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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May 29. 2022

죽음조차 유죄

책,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초판 53쇄/ 2018.08.14)

- 죽음조차 유죄 -


1980년 5월 18일,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자칭 국가라고 칭하는 군부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총격은 10일간 계속됐다.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살육이고 학살이었다. 시민이 죽어야 할 이유가 있었나? 역사는 없다고 말한다.


책,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당시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어쨌든 소설이기에 책에 나온 모든 인물이 실존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인 한강 작가가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글을 써서인지 당시 광주가 어떤 모습이었고, 사람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년이 온다>을 읽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5월 18일이 되면 이 책을 펼쳐서 읽었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는 나는 1980년 5월 18일의 광주 시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책을 관통하는 한 문장을 뽑으라면 나는 이 문장을 뽑을 것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은 광주에 북한군이 투입됐다는 근거 없는 말을 가지고 광주에 군부대를 투입시켰다. 군부대에게 내려진 명령은 빨갱이를 소탕하라였다. 그들에게 광주 시민들은 빨갱이였고, 소탕해야 할 적이었다. 그렇게 살육이 시작됐다.


광주 시민들은 살육을 일삼는 군부대에 맞서 싸웠다. 총을 들었고, 행진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총과 군부대의 탱크는 격이 다른 무기였다. 총을 든 적에게 몽둥이를 가지고 덤벼든 꼴이다. 상대가 될 리 없다. 그렇게 광주 시민들은 죄 없이 죽어갔다.


5∙18 재단에 따르면 2018년까지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사상자는 총 9,227명이다. 믿을 수 없는 수치다. 국가를 지켜야 할 군부들이 헌법에서 규정한 국가인 국민을 대상으로 총을 갈겨 저런 사상자를 만들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있고 한참이 지나도 독재자, 학살자 전두환은 떵떵거리며 살았다. 말년에 병을 앓아 죽어가긴 했지만, 고작 그 정도의 고통이 광주 시민들의 고통의 무게만큼 크다고 할 수 없을 터다. 게다가 그건 광주 시민을 학살한 대가도 아니었다. 공식적인 처벌은 제대로 받지도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전두환은 죽었다. 자신의 손으로 저지른 학살의 대가를 처절하게 치르고 죽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도 전에 도망치듯 세상을 떠났다. 안타깝고, 비통하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전두환이 죽었을 당시 많은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그의 죽음에 대해서 말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모 정치인이 한 말이다. "죽음조차 유죄." 나 역시 동의한다.


지옥이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천국이고, 지옥이고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에게만은 지옥이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그에게만 허락된 지옥이 반드시 있었으면 좋겠다. 전두환 그는 죽음조차 유죄다. 뒷일은 지옥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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