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정지은, 고희정/ 가나 출판사/ 초판 10쇄/ 2014.03.21)
-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자본주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명확하게 이것이다 말해주는 사람은 없다.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정작 자본주의가 무엇인지는 모르다니. 아이러니하다.
책, <EBS 다큐프라임 - 자본주의>는 이런 물음에서 출발해 세계 석학들을 만나 자본주의가 무엇이고, 실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 탐구한 책이다. 세계 석학들의 의견과 국내 전문가의 의견,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에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침투해 있고,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정리해서 알려준다.
시작은 자본주의에 살면서 자본주의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의 인식에서부터다. 또한 자본주의에 대해서 모르고 살아가면 그 끝이 참담하리란 경고를 한다.
자본주의의 본질을 모르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겠다는 것은 아무런 불빛도 없는 깊고 어두운 터널에서 아무 방향으로나 뛰어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을 밝혀줄 불빛이 없으면 부딪히고 넘어지고 상처가 생긴다. 이것이 그냥 상처만 생기고 마는 일이라면 상관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칫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사회, 바로 그곳이 당신이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상이다.(p.8)
자본주의를 알기 전에 자본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자본이란 뭘까? 쉽게 말하면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물건을 거래한다.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내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물건 파는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다. 돈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걸까? 일을 열심히 하면 월급이 들어오잖아?라고 반박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건 그게 아니다. 그 돈 자체를 누가 만들어내느냐는 것이다. 정답은 은행이다.
애초에 돈을 만들지 않으면 누구도 돈을 갖고 있을 수 없다. 간단하다. 돈은 은행에서 만든다. 국가마다 있는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서 발행해야 내 손에 돈이 쥐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이 없다면 그 돈을 누가 만들 수 있을까?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은행이 중요하고, 자본주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이 은행은 무엇일까? 나를 위해 돈을 찍어주는 곳일까? 아니다. 은행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당신을 위해 돈을 찍어내지 않는다. 당신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 돈을 찍어낸다.
예를 들면 이렇다. 당신이 은행에 갔다. 대출을 받았고, 갚을 때는 이자를 내서 갚아야 한다. 예를 들어 1만 원을 대출했고, 이자가 500원이었다고 쳐보자. 당신이 시간이 지나 돈을 갚으려고 은행에 갔다. 당신이 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을까? 갚을 수 없다. 왜냐하면 발행된 건 1만 원뿐이고, 이자 500원은 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은 또다시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 이자 500원을 갚기 위해서다. 이때 은행은 당신에게 1,000원을 대출해주고, 이자로 100원을 요구한다. 당신은 또다시 갚을 수 없다. 발행된 건 1,000원이지 1,100원이 아니다. 총 갚아야 할 빚은 1,600원이 된다. 기존 500원에 1,100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끊임없이 대출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은행은 성장한다. 이는 돈이 끊임없이 돈을 만들어내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본주의다. 돈이 돈을 만든다.
결국 자본주의의 경제 체제는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가 아니라 '돈을 창조하는 사회'라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가장 핵심에 바로 '은행'이라는 존재가 있다. 은행이 있기 때문에 돈의 양이 늘어나고, 따라서 물가가 오른다.(p.32~33)
은행은 무엇일까요? 남의 돈을 가지고 돈을 법니다.(존 스틸 고든, 미국 금융사학자). 결국 은행은 자기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돈을 창조하고, 이자를 받으며 존속해 가는 회사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가 빚 권하는 사회가 된 이유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대출 문자가 날아오고, 여기저기 은행에서 대출 안내문을 보내는 이유이다. 고객이 대출을 해가야 은행은 새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p.44)
물론 위 상황은 아주 간단하게 설명한 것이다.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직장에 가서 일을 해서 월급을 받기도 하고, 형편이 괜찮아 대출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있다. 돈을 발행하지 않으면, 누구도 돈을 벌 수 없고, 돈을 빌릴 수도, 갚을 수도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이렇게 돈을 얼마나 발행하느냐에 따라 물가가 상승한다.
간단하다. 1개 사과가 1,000원이었다고 생각해보자. 근데 사과는 한정되어 있는데, 돈이 너무 많이 풀어져서 창고에 돈이 쌓여 있다고 해보자. 이렇게 되면 돈은 예전 사과 1개만큼 가치를 갖지 못한다. 이제는 사과 한 개를 사려면 2천 원을 내야 한다. 이렇게 물가가 오른다. 때문에 국가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내리는 일을 반복한다. 이제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열심히 일을 하거나, 대출을 받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열심히 일하는데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본주의의 이러한 원리로 인해 우리가 처하게 되는 현실은 무엇일까. 그것은 투쟁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한 투쟁'이라는 삶의 방식이 우리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p.78)
사실 책 하나를 가지고 자본주의를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다. 나 역시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 또 책의 내용도 자본주의의 모든 것을 다 설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자본주의가 돈이 돈을 낳는 시스템이고, 그 결과 사람들 간의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돈을 갚으려면 누군가가 돈을 빌려야 한다. 시장에 돈이 나와야 내가 그 돈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는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물건을 끊임없이 생산한다. 그 결과 필요 이상으로 물건이 생산되고, 이 물건을 팔기 위해 온갖 마케팅과 홍보, 광고, 대출 권유가 쏟아진다. 물건과 서비스를 팔기 위한 광고와 마케팅이 점점 고도화되고, 그러다 어느덧 필요 이상의 물건을 사기 위해 우리는 또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정작 나는 여전히 가난하다. 내가 돈을 버는 속도보다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온갖 마케팅과 홍보,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도록 제대로 알아야 한다. 또 필요 이상의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필요할 때 언제든 돈을 대출해주겠다는 은행도 날이 맑을 때는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가져간다. 중요한 건 나 스스로가 나를 지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돈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돈이 있으면 물건을 살 수 있고, 돈이 있으면 병원비를 낼 수 있고, 돈이 있으면 많은 것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본은 절대로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저 모든 전제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때뿐이다. 자칫 삐끗해 무너진다면 자본은 내게 손을 내미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일어나, 돈 갚아야지."
