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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팔청춘 Nov 06. 2022

나이키 이야기

책, <슈독 SHOE DOG>


슈독(SHOE DOG)
(필 나이트/ 사회평론 / 2판 2쇄/ 2019.01.07)

- 나이키 이야기 -


신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두 기업이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많은 신발 브랜드가 있지만, 나이카와 아디다스가 신발 업계를 양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도 비중이 더 높은 건 나이키다. 승리의 여신 니케를 본떠 만든 그 로고처럼, 나이키는 현대 신발 업계의 승리자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나이키가 승자였을까? 아니다. 나이키 이전 최대 신발 브랜드는 아디다스였고, 나이키는 그저 일반의 타이거 슈즈(현 아식스)를 미국에 들여와 판매하는 브랜드였다. 지금의 위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책, <슈독 SHOE DOG>는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가 쓴 자서전이다. 그가 평생을 걸쳐 일군 나이키의 태생부터, 주식공모를 하기까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의 제목인 슈독은, 신발에 미친 사람들을 말하는 단어다.


육상선수 출신인 필 나이트는 스탠퍼드 MBA까지 졸업했지만, 신발을 너무 좋아했다. 육상선수였던 그는 매일 수 킬로미터씩을 뛰는 러닝광이었다. 이런 배경에 신발에 관심 갖는 건 다양할 것이다. MBA까지 마치고, 회계사 자격증까지 있던 그는 불현듯 아버지께 돈을 빌려 세계여행을 떠난다. 그러던 중 일본을 여행하며, 현재 아식스가 된 타이거 슈즈 신발을 마주한다. 그 신발에 매료된 나이트는 '블루리본'이라는 신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며 타이거 슈즈 경영진을 설득해 미국에 신발을 들여온다.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제품이 판매되면 다시 들여와서 판매하는 일을 반복한다.


이렇게만 보면 완벽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현금은 항상 부족했고, 은행에서 대출조차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타이거 슈즈와 법정 공방까지 가게 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한 필 나이트와 그의 친구들은, 타이거 슈즈와 정면으로 맞서고 승리의 여신 니케의 이름을 본떠 나이키로 새롭게 출발한다. 그들은 타이거 슈즈에 승리했고, 사업을 확장하며 훗날 주식공모까지 하게 된다. 그 결과 모든 사라이 아는 지금의 나이키가 됐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현대 회장이었던 정주영 회장의 일화가 떠올랐다. 과거 500원짜리 지폐에 새겨져 있던 거북선을 보여주며, 우리는 과거에 이 정도 배를 지었던 기술력이 있던 나리이며 곧 조선소를 만들 계획이니 우리와 배 수주 계약을 맺자던 일화였다. 아무것도 없던 필 나이트가 타이거 슈즈 경영진에게 했던 태도와 무척 비슷했다. 정주영 회장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한 것처럼, 필 나이트 역시 시련은 많았지만 실패하지는 않았다.


필 나이트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킬로미터씩 달리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걸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러닝을 하고, 육상 선수들이 더 빠른 기록을 낼 수 있도록 신발을 개발했고, 온 인생을 신발에만 바쳤다. 불광불급이라는 말처럼, 신발에 미쳐서 지금의 명성과 부를 얻었다. 나이키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남녀노소 모두가 가리지 않는 최고의 브랜드가 됐다.


사실 자서전은 종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많이 읽었고 그들이 쌓은 명성과 부가 대단해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들이 어떻게 그 부와 명예를 쌓았는지, 그 과정에는 과오는 없었는지가 조금씩 보이자 자서전을 그대로 믿지 않게 됐다. 이번 책에서도 그랬지만, 내가 조금 더 기대했던 부분은 90년대 큰 이슈였던 나이키 아동노동 사건이 다뤄지느냐, 아니냐였고 다뤄진다면 어떻게 다뤄지느냐였다. 아쉽게도 주식공모까지의 이야기여서 아동노동 사건이 자세하게 나오진 않는다. 에필로그에 짧게 나온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워했던 부분이었다. 나 역시도 그가 책 말미에 했던 주장을 보면서, 분명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러닝을 좋아한다. 생각이 조금 복잡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곧잘 뛰러 나간다. 내가 하는 러닝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그의 믿음은 가져야 할 것 같다. 그가 믿음을 갖고 일을 했던 것처럼, 나도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해야겠다.


밑줄

-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인가?'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 삶이 돈에만 몰입되는 것은 싫었다.(p.38)


- 나에게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킬로미터씩 달리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내가 파는 신발이 달리기에 더없이 좋은 신발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나의 믿음에 공감했다.(p.85)


- 사업은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사업은 총탄 없는 전쟁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한다.(p.134)


- 우리는 캐럴린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 작업한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35달러짜리 수표를 주면서 돌려보냈다. 그녀가 떠난 뒤에도, 우리는 자리에 앉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로고를 계속 쳐다봤다. 그것은 어찌 보면 선택된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부전승으로 결정된 것 같기도 했다. 존슨이 말했다. "눈길을 끄는 데가 있어." 우델도 이에 동의했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뺨을 긁으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지. 다들 이걸 좋다고 하니. 시간도 없고. 그냥 이걸로 해야겠어."(p.262)


