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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뿡씨 May 04. 2023

《다음소희》를 보고, 평가혁신이 절실하다.

영화를 읽고 교육을 쓰다 #1

영화 《다음소희》를 보았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루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무거운 마음에서 한참을 빠져나올 수 없었다.


소희를 막다른 길로 몰고 간 것은 누구일까? 영화에서는 한국사회 전반의 정량평가를 가해자로 지목한다. 기업의 영업실적과 노사의 이익배분, 일반고 진학률, 특성화고 취업률과 학교평가, 교육부의 시도교육청평가, 게다가 경찰의 수사실적까지, 우리사회에 촘촘히 자리잡은 다수의 정량평가와 그로 인한 조직의 이익 앞에 소희의 꿈과 행복이 설 자리는 없었다.

소희는 고3 실습생으로 노동인권을 보호받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모든 시스템은 어쩔 수 없이 평가를 목적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평가결과에 의해 조직의 존폐와 투자가 결정되고, 상위 클래스로의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가방법에 따라 사업이나 교육의 모습이 결정된다. 정량평가를 위해서는 질보다 양이 우선시되고, 정성평가를 위해서는 양보다 질이 우선시된다. 무엇보다 평가가 가장 중요한 까닭이다.


과거 산업사회, 자본과 자원이 부족했던 우리나라에서 노동력은 유일한 경쟁력이었다. 모든 시스템이 대량생산을 위해서 작동했고, 정량평가는 노동력 관리와 통제에 효율적 도구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사회의 빠른 성장을 위해 무시해 왔던 개인의 행복을 돌봐야 할 때다. 이를 위해 평가 시스템을 정량에서 정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대전환은 굉장히 어려워 보이지만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인구절벽의 위기를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 인구절벽이 가져온 한국사회의 위기가 평가혁신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인구절벽시대는 과거 산업사회 대비하여 효율보다는 효과를,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야 할 때다.


학교교육도 마찬가지다. 정량평가는 문제풀이식 수업을, 정성평가는 문제해결식 수업을 동반한다. 또한, 정량평가는 모든 교육결과를 숫자화한다. 숫자화는 운영과 관리의 편의성을 보장한다. 하지만 숫자화는 서열화를 피할 수 없다. 교육의 목적이 인재선발을 위한 서열화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아니, 정량평가에서 선두에 있는 학생이 "인재"인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pixabay.com

학생이 읽고 걷고 쓰며 자신의 결대로 성장하고,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진로, 진학, 직업을 이루는 학생성공시대, 매우 이상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의 교육정책이다. 하지만 그 끝에 대학수학능력평가와 같은 획일적 정량평가가 기다리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방향의 교육정책일지라도 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이 교육과정과 평가의 미스매치는 서로에게 오히려 제동장치로 작동하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학생과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최근, 초중고 교육과정, 수업, 평가는 교수평 일체화, 배움중심수업, 과정중심평가 등 정량에서 정성으로의 변화를 도모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정책의 변화 끝에 기다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입시는 늘 그 끝을 새드엔딩으로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는 공정성을 위해 오히려 정량평가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역기능 예방을 위한다는 이유로 평가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다. 공정성에 관련한 역기능은 블라인드 테스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 본질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결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결대로 잘 자라고 있는지, 양보다 질을 평가해야 한다. 정성평가가 정량평가를 완전히 대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다음"소희 없는 학생성공시대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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