밑줄
- 자본주의의 본질을 모르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겠다는 것은 아무런 불빛도 없는 깊고 어두운 터널에서 아무 방향으로나 뛰어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을 밝혀줄 불빛이 없으면 부딪히고 넘어지고 상처가 생긴다. 이것이 그냥 상처만 생기고 마는 일이라면 상관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칫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사회, 바로 그곳이 당신이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상이다.(p.8)
- 결국 자본주의의 경제 체제는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가 아니라 '돈을 창조하는 사회'라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가장 핵심에 바로 '은행'이라는 존재가 있다. 은행이 있기 때문에 돈의 양이 늘어나고, 따라서 물가가 오른다.(p.32~33)
-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 역시 돈의 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도 아니고, 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취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은행 때문이며, 은행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이다.(p.33)
- 은행은 무엇일까요? 남의 돈을 가지고 돈을 법니다.(존 스틸 고든, 미국 금융사학자). 결국 은행은 자기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돈을 창조하고, 이자를 받으며 존속해 가는 회사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가 빚 권하는 사회가 된 이유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대출 문자가 날아오고, 여기저기 은행에서 대출 안내문을 보내는 이유이다. 고객이 대출을 해가야 은행은 새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p.44)
- 세계의 신용은 무너졌어요. 여전히 디플레이션에 있습니다. 돈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유럽연합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여러 국가가 빚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빚과 이자를 갚을 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엘렌 브라운, 미국 공공은행연구소 대표 변호사). (p.61)
- 인플레이션 후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껏 누렸던 호황이라는 것이 진정한 돈이 아닌 빚으로 쌓아 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계속해서 늘어나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해서 만들어낸 돈이 아니다. 돈이 돈을 낳고, 그 돈이 또다시 돈을 낳으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의 정해진 길을 걷고, 그것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다시 디플레이션이라는 절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부인할 수 없는 '숙명'이다.(p.61)
- 이는 곧 '내가 이자를 갚으면 누군가의 대출금을 가져와야 한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현대의 금융 시스템에서 빚을 갚는 것은 개인에게는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돈이 적게 돌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결국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는 것이다. 돈이 부족해지는 디플레이션이 언젠가는 오게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자가 없다'는 말은 '누군가는 파산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할 수 있다.(p.63~65)
-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시스템에는 없는 '이자'가 실제로는 존재하는 한, 우리는 다른 이의 돈을 뺏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한다.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매일 '돈, 돈, 돈' 하며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전부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p.65)
- 보통의 기업에서도 상품이 계속해서 팔려야만 기업 활동이 유지된다. 은행의 상품이란 곧 대출을 의미한다. 계속해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은행이라는 기업도 운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돈이 많아지자 신용 상태가 좋은 사람들은 더 이상 은행에서 대출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니 결국 은행은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상품을 팔아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니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라고 부르는 디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p.76~77)
- 자본주의의 이러한 원리로 인해 우리가 처하게 되는 현실은 무엇일까. 그것은 투쟁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한 투쟁'이라는 삶의 방식이 우리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p.78)
-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은행은 맑은 날에는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오면 우산을 걷는다.'(p.126)
- 불량 식품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불량 금융상품은 온 가족의 삶을 파괴하는 가정파괴범이자 사회악이다.(p.186)
- 한 나라를 정복해 예속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칼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빚으로 하는 것이다.(존 애덤스 미국 대통령) (p.188)
- 자본주의는 소비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켰다. 과거에 소비라는 것은 그저 '필요'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었다. 배가 고프면 쌀을 사고, 옷이 해어져 입을 수 없게 되면 옷을 샀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차고 넘치는 자본주의의 생산품들이 다 소비될 수가 없다. 잉여생산물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회전이 되지 않으면 자본주의에서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소비를 권장하는 것, 또는 강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첨단기술과 첨단과학, 고도의 심리 기술, 그리고 유명인을 내세운 광고가 필요하다. 결국 소비자들은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도 소비해 자본주의의 잉여생산물을 떠맡는 사람'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다.(p.217)
- 아담 스미스가 쓴 글 중에 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데, 그 나라가 부유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p.300)
- 물론 세계화가 전래 없는 풍요를 가져다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부와 빈곤의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불평등이 더 커졌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p.343)
- 과연 배가 고픈 상황에서 창의성이 나올 수 있을까? 실패하면 끝인 사회에서 창의가 나올 수 있을까? 창의는 끝없는 실패와 모험에서 시작된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실패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p.378)
- 사회가 얼마나 문명화됐는지 측정하는 척도 중 하나는 바로 '약자가 어떻게 배려받는가?'이다. 함께 사는 세상, 그것이 바로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자본주의 세상이다. 그래서 이제는 가장 선진화된 자본주의, 복지 자본주의를 향하 나아가야 할 때다.(p.381)
- 자본주의는 부의 생산 엔진입니다. 가난을 구제하죠. 하지만 누구를 위한 부 인가요? 무엇을 위한 부 인가요? 이는 도덕적인 질문입니다. 부의 축적 윤리 외에 다른 윤리를 가져야 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이제 다시 윤리를 생각할 때입니다.(로저 로웬스타인, 전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p.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