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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Jun 10. 2022

주주 자본주의 넘어서기

책, <자본주의 대전환>



자본주의 대전환
(리베카 헨더슨/ 어크로스/ 초판 3쇄/ 2021.04.21)

- 주주 자본주의 넘어서기 -



리베카 핸더슨이 쓴 책 <자본주의 대전환>의 부제는 하버드 ESG 경영수업이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이 책이 ESG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버드에서는 ESG를 어떻게 가르칠까 궁금해서 책을 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ESG에 대한 내용은 투자자 부분이 전부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에 대해서 말하고, 그 가운데 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게 ESG라고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진심은 책의 제목처럼 자본주의를 전환시키는 것, 즉 시스템이 변하려면 어떤 부분에서 논의가 필요하고 바꿔가야 하는지를 다룬다.


개인적으로 자본주의는 경제 성장을 위해 환경과 사회가 희생되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자연, 생물 다양성, 공기, 물, 동물, 식물이 조화롭게 사는 시스템이고, 사회는 사람, 인권 등이다. 물건 생산을 위해 자연으로부터 자원을 채취하고, 가공하고, 생산하고, 판매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을 GDP라고 부르고, 경제 성장의 지표로 삼는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해야 한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자연에서 자원을 채취한다. 나무를 자르고, 석유와 석탄을 채취하고, 동물을 잡는다. 정상적인 속도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자연 회복 속도보다 더더욱 빠르게 가져간다는 게 문제다. 그 덕분에 숲은 벌거숭이가 되고, 바다는 썩은 물이 된다. 한편, 상품은 가격이 낮아야 물건이 잘 팔린다. 그 때문에 인건비는 낮은 게 좋은 것이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게 좋은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인권 침해와 사람의 삶아 희생이 된다.


책, <자본주의 대전환>은 이러한 자본주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자본주의 시스템(혹은 규칙)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의 지본주의가 가진 문제점이 분명하게 있고, 그 가운데 기업의 역할이 분명하며, 기업이 바뀌기 위해 어떤 변화들이 있어야 하는지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자본주의 대전환을 위한 5가지 요소는 이렇다.


1. 공유가치 - 기업의 친 사회적 목표

2. 목적지향 기업 - 비전에서 행동으로

3. 재무 재설계 - 투자를 바꾸다

4. 협력 - 공익에는 공동으로

5. 시장과 정부의 균형


다섯 가지 요소를 나눠보면 공유가치와 목적지향 기업은 기업 내부 요인이고, 재무 재설계와 협력, 시장과 정부의 균형은 기업 외부 요인이다. 이렇게 5가지를 제시한 이유는 기업의 역할과 함께 외부자들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레베카 헨더슨이 제시한 자본주의 대전환을 위한 기업 내적 변화는 목적지향 기업이 되어 공유가치를 창출하고, 직접 행동하는 것이다. 기업이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고, 누구를 혹은 무엇을 위해 사업을 펼치는지를 명확히 하고 그들에게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현제까지 기업이 주로 사업을 펼친 건 기업의 주주를 위해서였다. 주주 이익과 더 많은 배당금을 지불하기 위해 사업을 펼쳤다. 때문에 기업 수익은 높아야 했고, 앞서 말한 환경과 사회의 희생이 발생했다.


기업이 이렇게 주주에게 헌신하는 한 자본주의 대전환은 일어날 수 없다. 주주 우선주의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기업에 투자한 주주와 그들이 선출한 의회, 뽑은 경영진이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 사람들을 위해서 사업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주인 당신에게 돌아갈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면 과연 누가 박수를 짝짝 칠까. 아무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또 이런 것을 알고도 주주 이익에 헌신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경영진이 나타난다 한들, 주주 압박이 거셀 것이다. 왜냐하면 주주는 경영진을 갈아치울 힘이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뜻을 품어도 쉽게 바꿀 수 없는 이유이고, 주주 우선주의가 강력한 이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베카 헨더슨이 제시한 게 투자자의 변화와 협력, 시장과 정부의 균형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투자자의 권한 축소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를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나타날 수 있다. 기업 경영진과 내부 임직원, 정부, 경쟁사, 투자자, 소비자, NGO 등이다. 더 넓게 보면 환경과 사회까지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레베카 헨더슨은 투자자, 정부, 경쟁사를 뽑았다.


