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by 백백백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함께 보던 팀장님이 구혜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뒤통수가 납작하네.” 뒤통수가 납작한 게 마치 큰 흉이라도 되는 듯, 무심한 말투였다. 그 말을 들은 뒤 처음으로 내 뒤통수를 만져보았다. 손끝에 닿은 건 절벽 같은 90도 각도였다. 갑자기 납작해진 것도 아닌데, 몰랐던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처럼 놀라웠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관심을 준 적 없던 뒤통수. 그날 이후 나는 뒤통수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뒤통수는 마치 내가 모르는 나의 얼굴 같았다. 늘 내 시선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증명하고 있었다.

2023년 가을, 아이가 태어났다. 작고 둥근 머리. 손바닥 위에 올려두면 세상이 잠시 멈추는 것 같았다. 하지만 태어난 지 50일도 채 되지 않아 근육성 사경 진단을 받았다. 한쪽 목근육이 비대해져 오른쪽으로 고개를 잘 돌리지 못했다. 방치하면 척추측만이나 얼굴 비대칭 등 신체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치료 방법 중 하나는 아이를 안고 재우는 것이었다. 아이의 왼쪽 볼을 내 가슴에 붙이고, 배 위에서 잠들게 했다. 사경이 있는 아이는 한쪽 방향을 선호하기 때문에 뒤통수 한쪽이 눌리기 쉽다고 했다. 아이의 머리가 내 품에 닿아 있을 때, 그 온기 속에는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이 있었다. 잠든 아이의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도 금세 익숙한 방향으로 돌아갔다. 수시로 고개를 돌려줘야 했고, 밤잠은 늘 깨져 있었다. 6개월이 될 때까지는 안아서 재웠고, 뒤집기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엎드려 자게 했다.

바닥에 뒤통수가 닿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엎드려 옆으로 누워 자고 있는 아이의 동그란 뒤통수를 바라보다 보면 내 뒤통수가 문득 서글퍼졌다. 관심과 사랑을 덜 받은 것 같아서였다. 사경을 담당했던 의사가 아이의 두상이 동그랗고 좋다고 말했을 때, 그간의 밤들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아이의 뒤통수는 내 손끝에서 조금씩 사랑의 모양으로 빚어지고 있었다.

동그란 두상은 부모의 노력 덕일까, 아니면 유전일까. 엄마 말에 따르면, 나는 어려서 눕혀 놓으면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누워서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상상을 했을까, 아니면 엄마를 기다렸을까. 뒤통수만 보이며 천장을 바라보던 그 아이가, 이제는 내 아이의 둥근 뒤통수 속에 조용히 스며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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