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은 서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팔청춘 May 02. 2022

변화를 이끄는 기업들

책, <행동주의 기업>



행동주의 기업
(서진석/ 획/ 1판 1쇄/ 2021.01.31)

- 변화를 이끄는 기업 -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가능 경영(ESG경영), 두 개념 모두 개인적으로 기업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 기업 경영으로 인해 환경, 사회, 윤리, 법적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지고, 애초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기업과 사람이 속한 환경과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차원에서 보면 요즘 휘몰아치고 있는 ESG는 결국, 시스템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변화를 위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애쓰는 기업들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투쟁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파타고니아, 러쉬, 바디샵, 닥터 브로너스 등이다. 이들은 필요하다면 법제화까지 진행하고, 기업 매출을 줄이면서도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려고 한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본인들 역시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진정 지구와 사회, 환경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문제 원인이 해결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행동한다. 자신들의 비즈니스 시스템을 바꾸고, 정부와 싸우고, 소비자들과 연대한다. 이 모든 것은 시스템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책, <행동주의 기업>은 '파타고니아, 러쉬, 바디샵, 닥터 브로너스' 사례를 소개하며 행동주의 기업이 어떻게 경영을 하고,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를 소개한다.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의 제품이 암벽을 훼손하는 것에서 처음 비즈니스가 미치는 환경 영향을 자각했고, 이후 비즈니스 구조를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바꾸고 있다. 그것을 위해 자사 제품의 환경 영향을 철저히 평가하고, 원재료의 원재료까지 추적하여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닥터 브로너스는 헴프 사용을 합법화하는 투쟁을 정부와 벌였다.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을 풀기 위해 헴프에 씌워져 있는 잘못된 인식을 거두고, 실제 환경에 이롭다는 점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또한 유전자 조작(GMO) 표시에 대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바디샵은 자사 매장과 소비자들과 연대해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러쉬 역시 자산 제품에 환경적 가치를 담아 매장을 캠페인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파타고니아, 바디샵, 러쉬, 닥터 브로너스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환경, 사회적 문제의 원인에 자신들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넓고 깊게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또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자신에게 화살을 돌려 어떤 문제점이 있고,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무엇인지 확인 한 뒤, 그것을 바꿔가며 사회에도 화살을 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지속 가능 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정말 지속 가능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언제나 있다. 세상이 완벽한 기업은 없다. 책에 소개된 행동주의 기업들 역시 자신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더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추적하려고 하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변화를 만들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기업들은 스스로가 지속 가능하다고 말하고, 정말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은 늘 부족하다고 말하는 현상이 참 아이러니하다. 한편으론 희망이 생기다가도 한편으론 어차피 안 되는 건 아닐까 하며 희망의 끈을 놓는 게 편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속가능 경영을 한다는 기업들이 정말 조금 더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 자신을 돌아보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행동주의 기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마땅히 알려져야 할 사항들과, 이들이 추구하는 철학이나 신념이 많은 기업과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밑줄

- 선(善)이 선(善)을 막을 수 있고, 사회 변화가 사회 변화를 막을 수 있다. 작은 선과 작은 사회 변화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또 이를 다수가 믿게 된다면, 더 큰 선과 더 큰 사회 변화로 나가는 기회를 잃게 된다. 현재의 '지속가능성'이 이 트랩에 빠졌다.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것, 에너지를 덜 쓰는 것, 쓰레기를 덜 배출하는 것을 지속가능성이라 지칭하면서, 기업들이 탄소 제로를 선언하고 소비자들이 텀블러를 쓰면 마치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빗댄 소말리아 속담이 있다.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우려 해도 깨워지지 않는다." 이 것은 또 하나의 위험이다. 우리는 지구적인 위기 앞에서 잠든 척 혹은 깨어 있는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p.3)


- 지속가능성을 치열하게 실천하는 기업은 "우리는 아직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정작 지속가능성을 좀 더 뿌리부터 검토해야 하는 기업은 "우리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인정해도 지속 가능함에 도달하기 어려운데, "지속가능하다"고 축포를 터트리면 진정한 해결은 난망하다.(p.6)


