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

by 한량


어르신은 7남매의 넷째이자 차남으로 태어나셨다. 어머니는 그 시절이 그랬듯 집안에서 자식들을 키웠고, 아버지는 밖에 나가 일을 했다. 아버지 직업은 개장수였다. 지나가는 개를 잡아 파는 일이었다.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 먹을 수 있는 건 닥치는 대로 먹는 시대였다. 가능하다면 나무껍질이라도 벗겨 끓여먹던 시대였다. 그런 가운데 강아지는 반려동물보다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어르신의 아버지는 지나가던 개들을 잡아다 파는 일을 하셨다. 밤이 되면 어르신의 아버지는 어디서 잡아 왔는지도 모를 강아지를 우리에 가두셨다. 그리고 몽둥이를 가져와 있는 힘껏 패셨다.


정말 개 패듯이 팼다. 어르신은 그런 아버지가 싫었다. 어린 어르신의 눈에 강아지는 음식보다는 귀여운 동물이었다. 그런 귀여운 강아지가 아버지 손을 거치면 목소리도 잃고, 짓지도 못하고, 차갑게 식어진 채로 죽었다. 그렇게 팬 강아지는 가끔 식구들의 식탁에 올라왔다. 어르신은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못 먹겠다 투정을 부리면 이내 숟가락이 어르신 얼굴에 날아왔다.


"애새끼가 배고픈 줄 모르고, 그냥 주는 대로 처먹어 이 새끼야."


실제 어르신 집안은 부유하지 않았다. 논밭이라도 있으면 농사를 짓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에 개 잡아 파는 개장수가 된 것이었다. 가난한 집에서 자식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없었다. 차남이었지만, 교육의 혜택은 장남인 큰 형님을 제외하곤 누구도 받지 못했다.


부유하지 않은 집안에서 하나라도 입을 줄여야 했다. 누나들은 그 지역 부잣집에 식모 살이를 하러 갔다. 그곳에서 일을 해주면 최소한 끼니는 굶지 않았다. 또 그렇게 해서 잘 되면 그 집에 시집을 가곤 했다. 가난한 집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다.


어르신은 그나마 누나들보단 나은 편이었다. 최소한 어린 나이부터 밖에 나가 억지로 일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나이 또래에 마땅히 가야 할 학교에 가지 못했으니 배움이 없었고, 그저 방치될 뿐이었다. 게다가 어르신은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했다. 어릴 때 엄마 젖을 제대로 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어머니마저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해 젖에 양분이 없었고, 쭈글쭈글 말라 있었다. 그래도 귀한 자식이라고 어머니가 동네 아줌마들에게 젖동냥을 하러 다녀서 그나마, 정말 그나마 100일을 지나 첫돌을 지날 수 있는 케이스였다. 태어날때부터 허약한 몸이 일을 할 수 없었다.


집안에서도 할 게 없던 어르신은 종종 밖으로 나갔다. 동네를 돌아다니는 어르신을 동네 사람들은 '개집 자식'이라고 불렀다. 부모들이 흔히 00 엄마, 00 아빠라고 불리듯 자식들도 00 집 아들, 00 집 딸이라고 불렸다. 하루종일 밖을 돌아다니며 낡은 옷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더 낡아 보일 때까지 돌아다니다가 온 날, 어르신은 이 날을 잊지 못한다.


집 밖에서부터 큰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웬 낯선 아저씨가 어르신 멱살을 잡고 때리고 있었다. 싸운다기 보다는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맞는 것 같았다. 아저씨 덩치는 아버지의 두 배도 넘어 보였고, 때리는 주목은 맷돌처럼 크고 단단해 보였다. 그 큰 주먹으로 아버지를 내리칠 때면 아버지 얼굴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천둥처럼 났다. 어머니는 그런 아저씨를 말리다 내팽겨쳐졌고, 어린 동생들은 공포에 질려 엉엉 울고 있었다. 어르신은 공포에 질려 들어갈 수 없었다. 사람이 공포에 질리면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아저씨가 어르신 아버지를 팬 건 아버지가 개를 훔쳤기 때문이었다. 어르신은 지나가다 문이 열린 집에 개가 있으면 몰래 훔쳐오곤 했다. 처음엔 그것도 무척 긴장되고 떨렸지만, 몇번 하고보니 대담해졌다. 그러다 타 지역 집에 있던 개를 훔쳤는데 지역 사람들에게 꼬리가 밟힌 것이다. 개 잃어버린 집에 있던 아저씨가 직접 찾아와 개를 훔쳐간 아버지를 막무가내로 패고 있던 것이었다.


아버지는 개패듯 맞았다. 마치 아버지 자신이 패던 강아지 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얼굴이 찢어지고 터지며, 곤죽이 되어 있었다. 맷돌에 간 콩처럼 으깨졌고, 으깨진 곳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어르신과 어머니는 아버지를 패던 아저씨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엉엉 울며 "우리 아버지 때리지 마요. 우리 아버지 살려 주세요. 우리 아버지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라고 애원했다. 무릎 껍질이 흥건해지도록 매달렸다. 그런 어르신과 어머니를 본 아저씨는 때리는 주먹을 멈추고 아버지 멱살을 잡고 알아듣지 못할 쌍욕을 하곤 아버지를 바닥에 내팽겨쳤다.


아저씨가 떠나고, 내팽겨쳐진 아버지 옆에서 어머니와 어르신, 어린 동생들이 꺼억꺼억 울었다. 아버지는 그런 가족을 보지 못하고 통곡했다. 찢어지고 터진 상처에서 흘러 나온 피에 눈물이 흘렀고, 피눈물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꺼억꺼억 우는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버지는 개패듯 맞은 뒤 일을 나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누워만 계셨다.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일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가 밖에 나가 일을 했다. 하루 종일 식모 살이를 했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웠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아버지는 회복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서울에 갔던 큰형님이 왔고, 식모살이 갔던 누나들이 왔다. 아버지 장례식은 뒤뜰에서 했다. 어차피 올 사람이라곤 가족들 뿐이었다. 장례식을 다 치른 뒤 오랜만에 집에 온 큰형님은 이렇게 살면 가망이 없다며 어르신에게 "사내 놈이면 네 앞가림은 네가 알아서 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앞가림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나이였다. 앞가림을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고, 어르신 제 이름 석자도 쓸 줄 몰랐다. 그런 어르신에게 큰형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뒤 큰형님과 어머니는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만 있던 어르신은 그 내용이 무척 궁금했지만, 섣불리 들을 수 없었다. 큰형님이 듣지 못하게 했고, 너무나도 커보였던 큰형님 말을 어르신은 거역할 수 없었다. 그러던 며칠 뒤 어머니가 어르신에게 다가왔다. 그러곤 어르신을 한참 꼭 끌어 안아주셨다. 어머니는 흐느껴 눈물을 보이시며 어르신에게 말씀하셨다.


"엄마가 미안하다. 엄마가 미안해."

그게 어르신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어머니의 눈물이 어르신 마음 속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어르신은 아무것도 모른채, 우는 어머니 품에 가만히 안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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