목적 지향 기업은 자사의 이익만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 환경, 자신의 경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경영을 한다. 즉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확장된 것이고, 그들을 위한 사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이해관계자가 넓어지려면 현재 가장 많은 힘을 쥐고 있는 사람의 손을 풀어야 한다. 레베카 헨더슨은 그것이 주주라 판단했고, 주주의 권한을 축소하고 더 나아가 재무 재설계를 통해 경영으로 미친 환경과 사회 피해 비용을 재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의문점은 권한 축소를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이고, 그렇게 풀어진 힘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하고, 관리하고, 쓸 수 있게 할 것인가다. 내가 놓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다. 한편, 투자자들의 역할을 중요시 여기며 목적 지향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목적 지향 기업을 찾는 지표 중의 하나로써 ESG를 말한다.


하지만 ESG 지표도 완벽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ESG 투자를 살펴보면 결국 위험 요소를 하나라도 제거하기 위해 쓰인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인지 확인하고, 내 이익을 잃지 않기 위한 위험요소로서 ESG 지표가 활용되고 있다. 즉, 결국 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주주자본주의 기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레베카 헨더슨이 말한 목적지향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ESG 투자가 부족해 보이는 이유다. 결국 ESG 투자가 증가하고, 기업이 ESG를 하면 할수록 더더욱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대전환을 이루지 못한다.


레베카 헨더슨은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 권한 축소를 이야기한다. 기업이 정말 목적 지향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힘이 분산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분산된 힘을 누구에게 나누어 줄 것이며, 그렇게 나눠진 힘이 어떻게 작용되도록 할 것이며, 나눠진 힘을 어떻게 반영하고 결정할 것이냐는 거이다. 이렇게 보면 거버넌스 문제가 나타난다. 조직의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알고 싶었는데, 나와있지 않아서 아쉽다.


최근 ESG 모습을 보면 국내에서는 위기 대응 측면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있었던 RE100 논쟁 이후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대두된다는 기사가 많았는데, 이는 기업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기후 위기를 단순히 경영에 미칠 위기이니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ESG 투자와 ESG 경영에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ESG경영과 투자의 기저에는 주주 자본주의가 있다. 결국 주주 자본주의를 넘어서고, 힘의 분배와 의사결정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자본주의 대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자본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기업의 목적이 돈을 버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살기 좋은 지구와 건강한 사회라는 맥락에서 번영과 자유를 구축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아야 한다.(p.68~69)


밑줄

- 1998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기업과 사회는 공생관계다. 기업의 장기 존속 가능성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 얼마나 책임감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 한편 사회의 안녕은 이유를 내면서도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달려 있다." (p.41)


- 기업이 유해 쓰레기를 강에 버리고, 정치 과정을 통제하고, 가격 담합을 밀어붙인다면, 자유 시장은 부의 총액은 물론 개인의 자유도 확대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기업 그 자체가 의지하고 있는 제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p.47)


- 에너지가 싼 이유는 우리가 총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에 1킬로와트시당 5센트 정도를 낸다. 석탄 연소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석탄의 본질은 화석화된 탄소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석탄 연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할 때 기후에 미치는 피해는 1 킬로와트시당 적어도 4센트 정도다.(p.47)


- 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발생하는 전 세계적 의료비 총계는 추산하기도 힘들다. 어떤 유형의 연료인지, 어디에서 어떻게 연소시키는지 등의 광범위한 요소들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추산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1톤이 배출될 때마다 대략 40달러의 의료비가 소요된다. 이는 곧 1 킬로와트시당 4센트의 비용이 드는 것을 뜻한다.(p.48)


- 우리는 실제 석탄 연소 비용의 40% 정도만을 지불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화석연료 에너지는 값싼 에너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유는 우리가 이웃에게, 그리고 미래에 부과하는 비용을 감안하지 않기 때문이다.(p.48)