- 다른 기업들과 러쉬는 세 가지 점에서 달랐다. 첫째, 자신 역시 인종 차별의 역사에서 성과를 누려왔고, 이 시스템의 수혜자이며, 역사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자각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흑인들이 강제적으로, 범죄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온 이후 400년 동안 백인은 특권을 누려왔고, 러쉬와 같은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인종차별로 인해 혜택을 받아 왔다는 것이다.(p12)


- 셋째, 러쉬는 잘못된 사회 시스템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것만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서도 냉철하게 돌아다봤다. 세상의 변화 이전에 자신의 변화부터 추구했다.(p13)


-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주체는 직원이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라벨이 붙은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도 직원이며, 매장에 전단을 전시하고 고객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이끄는 사람도 직원이다. 그렇기에 직원들에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얘기하는 것이다.(p14)


- 러쉬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이슈에 참여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변화를 위해서는 항상 두 개의 화살이 필요하다. 하나는 자신에게 향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사회를 행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화살을 준비해야, 사회를 향한 화살을 더욱 멀리 강하게 쏠 수 있다. 그래서 피켓을 외부를 향해서만 드는 것이 아니라, 내부를 향해서도 들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복잡하고, 다양하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 문제 해결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러쉬는 변화와 혁신이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 것이다.(p14)


- 이 성명에서 두 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고 하는데,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가 첫 번째다. 소수 인종, 환경까지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넓힌다면 흑인 인권, 기후 변화도 비즈니스와 무관한 이슈는 아니다. 일부 기업이 문제 해결 대열에 적극 참여한다고 해서 시민 불복종 대열에 합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 기업들은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환경과 사회를 포함하여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p19)


- 되살림 유기농업은 유기농의 가치 위에 토양 보호, 동물 복지, 공정 노동을 실현하면서, 궁극적으로 기후변화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기후를 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을 목표로 하는 농업이다.(p28)


- 행동주의 기업은 '상품, 서비스, HR 등 비즈니스 전반의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플랫폼으로/ 이해관계자와 함께/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미션을 실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민감한 사회 문제이거나 단기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하락하는 아젠더라도/ 그 역할을 제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업이다.'(p32)


- 일상적으로 '참여'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 단어로 행동주의 기업을 규정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참여는 어떤 사회적 흐름에 동참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아직 형성되지 않은 흐름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행동주의 기업의 영역이다. 행동주의 기업은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원대하게 해결하려 하며 주도적으로 나선다.(p34)


- 최근에 많은 기업들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능동적으로 해석하며 행동주의 기업의 모습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보다 앞선 행동주의 기업들을 되돌아본다면 지금의 우리 사회가 가진 한계와 미래의 방향성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p34)


- 농업혁명은 산업혁명만큼이나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구를 덮고 있는 30%의 땅이 농업과 축산업으로 인해 파헤쳐졌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과잉 방출되었다. 지금까지 농업은 유기농을 포함해 '탄소 방출' 방식을 취해왔다. 이제 기후 변화를 돌려놓기 위해 '탄소 격리' 방식을 취하자는 것이 바로 되살림 유기농업에 깃든 정신 중 하나다.(p45)


- 파타고니아 행동주의 역사는 매울 길다. 모든 활동이 '지구를 되살린다'는 미션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행동주의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가고 있다. 비즈니스 혁신과 사회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항상 자신의 비즈니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 자각의 깊이만큼 깊게 혁신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 혁신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과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면 과감히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며, 미세 플라스틱, 되살림 유기농 등 새로운 아젠더를 찾아 사회에 던진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얻은 노하우를 경쟁 기업에까지 공개하고, 다수가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연대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이다.(p48)


- 러쉬 캠페인은 회사 문화의 핵심이라고 스스로 말하며, '캠페인 회사'임을 자처한다. NGO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49개국에 있는 928개 매장을 캠페인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기도 하며, 아예 제품에 캠페인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담기도 한다. 러쉬 만큼 제품을 활용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회사도 드물것이다.(p66)


