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국 / 김영승
모든 국은 어쩐지
괜히 슬프다
왜 슬프냐 하면
모른다 무조건
슬프다
냉이국이건 쑥국이건
너무 슬퍼서
고깃국은 발음도 못하겠다.
고깃국은………
봄이다. 고깃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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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품에서 막 잠들려는 아이에게 이 시를 읽고 또 읽어줬다. ‘고깃국’ 부분에서는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박연준 시인은 말했다. “모유는 아이가 처음 먹는 국이다.” 그 말을 듣고 난 뒤로 국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자꾸 맴돈다. 오늘 아이가 먹는 국에서는 백합미역국 맛이 날 테지. 아기띠를 매고 아이를 재우는 남편에게 ‘슬픈 국’을 읊어줬다. 이 시가 너무 좋아서 아이에게 다섯 번은 읽어줬다는 말을 덧붙였다. 남편은 ‘고깃국’이라는 구절에서 풋— 하고 웃었다. 나는 원래 밥상에 국이 없으면 목이 메이던 사람이었다. 몇 해 전부터 식탁에서 국이 사라졌다. 염증 관리 때문에 시작한 ‘무국 생활’은 행동은 쉬웠지만, 적응은 오래 걸렸다. 지난해 아이를 낳고, 대접에 찰랑찰랑 넘치던 미역국을 귀한 한약처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셨다. 국을 삼킬 때마다 젖가슴이 차올랐다. 그 국이, 아이에게 갈 젖이 되었다. 백합미역국. 삶은 이렇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