- 1억 8670만 톤의 석탄을 연소한 환경, 의료 비용은 총 대략 300억 달러다. 따라서 총수입을 총 가치 창출의 척도로 삼더라도, 피보디에너지는 창조하는 가치보다 5배는 더 많은 가치를 파괴하는 셈이다.(p.48)


- 온실가스 배출에 가격을 부과하지 않아 생기는 왜곡은 엄청나다. 경제 전반에 그 가각은 부과되고 있지 않다. 알아야 할 모든 정보가 가격에 담겨 있다는 전제하에 자유 시장이 마법과 같은 역할을 하다면, 이 경우에는 부릴 수 있는 마법이란 거의 없다.(p.49)


- 이익 극대화는 시장이 진정 자유롭고 공정할 때만 번영과 자유를 증진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자유와 공정 그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만일 엄청난 외부 효과들에 대해 충분히 가격을 부과하지 않고 규제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기회의 자유가 현실이 아니라 꿈에 불과하다면, 기업이 공익을 희생해가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게임의 규칙을 마음대로 바꾼다면, 주주 가치 극대화는 결국 파멸만을 낳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진정으로 경쟁적이고 적절하게 가격이 부과되는 시장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지고 있다. 또 그렇게 해야 할 강력한 경제적 동기도 있다. 불타는 세상이 모든 기업의 생존 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p.54)


- 오늘날의 세상에서 자본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기업의 목적이 돈을 버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살기 좋은 지구와 건강한 사회라는 맥락에서 번영과 자유를 구축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아야 한다.(p.68~69)


- 공유 가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자본주의의 대전환을 기대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기업이 친사회적 비전을 채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p.70)


- 우리 시대의 커다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이익과도 맞닿아 있다면(실제로 그렇다) 그들이 올바른 일을 하려 노력하는 기업을 지지하도록, 올바른 일이 수익도 나는 일임을 증명해주는 측정 기준을 개발해야 한다. 투자자들 역시 공유가치 창출의 장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환경 및 사회 문제 해결의 비용과 편익을 보여주는, 감사할 수 있고 반복 적용 가능한 측정 기준이 필요하다. 소위 환경, 사회, 지배구조 지표는 이러한 도전에 대한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p.72)


- 공유가치 수용 자체가 무엇보다 커다란 혁신이라는 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키텍처 혁신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아키텍처 혁신은 시스템의 구성 요소는 바꾸지 않은 채 구성 요소 사이의 관계, 다시 말해 시스템의 아키텍처를 바꾸는 혁신을 말한다. 대부분의 조직 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속한 시스템의 구성 요소 사이의 관계보다 구성 요소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아키텍처 혁신을 찾아내기도 힘들고, 이 혁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아키텍처 지식, 다시 말해 구성 요소가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는가에 대한 지식은 조직의 구조, 인센티브, 정보 처리 능력에 내재해 있어 사실상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기란 매우 힘들다.(p.114)


- 기업의 목적이 변화의 핵심이다. 수익 극대화를 넘어 명확하게 정의된 목적을 가진 기업, 기업의 목적이 주주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공익을 위한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기업이야말로 변화를 헤쳐나갈 용기와 능력을 갖춘 기업이다.(p.130)


- 자본주의를 바꾸기 위해서 투자자들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게 모두 동의한다. 나 역시 이러한 주장에 공감한다.(p.184)


- ESG 지표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사회 및 환경 성과에 대한 투자와 그 기업의 수익 간의 관계는 물론 포트폴리오 전반의 수익과의 관계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ESG 지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단기 성과주의라는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없다. 많은 ESG 지표들은 구축하기도 힘들고, 여러 업체를 비교하거나 감사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세심하게 마련된 지표들조차 성과를 촉진하는 데 유용한 비재무적 요소를 모두 포착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p.206)


- 결국 자본주의 대전환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기업 권력의 제약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땐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주주 가치 극대화를 받아들이는 한, 그에 따라 정부에 대한 체계적 평가절하를 받아들이는 한, 많은 나라에서 국가 제도들은 시장을 억제할 만한 힘을 갖지 못한다.(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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