- 2018년 기준 러쉬 제품의 60%는 포장되지 않은 채로 팔린다. 2018년 6월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벌거벗은 매장 naked shop' 1호를 개장하고, 현재까지 독일, 영국, 홍콩 등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제품을 포장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자는 강한 메시지다.(p66)


- 러쉬 캠페인의 특징은 매장을 활용해 이슈화 하는 것이다.(p67)


- 러쉬는 제품에 환경 보호, 인권, 동물 보호 이슈를 직접적으로 담아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해당 이슈를 피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품만큼 직접적인 메신저는 없을 것이다. 러쉬는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에 가치를 담고자 하며, 이 제품들이 몸에 좋을 뿐만 아니라 우리 세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를 원한다.(p69)


-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를 규정하고 그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확대시켜가는 형태로 발전했지만, 행동주의 기업들은 사회 문제를 자각하고 이 사회 문제를 자신의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속에서 풀어나가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p74)


- 이러한 환경, 사회 문제를 인식한 후, 행동주의 기업들은 자신의 기업을 먼저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업 역시 '비용을 사회화'하고 '이익을 사유화'하고 있음을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 해도 자신 역시 이 지구의 환경, 사회 문제의 가속화에 일조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 것이다.(p75~76)


- 현재 공급망 선정 기준을 어떻게 점검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이슈다. 또 원재료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재생 불가능한 자원 채취 기반의 산업에서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석유에서 뽑아낸 재료를 쓸 것이냐, 재활용 재료나 생분해되는 천연 재료로 대체할 것이냐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 외에도,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며 제품을 생산할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를 동종 산업 내에서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찾는 것 또한 중요한 이슈다.(p78)


- 근본적인 질문은 끝없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하나하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고통스러운 논의가 켜켜이 쌓여갈 때, 진정한 '사회적 가치 시대'가 열릴 것이다.(p78)


- 행동주의 기업들이 제기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이다. 몇몇 캠페인의 진행과정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외형만 봐서는 안된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부일 뿐이다. 그 행동이 있기까지 어떻게 스스로를 성찰해왔는지, 사회적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축적해왔는지, 그 축적의 시간을 봐야 한다.(p78~79)


- GE와 파타고니아는 사회적 가치를 접근할 때 '범위'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에코매지네이션은 신규 사업 창출 및 프로세스 개선 관점의 범위에서 접근했으며, 정작 GE의 핵심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전체 흐름을 분석하지 않았다. 반면, '100% 유기농 면'은 파타고니아가 사용하는 주요 섬유들이 환경에 얼마나 유해한지 여부를 전면 조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 전체를 재설계했다.(p83)


- 러쉬는 2012년부터 2단계로 전환했다. '덜 나쁜 방식'으로 생산하는 '지속가능성' 개념을 넘어서, 사회, 환경 시스템을 예전 상태로 복원시키고 되살리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나갔다. 원재료에 대한 추적성, 투명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농장 단위까지 직접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p85)


-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책임의 범위를 1차 공급업체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에는 유니레버, 러쉬처럼 원재료 생산단계까지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차이는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의 '깊이'와 문제 해결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이다.(p87)


- 행동주의의 근원은 위기의식과 그 위기의식을 자기 문제화하는 것이다.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로워David Brower의 "죽은 행성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라는 말이 행동주의 기업의 문제의식을 대변해준다.(p93)


- 사회 불평등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타 로딕은 "오늘날의 자유 무역은 크고, 힘 있고, 부유한 자들이 작고, 약하고, 가난한 자들을 마구 짓밟아도 좋다는 면허증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효율화, 경쟁, 규제 완화의 가치가 사회 불평등을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자본주의를 수선해야 한다는 자각을 가지고 있다.(p94)


- 사회,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비즈니스가 딛고 있는 바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의식의 깊이와 이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는 정도가 곧 행동의 강도를 결정하기 마련이다.(p94)


