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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May 29. 2022

아이폰의, 아이폰에 의한,
아이폰을 위한 죽음

책, <아이폰을 위해 죽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
(제니 챈, 마프 셀던, 푼 응아이/ 나름북스/ 초판 1쇄/ 2021.10.23)

- 아이폰의, 아이폰에 의한, 아이폰을 위한 죽음 -


"There’s a right way to make products. It starts with the rights of the people who make them(제품을 만드는 올바른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권리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발언은 애플이 2016년 발간한 '애플 공급업체 책임성 보고서'에 쓰여 있다. 이 문장은 애플이 자사 직원뿐만 아니라 공급업체 직원까지 신경 쓴다는 걸 보여준다. 애플의 공급업체는 전 세계에 뻗어 있는데, 대표적 나라는 중국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제품을 싸게 생산하고, 비싸게 팔아야 한다. 그래야 이윤이 남는다. 한편 물건 제품이 비싸면 이를 살 사람이 없다. 때문에 물건 값을 낮추려고 인건비가 싼 나라에 공장을 짓고 사람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인건비나 원가가 싼 나라를 찾는 게 일이다. 모두가 알듯이 중국은 전 세계에 문을 연 뒤 줄곧 세계의 공장이었다. 중국은 땅이 넓고, 일할 사람이 넘쳤으며 인건비가 쌌다. 애플 공급망이 지구 반대편 중국까지 닿은 이유다. 이렇게 공급망이 점점 다양해지고, 넓어지면서 세계화는 박차를 가했다. 비단 애플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 제품 뒷면엔 'Made in China'라고 적힌 이유다.


그러면 애플은 결국 제품을 안 만드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애플은 제품 디자인을 한다. 이런 디자인을 중국 공급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때문에 애플 제품을 사면 함께 오는 제품 상자에 이렇게 쓰여 있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에서 디자인됐고, 중국에서 조립됨)'라고 적혀있다. 소비자는 애플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한다. 나 역시도 애플 제품을 쓰고 있다. 지금 독후감을 쓰고 있는 맥북도 애플 제품이고, 이어폰도 애플 제품이다. 맥북은 직접 샀고, 이어폰은 선물 받았다. 이 모든 건 애플의 디자인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애플의 이런 제품은 중국의 어느 업체가 만들었을까?


책, <아이폰을 위해 죽다>는 대만의 컴퓨터 및 전자기기 제조회사 '폭스콘' 근로자들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폭스콘은 대만 기업이지만 중국에 많은 공장을 가지고 있고, 많은 중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폭스콘에 소속된 중국인 노동자는 약 100만이 넘는다.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제조를 거의 전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애플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한 기업이 자국 내에 창출한 일자리가 100만 개라면 누구 뭐래도 일자리 창출 면에서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일자리가 없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칭찬받을 일이다. 실제 기업에게 주어진 큰 책임 중 경제적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을 고용해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고, 지역으로 나가서 일자리를 만들고 해당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로 인해 경제 전반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건 오로지 기업만이 가장 크게 창출할 수 있는 가치다. 오죽하면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기업에게 주어진 유일한 책임은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라고 말했을까. 실제 한 국가에 일자리가 100만 개를 만든 기업은 분명 매출도 클 것이다. 그러니 100만 명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는 것일 터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겉모습이다. 만약,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삶이 피폐하고, 항상 야근에 시달리고, 그 와중에 급여는 제대로 나오지 않고, 정부와 긴말하게 협력해 실습생이란 명목으로 학생들을 끌어들여 억지로 일을 시키고, 작은 실수에도 온 직원이 볼 수 있도록 망신을 주고, 회사 대표가 직원들을 직원이 아니라 동물이라고 칭하고, 그걸 참을 수 없던 직원들이 결국 회사 옥상에 올라가 자기 목숨을 떨어트린다면? 또한 근본적인 근무형태의 문제를 고치지 않고, 자살이 개인의 문제라며 자살 방지 그물망을 설치하고 기숙사에 최창살을 설치한다면? 또한 심적으로 힘들다면 전화하라며 연락한 곳을 통해 직원을 감시한다면? 그렇게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이 올라가고, 기업이 성장했다고 말한다면? 이게 옳은걸까?


