 생산 협력업체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오래된 원칙입니다."(p.96)


- 파타고니아 SER팀에서는 후보에 오른 업체가 파타고니아의 환경, 사회 기준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와 역량이 있는지를 조사하여 자료와 의견을 제시한다. 만일 다른 기준을 충분히 만족하는 업체가 환경, 사회 부분에서 부족하다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주고 관련 역량이 개선되거나 높아지도록 지원한다. 이후 재심사 과정을 통해 합격하면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p.101)


- "우리 팀에서 협력업체를 평가했는데 기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당장 거래를 중단하거나 거래 가능성을 닫지는 않습니다. 부족한 점을 우리 팀과 해당 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합니다. 그리고 계획을 일정에 맞게 실행합니다. 만일 이런 개선과 지원의 과정이 없다면 그 업체는 계속 문제가 있는 채로 남게 됩니다. 이것은 파타고니아가 원하는 방향이 아닙니다. 환경, 사회 영역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을 문제가 없는 기업으로 만드는 일이 파타고니아의 방식이고, 그것이 비즈니스를 이용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p.101)


- 본사 방문 인터뷰에서 SER팀 카라 체콘 부사장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어려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파타고니아의 모든 생산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겠다는 목표는 결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길고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먼저 생산 협력업체들의 오너들을 설득해야 하고, 드러나지 않은 소규모 생산업체들도 찾아야 하며, 우리와 뜻을 같이하지 않는 브랜드, 특히 경쟁 브랜드들도 설득해야 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파타고니아가 생산하는 제품이 제3세계 노동자를 착취해서 만들었다면 파타고니아의 고객들은 우리의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그동안 애써 쌓아온 브랜드 가치와 평판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p.108)


- 카라 체콘 부사장은 생활임금 지급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로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정 최저 임금보다 더 많은 생활임금을 지급받은 노동자는 일을 잘 그만두지 않을 것이며 일에 더욱 정성을 기울이기 때문에 숙련된 노동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숙련된 노동자는 분명 더 좋은 제품을 만들 것이고 파타고니아 제품의 신뢰를 높여 줄 것이기 때문에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파타고니아와 협력업체 모두에게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파타고니아가 지난 5년 동안 생활임금 프로젝트를 통해 제3세계 의류산업 노동자들의 실제 생활환경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으며 노동자들의 힘든 형편을 알면 알수록 생활임금 지급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답했다.(p.108)


- "가장 큰 이유는 파타고니아가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한번 거래관계를 맺으면 별 문제가 없는 이상 계약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 파타고니아는 오히려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거래량이 많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아웃도어 1차 생산업계에서 파타고니아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 자체가 업체의 실력과 신뢰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우리 회사는 파타고니아를 비롯해 열 개가 넘는 글로벌 의류, 스포츠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브랜드와의 신규 계약들 중에 파타고니아와의 거래관계 때문에 납품 계약이 성사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의 신생 브랜드들이 파타고니아를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파타고니아 협력업체라는 사실이 신규 거래를 트는 데 큰 이점으로 작용합니다."(p.113)


-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사회는 거래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이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을의 위치에 있는 기업에게 손해와 불편을 감수하는 일을 어쩔 수 없는 관행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런 '갑질'은 을이 갑을 속이는 구실을 만들게 하고, 을은 병에게, 병은 정에게 이 손해와 불편을 전가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결국 '갑질'은 거래의 모든 단계에서 불신의 원인과 문제의 싹이 된다.(p.115)


-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환경 경영의 핵심이자 결과물은 바로 제품이다. 화려한 광고나 구구절절한 홍보문구보다는 제품 자체를 통해 모든 것을 나타내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의 미션과 경영철학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제품 개발실이라는 것, '넥스트 CSR'이 의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CSR은 사회공헌팀이나 CSR팀이 아니라 제품 개발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p.127)


- 파타고니아의 다섯 가지 제품 개발 원칙은 파타고니아 경영철학과 미션을 오롯이 담고 있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조직이다. 비즈니스의 결과물인 상품과 서비스 자체가 기업의 참모습이며 CSR의 전부이다.(p.127)


- 의류산업은 원재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부터 폐기까지 지구 환경을 망가뜨리는 모든 나쁜 일과 연결되어 있다. 의류 폐기물은 전 세계에서 매년 수백억 톤이 쏟아져 나오고 쓰레기들은 불에 태워져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나 땅에 매립되어 토양을 오염시킨다. 의류 폐기물을 되살려 새로운 옷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리고 지하 수천 미터까지 땅을 파헤쳐 석유를 뽑아 올린 다음 화학 섬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땅을 보호하고 공기를 맑게 하며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지구를 시원하게 만드는 천연섬유로 옷을 만든다면, 의류산업으로 점점 더러워지고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다시 살려낼 수 있다.(p.139)


- 넥스트 CSR, 지구를 살리는 비즈니스가 필요한 이유는 단지 기업의 이익과 평판을 높이자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자손들이 청소 로봇만 남겨 둔 채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비즈니스가 일으키는 사회, 환경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해야 하고, 파타고니아와 같이 비즈니스를 통해 지구를 구하겠다는 강력하고 결연한 결단이 필요하다.(p.140)


- 블랙 프라이데이는 이날 증가한 소비로 인해 장부상의 적자가 흑자(블랙)로 전환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블랙프라이데이로 많은 회사가 흑자로 돌아설 수 있겠지만, 지구 생태계는 반대로 그만큼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문구로 시작한다. 블랙프라이데이로 들뜬 소비자들에게 당신의 소비가 지구 생태계를 망가뜨린다고 경고하는 것이다.(p.143)


- 공동 자원 활용 운동은 5R차원에서 파타고니아와 고객이 함께 참여해 변화를 같이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4R(Reduce, Repair, Resue, Recycle) 차원에서 파타고니아가 약속을 하고, 고객의 참여를 부탁하는 내용을 공동자원 활동 운동에 반영했다. 그리고 파타고니아와 고객이 함께 생각의 전환(Reimagine)을 만들어내자는 것까지 5R로 담아냈다. 2011년 11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블랙프라이데이 광고는 이러한 공동자원 활용 운동 중 '생산과 소비의 축소(Reduce)'에 관한 캠페인이자, 1980년대 후반부터 추진해 온 자성의 결과이며, 파타고니아 역시 환경에 폐해를 만들고 있고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고백이기도 하다.(p.147)


- 기업의 영향력은 '매출' 그 이상이다. 해당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야말로 영향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p.198)


- 제공하는 제품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만큼 훌륭한 CSR은 없다.(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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