- "행동주의는 우리가 이 지구 상에 사는 대가로 치르는 임대료"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행동주의 기업의 일반적인 인식을 대변해주고 있다. 행동주의 기업이 느끼는 기업시민의식은 '원인에 대한 책임'과 '영향에 대한 책임'에 있다.(p95)


- 행동주의 기업들은 자신의 비즈니스 역시 완전하지 못하다고 성찰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 환경 문제가 유발된 것에 자신 또한 기여하고 있다고 여기저기에 자신의 제품의 원재료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추적하고, 검증하고, 개선하고, 또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또 제품 판매 이후의 소비, 폐기 단계까지도 책임의 영역을 확대하여 자원의 선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p98)


- 행동주의 기업들은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비즈니스의 울타리 밖에 있는 주체에게로 확대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예를 들어 비누를 만들기 위해 그 책임의 영역을 소농장까지 확대하는 이유는 팜오일의 재료를 생산하는 소농장의 변화 없이는 비즈니스의 전환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원재료의 생산과정에 연관되어 있는 소농장의 변화를 위해 사회공헌 차원의 기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공헌 차원에서의 접근은 비즈니스의 전환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p98)


- 반면 행동주의 기업들은 일반적인 기업보다 넓은 영역에서의 책임을 지려 한다. 업스트림 차원에서는 농장, 목장, 숲 등 원재료 생산단계까지, 다운스트림 차원에서는 제품의 폐기단계까지 자신의 책임 영역을 확대한다. 소농장은 자선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되살림 유기농업, 동물 권리, 공정 노동 등 다양한 사회, 환경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파트너가 된다.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비즈니스의 전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p99)


- 재활용을 늘리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나무를 심는 것은 이제 제도화된 영역이고, 반대보다는 찬성이 많고, 여러 플레이어들이 뛰어든, 한마디로 성숙 단계에 접어든 이슈다. 많은 기업들이 이 영역 안에서 가치를 제안한다. 그러나 행동주의 기업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영역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실천한다. 어떤 주제에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에는 찬반이 대립하고 있는 이슈에 뛰어든다. 심지어 제도화를 논의하기 힘든 이슈에 대해서도 초기 단계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p102)


- 행동주의 기업들이 제기하는 주체들이 제도를 앞서 나가거나 때로는 첨예한 대립 한가운데 있는 것은, 행동주의 기업들이 시스템 변화라는 커다란 목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p103)


- 비즈니스를 사회적 가치 창출의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곧 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해관계자 참여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여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가치 공유의 관계로까지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해당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사회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의 참여 속에 함께 풀어 나가려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고객의 참여다.(p105~106)


- 행동주의 기업들은 가치를 멋지게 포장하여 전달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파타고니아가 아마존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은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고, 또 어떤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p106~107)


- 바디샵에게 고객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의 동반자이다.(p107)


- 많은 기업들이 사회, 환경적 가치를 훼손하면서도, 그 훼손의 양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이를 내세워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아홉 가지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가치가 증가하고 있더라도 한 가지 분야에서 마이너스 가치를 줄이고 있다면(없애는 것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기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p109)


- 되살림에는 마이너스 가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플러스 가치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를 그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다.(p109)


- 행동주의 기업들에게서 나타나는 직원 행동주의는 몇몇 공통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거나 다양한 실천을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를 장려하는데, 이러한 직원들의 활동이 기업 미션의 실현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이 직원 활동과 분리되지 않고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또 직원 행동주의를 통해 임직원들이 영감을 받고,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동시에 추구한다.(p115)


- 인증제도, 법제화 등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획득하는 일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 러쉬와 같은 회사들이 친환경 생분해성 재료로 제품을 만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으나, 인증제도, 법제화 등을 추진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동주의 기업들은 차별화보다는 연대를, 독자적인 경제적 가치 추구보다는 사회적 가치의 확산을 꾀한다.(p123)



매거진의 이전글 CSR의 북극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