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을 만지작거리던 아주머니 옆자리에 앉았다. 아주머니는 열차 안에서 먹을 요량으로 도시락을 산 듯했지만, 먹을지 말지 결정을 못 내린 눈치였다. 나는 뻐근한 어깨와 팔을 연신 주무르며, 눈으로 열차 안 사람들을 구경했다.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 안경 낀 아저씨,
열차 의자에 꽂혀 있는 책자를 살피는 서양인 노부부,
대만 사람인 줄 알았던 젊은 부부는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마주 보고 앉은 대만 청년은 휴대폰에 대고 속삭였다.
음성 메모로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궁금했지만, 아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옆자리 아주머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도시락을 먹지 않기로 결심한 듯, 가방에서 비닐봉투를 꺼내 도시락과 젓가락을 넣었다. 사실 나는 그녀가 도시락을 먹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뚜껑을 여는 순간, 데리야키 소스의 냄새가 열차 안을 장악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 냄새가 내 식욕을 자극해 침샘을 흔들까, 아니면 구역질을 유발할까 —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도시락을 포기하고, 귀를 팠다.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빈 뒤 손톱에 낀 귀지를 빼내는 작업을 반복했다.
‘귀가 가렵다 → 새끼손가락으로 후빈다 → 손톱에 낀 귀지를 제거한다.’
단계가 너무 복잡했다. 줄일 순 없을까? 쓸데없이 고민했다.
귀가 가렵다 → 면봉을 꺼낸다 → 귀를 후빈다 → 버린다.
귀가 가렵다 → 그냥 후빈다.
귀가 가렵다 → 입으로 ‘후’ 불어 손톱의 귀지를 제거한다.
귀가 가렵다 → 참는다.
귀가 가렵다 →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다.
귀가 가렵다 → 귀를 반으로 접었다 폈다.
귀가 가렵다 → 옆사람에게 귀에 ‘후’ 불어 달라고 한다.
쓸데없는 생각을 멈추자,
그제야 창문 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늘.
대만에서 좋았던 일을 떠올렸다.
시간이 이렇게도 흐른다.
2018.03.29
타이베이 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