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가늠은 안되지만, 리어카는 적어도 200kg이 넘을 것 같았다. 이런 무게는 군대 이후 처음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시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 시절, 밤만 되면 '나는 뭐지'라는 생각에 빠졌던 그 시절.
"그땐 매일 이랬었는데"
어느 부대나 그렇겠지만, 이병 때는 허구한 날 허드렛일에 불려 나갔다 그때면 항상 무겁고 험한 일만 도맡아 했었다. 오합마 질, 삽질, 물건 나르기 등 자치하면 몸이 상하는 일들의 일상이었다. 같이 불려나갔던 동기 중 한 명은 무거운 물건에 발등을 찍혀, 토끼 머리만 하게 발이 퉁퉁 부었었다. 당시 나랑 같이 물건이 가득 실린 리어카를 끌다가, 물건이 떨어진 거였다. 그 자리에서 데굴데굴 구르던 동기가 생각이 났다. 지렁이 꿈틀거리듯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고통스러워했었다.
"으으"
그때를 생각하니 저절로 치가 떨렸다. 치가 떨리며 고개를 흔들다 보니 어느새 언덕의 중간을 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 뒤에서 차를 몰며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던 때 갑자기 리어카가 멈췄다. 그 뒤 어르신이 무어라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발음이 부정확했다.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네? 어르신 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
내 말을 들으신 건지 아닌 건지, 어르신은 계속 무어라 무어라 말했다. 억양을 보아 짜증과 화가 섞인 것 같았다. 더 정확히 들으려고 집중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아무리 갓길이라고 해도 차도여서인지 차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게다가 유동 차량이 많은 곳이라 지나가는 차도 많았다. 들을만한 상황이 되지 않았다. 그냥 빨리 끝내고 싶었다.
내 마음을 아셨는지, 어르신은 다시 앞으로 출발했다. 도로는 올라갈수록 경사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 같았다. 실제로 경사가 높아진 것인지, 힘이 들어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둘 다 일 수도 있다. 한 10분 정도 올라갔을까 드디어 정상에 거의 다다랐다. 앞 단이 정상에 다다르니, 뒷담에 더 무게가 실렸다. 힘을 더 주고 리어카를 밀었다.
"아오 끝났다."
끝나고 나니 땀 범벅이었다. 걸어올라 오면 몇 분이면 올라올 길을, 리어카를 끌고 오니 몇 십분이 걸렸다. 혼자서 한다고 하면 절대 못할 일이었다. 이렇게 힘든 걸 어르신은 혼자 하려고 했던 건가, 아니면 이렇게 다니면 매번 누군가 와서 도와줬던 건가. 세상이 그렇게 따뜻하지는 않을 텐데. 오히려 차도에 왜 나왔냐며 욕하는 차주가 있다면 모를까.
때마침 주변에서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고개를 떨궜다. 어르신이 내 앞에 와서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인가 싶어 주변을 봤는데, 나밖에 없었다. 나한테 욕을 하고 있었다. 삿대질을 하면서. 땀 뻘뻘 흘리며 도와준 나를 말이다.
"네? 저한테 하신 거예요?"
"그래 이이.. 새끼야아..!! 왜 지랄이야."
"하, 참나"
어이가 없었다. 아니 시발, 지금 나한테 욕하는 거야? 도와줬더니 돌아오는 게 욕이야? 어?. 기껏 도와줬더니 감사한 줄을 모른다. 그러니까 이러고 있지. 아오 짜증나. 어르신은 네가 도와줬건 아니건 상관없다는 듯이 내게 계속해서 무어라 무어라 욕을 해댔다. 발음이 어눌해서 잘 들리지 않았다.
"아니 어르신, 전 지금 어르신 리어카 끄는 거 도와드린 거예요. 그런데 왜 저한테 욕을 해요? 네?"
"누가 도와다아라고..해써..!!"
"저도 도와드리고 싶어서 도와드린 거 아니거든요? 네? 아오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
나는 고개를 휙 돌리고 뒤를 돌았다. 아버지 차가 멈춰서 있었다. 나는 곧장 차로 가서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 차에서 내렸을 때처럼 문을 세게 닫았다.
"아오 놀래라. 좀 살살 닫아"
"아 몰라 짜증나. 가, 가, 가, 가. 저 어르신 보기도 싫어"
아버지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 차를 출발시켰다. 어르신은 어느새 리어카를 끌며 조금씩 앞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가셨다. 나는 부글부글 거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