놀랍게도 이 모든 건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폭스콘에서 일하던 근무자들은 실제 업무 과잉과 스트레스, 바뀌지 않는 경영진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해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 모든 문제는 폭스콘의 노동관행과 효율성과 효과성이라는 명목 아래 진행된 문제들이었다. 자살의 원인이었다. 폭스콘은 실제 자살을 막는다며 그물망을 설치했고, 기숙사 창문에 창살을 설치했다. 이런 모습은 겉으로 봐도 비정상적이다. 그물망이란 건 높은 곳에서 일하는 현장직 직원들을 안전사고를 위해서 설치하는 것이다. 혹시나 건물을 짓다가 떨어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폭스콘은 전자기기 제조 회사다. 애초 높은 건물에 올라갈 일이 없다. 그런 회사 건물에 자살 방지용 그물망이 설치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문제점을 인식한 꼴이다. 애플은 이런 폭스콘의 조치를 잘했다며 칭찬한 바 있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기업 경영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업 태생은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불가피한 상황은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 경영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누군가의 삶을 갈아 넣어서 이루어지고, 그렇게 되어야만 경영이 되는 것이라면, 또 그래야만 한다면 나는 그것이 절대 옳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또한 그런 행태를 사회가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회사 건물에서 직접 몸을 던지는 게 보이는 데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는 더더욱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민이든, 정부든, 소비자든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바꿀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이것을 가만히 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폭스콘의 이런 문제는 정부와의 협력으로 더욱 공고해져 있다. 폭스콘이 있는 지역 직업학교와 폭스콘을 연계시키고, 학생들을 폭스콘에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인턴으로 보내고, 일반 노동자들과 같은 노동을 시키며 임금과 세금은 적게 내도록 하고 있다. 또한 그렇게 학생들을 인턴으로 보내는 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를 더욱 공고하게 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이고, 노동자들의 상징인 낫과 망치를 내세우는 중국이 오히려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세우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왜 발생하는 걸까? 또 이 문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오로지 폭스콘만의 문제일까? 여러 이유와 책임 주체가 있겠지만, 폭스콘의 대표적 납품업체인 애플을 빼놓을 수 없다. 애플은 분명 멋진 기업이다.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생산해 냈고, 애플의 팬도 전 세계적으로 많다. 애플의 제품을 통해 창출된 일자리 개수는 가히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그 거대함은 애플과 관련한 문제의 크기와 동일하다. 애플이 만든 제품이 판매될 때 수익, 그중에서 애플이 가져가는 비중은 전체의 50%가 넘고 직접 생산하는 폭스콘 노동자가 가져가는 비율은 2%가 안 됐다. 이것 하나가 폭스콘 노동자가 갖는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원자재 값을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낮추려면 어떻게든 낮출 수 있는 것이 인건비다. 그 때문에 폭스콘 공장의 노동자들 인건비는 더욱 낮아지고, 편법은 만연하고, 죽음엔 더욱 가까워진다. 애플 제품 가격엔 누군가의 고통의 시간과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소비자는 그런 제품을 사고, 열광하고, 언론은 찬사를 보내고, 정부는 악수를 내민다.


해결책은 간단하지 않다. 최근 지속가능경영, ESG가 큰 화두를 보이면서 많은 기업들이 ESG를 한다고, 지속가능경영을 한다고 외치고 있다. 폭스콘의 사례는 ESG 중 S(사회)에 속하는 이슈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급망 이슈 혹은 노동관행 문제다. 단순히 환경에서만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노동관행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도 제대로 평가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애플이 2016년에 스스로 고백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출발점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문제 해결책 중 하나가 가격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는 이유는 애플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비용, 사회적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 하나를 만다는 데 드는 광물 채취로 인한 환경 피해 비용, 아이폰을 다 쓰고 폐기할 때는 환경 비용,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한 인명 피해 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것을 극도로 낮추고, 문제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제품 비용에 이러한 환경과 사회적 비용이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옳은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첫 문장이다. "There’s a right way to make products. It starts with the rights of the people who make them(제품을 만드는 올바른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권리로부터 시작됩니다.)" 애플이 발간한 공급망 책임 보고서에 적힌 저 문구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또 실현하려면 애플이 자사 최대 공급망 중 하나인 폭스콘 노동자들의 삶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급망이 건강해야 해당 공급망을 이용하는 기업이 건강할 수 있다. 공급망 노동자가 건강하지 않으면 제품에 하자가 생기게 되고, 그것이 결국 소비자 불만과 비용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는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고, 기업의 이윤 하락으로도 이어진다. 애초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개선해 가는 겟 애플이 말한 '제품을 만드는 올바른 방법' 일 것이다. 공급망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과 임금을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애플이 더욱 지속 가능해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명의 애플 제품 사용자로서 나 역시도 책에서 읽은 문제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 역시도 이 문제의 공범이다. 한 명의 소비자로서, 기업이 문제를 바꿀 때 사회와 환경이 더욱 지속 가능해진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세계 최대 기업이라는 애플이 정말 지속 가능해졌으면 좋겠다. 기업의 책임은 경제적 책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이용하는 환경과 사회, 노동자, 지역사회 모두에 책임이 있다. 부디 애플이 정말 책임 있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애플 제품 사용자로서 이것이 어떻게 내게 왔는지 더 주시하고 인지해야겠다.