- 슈독은 신발의 제조, 판매, 구매, 디자인에 전념하는 사람을 말한다. 신발에 일생을 건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 표현을 쓴다. 그들은 오랜 세월을 두고 꾸준히 신발에만 몰두한다. 그들은 신발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신발 마니아로서 심리 장애 증세가 뚜렷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머리는 안창, 바닥 창, 안감, 대다리, 리벳, 등가죽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7500보, 평생 동안 2억 7400만 보를 걷는다. 평생 동안 지구를 여섯 바퀴나 도는 셈이다. 슈독은 이런 여행에서 한 부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슈독은 인류의 발이 지구 표면과 접촉하는 경첩을 다듬는 사람이 아니라 인류를 이어 주기 위한 더 나은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다.(p.269)


- 힘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내 생명을 지킨 것은 매일 밤 했던 10킬로미터 달리기였다. 그리고 매튜, 페니와 함께하는 짧은 시간이 내 정신을 온전히 유지해주었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매튜가 잠들기 전에 옛날이야기를 해주려고 했다.(p.327)


- 언젠가 프리폰테인은 '누군가가 나를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피와 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중략)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나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은행, 채권자, 경쟁 기업이 나를 파산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맹세코 그들이 그렇게 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피와 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p.399)


- 토요일 오후에 나는 바우어만 코치를 만나기 위해 헤이워드 트랙을 걷고 있었다. 이때 뒤에서 누군가가 "이제 나이키가 아디다스를 완전히 제쳤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말은 그 주말, 아니 그해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퓨마 영업사원이 나무에 기댄 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았다.(p.420)


- 몇 달 후, 후덥지근한 몬트리올에서 나이키의 위대한 올림픽 데뷔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1976년 올림픽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우리 나이키를 신고 출전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은 쇼터에게 집중되었다. 쇼터는 마라톤 종목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이는 나이키에 최초의 금메달, 즉 나이키가 다른 신발을 모두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러닝화 회사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않고는 진정한 러닝화 회사로 등극할 수 없다.(p.422~423)


-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는 대책 없는 오합지졸 같았을 것이다. 우리는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았고, 목표를 향해 한 마음, 한뜻이 되었다. 우리 중 대다수가 오리건 출신이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시골뜨기 혹은 잡초 부스러기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세상에 태어났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심하게 혐오한 나머지, 자아를 억눌러야 했다. 우리는 가장 똑똑한 사람을 따로 두지 않았다. 헤이즈, 스트라세, 우델, 존슨은 어디를 가더라도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거나 그다음으로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의 버트페이스에서는 모욕과 학대가 난무했다.(p.428)


- 정말이지 학대 그 자체였다. 우리는 서로에게 끔찍한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말로 아주 작살을 냈다. 사업 아이디어 혹은 회사가 직면한 위협에 관해 토론할 때, 우리는 상대방의 감정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나한테는 더욱 그랬다. 그들은 나를 '버커 더 북키퍼'라고 불렀다. 나는 그들에게 그만두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감정적으로 나오면, 완전히 지는 것이다.(p.428~429)


- 나는 에어 밑창을 러닝화에 압착시키고는 그것을 신고서 끈을 맺다. 나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한번 뛰어보았다. 10킬로미터 달리기를 해보았다. 루디의 말대로 확실히 불안했다. 그래도 달리는 데 크게 지장이 없었다. 나는 사무실까지 달려갔다. 얼굴은 땀에 젖어 있었지만, 스트라세에게 곧장 달려가서 "이거 아주 대박 날지도 몰라"라고 말했다.(p.439)


- 우리는 때로 현금과 무관한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예전부터 5대 신발 공장이 있었는데, 이들 간의 경쟁이 너무나도 치열한 나머지 곧 공장 문을 닫아야만 할 것 같았다.(p.447)


- 행운은 용감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법이다.(p.458)


- 온 세상이 안개로 가득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특히, 나 자신이 가장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 수중에 1억 7800만 달러가 들어올 것이다.(p.513)


- 나는 사람들이 나이키 해외 공장의 실태에 대해 공격할 때도 똑같은 배신감을 느꼈다. 그들은 그곳이 노동력 착취의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들은 그곳의 작업 여건이 열악하다는 말만 할 뿐, 우리가 처음 그곳에 들어갔을 때보다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 우리가 작업 여건을 개선해 안전하고 청결한 공장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한 나이키 해외 공장은 나이키가 소유한 것이 아니며, 나이키는 세입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작업 여건에 불만이 있는 종업원들을 열심히 찾아내 그들이 나이키를 비방하도록 했다. 나이크를 비방해야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서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었다.(p.531)


- 물론 임금은 항상 문제가 될 것이다. 제3세계 공장 종업원들의 임금은 미국 종업원보다 엄청나게 낮다. 나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나라의 경제 구조와 한계 속에서 공장을 경영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임금을 줄 수 없었다. 이름을 밝히기 곤란한 어떤 나라에서 우리는 임금을 인상하려다가 정부 고위 공직자들에게 불려가 이런 계획을 철회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그들은 우리가 그 나라의 경제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했다. 그들은 신발 공장 종업원이 의사보다 돈을 더 많이 벌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p.534)


- 기업가는 때로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포기해야 할 때를 알고, 다른 것을 추구해야 할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포기는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가는 결코 중단해서는 안 된다.(p.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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