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젊은 소셜벤처에게 묻다>
젊은 소셜벤처에게 묻다
(이새롬, 도현명 / 남해의 봄날/ 초판 1쇄/ 2018.02.25)
-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 -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두 개의 사업에 투입됐다. 첫 번째 사업은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에서 협업 모델을 잘 만들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과 기타 지원을 하고, 그들이 만든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사업이다. 두 번째 사업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다. 서로의 니즈가 맞는 부분에서 협업을 하고, 더 큰 시너지가 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실제 협업이 실증할 수 있는지 POC까지 진행을 한다.
두 개는 다른 사업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스타트업을 만난다는 것. 또한 그냥 스타트업이 아니라, 저마다의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비즈니스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이 중에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곳도 있고, 소셜벤처도 있다. (개인적으로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의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긴 하다.)
두 개 사업에 투입돼서 좋은 점이 있다. 첫째, 내가 해보고 싶었던 업무다. 기본적으로 사회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내 생각에 적합한 사업들이다. 둘째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직을 만나고, 그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또 그들이 해온 일들에 대해 놀라기도 한다. 어려운 점도 있다. 내가 스타트업의 전문성을 크게 신뢰하지 않고, 비즈니스가 과연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에 물음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만큼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게, 비즈니스가 문제를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업무를 하면서 이러한 생각들을 한 꺼풀 꺾을 필요성을 느꼈다. 생각이 빈틈없이 박혀 있으니, 새로운 생각이나 관점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예전에 한 번 읽었었던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책, <젊은 소셜벤처에게 묻다 - 어떻게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는가?>는 소셜벤처 6곳을 두 명의 저자가 인터뷰하고, 그들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또한 그들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책은 소셜벤처로 출발하기 전 지금의 대표들이 주목한 사회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왜 그 문제에 주목하게 됐는지를 다룬다. 이후 초기 프로젝트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사업으로 이어진 이유, 사업을 진행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현재 모습 등을 다루고 있다. 공감하는 문제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내 기준엔 저런 게 사회문제인가?라는 것도 있었다. 내 삶에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는 것들이 그랬다.
사회문제가 다양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가 성장하면서 문제는 더욱더 커졌다. 다양해지고 커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 시민사회는 더욱더 큰 목소리로 외치고, 활동가들이 현장에 투입되어 싸웠다. 진심으로 그들을 존경한다. 자신의 뜻에 맞다고 하여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옆에서 함께 싸우기란 어렵다. 문제는 그렇게 싸웠음에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비영리와 시민사회만으로는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어려워졌다. 사회문제가 다양해진 만큼, 그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도 다양해져야 한다. 그 문제에 맞는 전문성도 있어야 한다. 책에 소개된 사례로 머시 주스와 오파테크를 들고 싶다.
머시 주스는 유통, 마케팅, 제조를 모두 대기업에서 장악하고 있는 주스 시장에 끼어들었다. 영세농민에게 직접 작물을 구매해서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는 콜드 프레스 방법으로 주스를 제조한다. 이를 통해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아 현대인들에게 더 건강한 음료를 제공하고, 영세 농민이 더 나은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오파테크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교육 기기를 개발한다. 전 세계적으로 시각 장애인이 점자를 아는 비율은 10% 남짓이다. 그들이 제대로 교육이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점자 기기들이 도입되어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오파테크는 이 문제에 집중해 스마트 점점 기기인 '텝틸로'를 만들어 보급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 농민의 삶 개선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기기 보급 모두 사회문제다. 어쩌면 공공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은 더 많은 사람에게 자원을 분배하는 걸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저 말단의 사람들에게까지 접근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 작용하는 게 비영리와 시민사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영리나 시민사회가 전문적 기술을 요구하는 스마트 기기를 만들 수 있을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문가 집단이 뜻을 합쳐 단체를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비영리와 시민사회는 시민들에게 후원을 받아서 재정을 마련한다. 그런데 정말 소수의 사람들을 지원하려는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시민이 후원을 할까? 선뜻 액수가 떠오르는 않는다.
앞서 썼듯이 내 삶에 연관되지 않은 문제는 나도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사회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이 내 삶에 연관되지 않으면 선뜻 행동에 나서지 않게 된다. 기술 산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데, 그 비용을 꾸준히 후원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후원에 한정하기보다는 차라리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해서 얻은 수익으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이 부분이 소셜벤처가 비즈니스를 선택하고, 성장을 통해 커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셜벤처가 성장하려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래야만 새로워지는 사회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또한 뜻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언제나 냉혹하다. 실제 일을 하며 그런 상황을 마주했다. 정말 취지가 좋고,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끝내 무산된 사례가 있었다.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그만큼 사회문제 해결은 어렵고, 가시 돋친 길이다.
몇 달 전 한 소셜벤처 대표 강의를 들었었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 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미친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그는 혹시 소셜벤처 제품 사용하고 있는 분이 있으면 손 들어 보라고 했다. 50명이 넘는 사람들 중 5명 남짓이 손을 들었을 뿐이다. 그걸 보고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전체 1/10도 안 쓰는 물건으로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에서 대기업과 맞짱 뜨려고 하는 조직이다."라고. 그 대표가 했던 말이 현재의 소셜벤처들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비즈니스와 성장이라는 말을 사회문제와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이 너무 견고하니 소셜벤처나 사회적 기업들을 그들의 순수한 의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할 때가 있다. 조금은 그런 생각을 한풀 꺾고 싶다. 내가 읽은 이 책과, 내가 일을 하면서 만나는 조직들이 나의 이런 생각을 조금 더 꺾어주길 바라본다.
- 모든 사회적 기업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소셜벤처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성장을 추구하여야만 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었다. 그것이 다자간 협력을 통해서 건 글로벌 진출을 통해서 건 혹은 기술이나 프랜차이징을 통해서라도 성장해야만 해결할 수 있고 대항할 수 있는 복잡한 사회 문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p.15)
- 왜 지금까지 이런 시도가 없었을까. 답은 어렵지 않다. 그만큼 고민과 인내를 반복했던, 해당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중략) 고도의 기술이 있어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관심과 이해와 공감이 실행으로 이어질 때 도리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p.147)
- 언제나 소셜벤처의 투자 유치는 어렵다.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도 어렵지만, 가치의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것은 더 어렵다. 특히 초기에는 소셜벤처 스스로도 가치의 기반을 충분히 개발하고 수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때 소셜벤처 팀의 사회적 미션을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들어오면 회사는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렵다. 특히 오파테크는 굳이 분류하자면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다. 초기에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가 상당 부분 필요하고, 수익 창출까지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투자자에게는 무엇보다 고역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오파테크는 투자 유치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p.152~153)
-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김항석 이사는 말한다. 그래야만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