밑줄

- 폭스콘 경영진들은 "성취를 위해서는 비용만이 아니라 속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관점을 공유하며, 정밀한 운용 공식으로 도출해내고 있다. 실제로 핵심은 효율성, 곧 품질 또한 보장되는 속도다. 그러나 생산 속도를 높이는 것은 비용 감소를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p.69)


- 아이팟의 디지털 음악을 좋아하는 세대를, 맥이 데스크톱 컴퓨터 기술의 상태를 정의했다고 할 때, 애플의 소비자들은 그것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한 적 있을까? 전자제품 생산과 배송의 촉박한 일정, 글로벌 소비 수요의 급격한 상승과 하강으로 인해 전 세계 공급업체 노동자가 빠른 작업 속도와 초과근무 강요라는 가혹한 행태의 압박을 받고 있다.(p.69)


- 애플의 최대 공급업체인 폭스콘은 주기적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애플 제품의 호황과 불황의 추세에 맞추어 노동력 투입을 조정해야 했다. 뒤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지만, 폭스콘은 직원들의 장기 계약은 회피하고 유연한 고용을 늘릴 동기가 충분했다.(p.79)


- 2010년 애플은 아이폰의 판매 가격에서 58.5%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세계 제조업에서 유례없는 성과를 거두며 위용을 과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제' 이이폰에서 중국 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작다는 사실인데, 이를 환산하면 아이폰4 소매가 549달러 중 10달러로 고작 1.8%에 불과했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나 메모리칩, 마이크로프로세스와 같은 가장 정교한 전자제품 부품들은 생산하는 미국과 일본, 한국 기업의 수익이 아이폰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이상이었다. 원자재 가격 비중은 전체 가격의 5분의 1을 조금 넘었다.(21.9%) 즉 폭스콘이 아이폰의 독점적인 최종 조립업체로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동안 수익의 가장 큰 몫을 애플에 빼앗긴 것이다. 이와 같은 노동의 국제 분업에서 전자제품 가공과 조립 부문의 폭스콘 노동자들은 극히 적은 몫을 가져갈 뿐이었다.(p.80~81)


- 폭스콘의 연쇄 자살은 폭스콘이라는 단일 기업이 위치한 선전 혹은 선전 인금 공장들의 젊은 노동자에게서 대부분 발생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베이징의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청년 자살의 88%가 농촌에서 발생하는데, 도시에 사는 이 젊은 노동자들의 자살이 왜 급증한 걸까? 자살 사건의 집중은 기업, 산업을 비롯해 그보다 더 폭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새롭고도 중요한 설명을 요구한다.(p.93)


- 폭스콘의 대응은 자살을 결심한 이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창살과 자살 방지 그물을 설치한 것처럼 방어적 맥락이었다. 궈타이밍은 젊은 노동자들을 자살로 몰아넣은 원인을 조사하는 대신, 2010년 5월 중순 악령을 물리친다며 선전 공장에 승려들을 데려왔다. 폭스콘은 이와 동시에 모든 취업 응시자에게 36개 질문으로 구성된 심리테스트를 이수하도록 요구했다. 이 회사는 자살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노동자에게 있다고 간주했다. :개인의 문제들"을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폭스콘의 인사담당 부서는 전 직원이 회사의 면책 조항이 포함된 '자살 금지 서약서'에 서명하게 하는 매우 비열한 해결책을 고안했다. (중략) 이 자살 금지 '서약서'에 따르면, 폭스콘은 모든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할 뿐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자살의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지우려 했다. 이후 노동자들의 격렬한 비판이 있자, 폭스콘은 이 서약서를 철회했다.(p.93~94)


- 폭스콘의 자살 사태와 그 대응의 시사점에 대한 애플의 평가에서 세 가지 점이 두드러진다. 첫째, 애플은 폭스콘에만 전적으로 집중하면서 모든 책임에서 거리를 두었다. 둘째, 폭스콘과 마찬가지로 애플은 이 문제를 심리학과 정신 건강의 영역으로 제한했으며, 폭스콘뿐만 아니라 애플이 가한 압력과 관련 있을지도 모르는 임금 및 과도한 초과근무 등의 쟁점에서 회사의 정책을 무시했다. 셋째,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회사의 관행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인명을 구하기 위한 그물망 사용 등 폭스콘의 대응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p.99)


- 2012년 1월 15일 궈타이밍은 "인간도 동물인 만큼 100만 마리의 동물을 관리한다는 것은 내게 골칫거리다"라며 노무관리의 고충을 설명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그는 각기 다른 동물을 개별적인 기질에 따라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기업 고위 간부들에게 강의하러 온 타이베이 동물원 관장을 만나 이같이 발언했다. 25세의 한 폭스콘 노동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폭스콘에서의 쓰라린 삶"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틀 전 궈타이밍은 직원들을 동물이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이 그의 진심에서 나왔다고 본다. … 그는 오로지 자신의 이윤, 고객사, 아이폰만 생각한다. 당연히 그는 우리 삶의 괴로움,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없다."(p.103~104)


- 폭스콘은 노동자들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벌점 정책을 유지한다. 한 여성 노동자는 "이 정책 때문에 사소한 위반을 해도 벌점을 받아요. 저는 손톱이 길다고 벌점을 받은 적도 있어요. 이외에도 정말 많은 게 있어요. 벌칙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월 상여금을 못 받죠"라고 토로했다.(p105)


- 어떤 때는 업무가 끝난 뒤 100명 모두가 남아야 해요. 누군가 징계받을 때 마다요. 한 어린 여공에게 차렷 자세를 한 채 큰소리로 자아비판을 하게 했어요. 그땐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가 커야 해요. 라인장이 작업장 맨 끝에 있는 노동자에게 그녀가 저지른 실수가 똑똑히 들리는지 확인했죠. 이에 당황한 여공이 울기 시작하면서 목소리가 아주 작아졌어요. 그러자 라인장이 소리쳤어요. "만약 누군가 1분을 놓치면 [작업 속도를 따라가는 데 실패하면], 나머지 100명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알아?"(p106)


- 임금 및 근무시간 정책을 포함한 폭스콘의 관리체제는 해당 지역 노동시장의 경쟁력에 의해 좌우될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고압적인 구매 관행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엄격한 납품 요건과 주문 변동으로 인해 애플 및 기타 유명 기업에서 폭스콘과 초국적 제조업 분야의 소규모 공급업체로 생산 압력이 옮겨간다.(p120)


- 극심하게 빠른 속도와 높은 생산성에 대한 사업적 요구 때문에 노동자와 경영진 사이의 반목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생산현장의 불만을 낳고 있다. 다시 말해, 구매자 주도의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글로벌 생산체계로 인해 "사람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이 크게 제약받고 있는 셈이다.(p120~121)


- 폭스콘 제국의 노동자들은 24시간 상담 직통전화가 관리 통제 기능을 한다고 경멸하면서 돌봄 센터를 "감시 센터"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민원 제기자들의 신상이 경영진에 보고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생활 침해를 알게 된 많은 노동자가 직통전화와 상담 서비스 이용을 중단했다.(p121)


- 2011년 폭스콘 청두의 일명 "아이패드의 도시"에서 학생 인턴과 신입 노동자들은 다른 최저임금 노동자들과 똑같이 월 950위안을 받았다. 하지만 동료 노동자들과는 달리 학생 인턴은 수습 기간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월 400위안의 숙련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학생 인턴들은 다른 생산직 노동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지만, 폭스콘은 이들을 사회보장 시스템에 등록할 필요가 없다. 중국 법에 따르면, 학생 인턴은 직원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노동에 대한 임금은 받지만, 학생 인턴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학생이다.(p132)


- 청두시 교육 관계자는 "쓰촨성 관할의 모든 직업학교는 의무적으로 폭스콘 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교육 당국은 폭스콘의 인턴십 프로그램과 연계하기에 적합한 직업학교를 직접 선별했다. 정부는 학교의 협력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가 필요한 학생 인턴 등록 목표를 채운 학교에만 자금을 지원했다.(p142~144)


- 애플이 주도하는 주요 첨단기술 브랜드들은 수백만 대의 전화기와 부속품을 각각의 새로운 모델로 바꾸라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따라서 만연한 소비주의가 초래하는 "기술 쓰레기"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또 가장 환경친화적인 생산 모델을 실현해야 하며, 여전히 완벽하게 사용 가능한 수백만 개의 전자제품을 폐기하는 데 드는 정회 비용을 재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물론 끊임없는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성장의 가속화에 우선순위를 두어온 정부에도 동일한 책임이 요구된다.(p216~217)


- 2011년 2월 한 언론매체가 노동자들의 배상 문제를 질의했을 때 애플 대변인 크리스틴 휴젯은 "원텍 사례를 언급하길 거부했다." 공급사가 직원의 직업 건강 및 안전에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애플과 다른 전자 회사들이 자사 제품 제조 시 어떤 화학물질과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윈텍이나 폭스콘 같은 공급사들만의 책임이라고 단순하게 주장해선 안 된다.(p223)


- 폭스콘 노동자들은 빈번한 초과근무와 더 빠른 작업 속도 요구를 끊임없이 강제당하는 상황에서 모든 부품을 섬세하고 완벽하게 조립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에도 시달려야 했다. 특히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 댄 리치오는 제품 디자인 과정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제품의 0.1mm까지도 고귀하게 여깁니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제품은 회사로서는 당연히 신성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제품을 만드는 인간의 복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신성하게 생각하는지 의문이다.(p267)


- 국경절 연휴에도 하루도 쉴 틈 없이 불량품을 고쳐야 했어요. 0.02mm 단위로 측정되는 아이폰 화면의 정밀도는 도저히 사람 눈으로 감지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제품 외관을 검사하기 위해 현미경을 사용하는데, 엄청 까다로워요.(p268)


- 초국적 생산 사슬에서 첨단 브랜드의 평판은 폭스콘이나 기타 공급업체 노동자들이 창출한 가치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 규모가 확장된 상황에서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초국적 기업이 자사 공급업체 수행 지침으로 선포한 '공정한 노동 정책'과 실제 현장 간의 현실적 괴르는 여전히 크다.(p276~277)


- 폭스콘 공장에 값싼 일회성 노동력을 공급으로만 활용되고, 학생들에게 교육훈련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허울만 좋은 인턴십 프로그램'일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책임이 직업학교의 실패에만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이는 무엇보다 학생들을 희생시키면서 인턴십 규칙과 규정을 자신들에만 유리하도록 제정한 '거대기업과 중국 정부 간 강고한 협력'의 산물이다.(p288)


- 만약 노동자들이 소송이나 투쟁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경보를 울리고, 이에 대응해 정부가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 집행을 일관되게 시행한다면, 고용주들은 노사분쟁의 위험을 대비하고 사전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라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시행이 느슨하면, 고용주들은 법 조항과 정신을 무시할 것이며, 갈등이 영속화될 것이다. 지방정부는 대체로 노동자를 위한 법˙규제의 시행보다 투자 유치를 우선시한다. 따라서 경고음을 울리려는 노동자들의 노력에도 경영진의 착취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되는 악순환이 확립된다.(p294)


- 제품을 만드는 올바른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권리로부터 시작됩니다.(2016년 애플 공급업체 책임성 발간 보고서) (p305)


-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폭스콘 노동자들의 자살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기숙사 건물에 설치한 그물과 쇠창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들이 강조하듯, 이는 물론 폭스콘 기업만의 문제도, 중국의 권위주의적 국가 체제 때문만도 아니다. 폭스콘의 성장은 미국과 유럽 및 동아시아의 거대기업들이 해외로 생산지를 이전해 생산과 노동을 위탁하는 세계적인 산업구조 전환으로 가능했으며, 수많은 중국의 하청 노종자와 학생 인턴들이 이를 떠받치고 있다. 그렇기에 거대 국가권력과 자본의 결탁으로 뭉친 탐욕과 소비의 욕망이 모두 '공동정범'이다.(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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