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습관

by 낙서

한두 살 어린 나이도 아니면서 나 좀 봐달라며, 내 말 좀 들어달라며 여기저기 땡깡부리고 어리광 부려댔다.

그러다가 결국, 늘 같은 결말을 맞이하는 루프속 등장인물처럼 어김없이 이번에도 나는 또 그렇게 포기했다.


친구의 블럭을 망가뜨리곤 엄마뒤에 숨어 안도감과 용감함이 뒤섞인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하고서는, 당당한 척 온갖 허세를 떨며 양손에 와이프의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곤 부들거리는 몸을 참아가며 억지로 애써 당당한 척 그렇게 자리를 떠나왔다.


그렇게 또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잦은 이직에 잦은 퇴사에, 내 스스로가 너무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혼자 남은 시간 속에서, 조용히 또다시 나를 복기한다.


잘난 것도 하나 없는 내가, 뭐가 그리 잘났다고 조직의 모난 돌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렇게 찾은 모난돌들의 흉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그 흉터만으로 그 사람들의 시간과 경험들을 독단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고 모두가 인정할만한 그럴싸한 옷을 입혀놓고,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그들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함께 내 의견에, 내 판단에 동참해 주고 목소리를 키워주길 바라는 겁쟁이 같은 이기적인 심보로..


결국 모두가 동감했다. 나의 혜안에, 내가 만든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에 그들 모두 동의하며 인정했고, 걱정 어린 눈빛으로 모난 돌이 문제라며 다들 내편을 들어줬다. 다들 그렇게 말해줬다. 다들 그렇게만 말해줬다.


여기부터가 내 착각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 똑같은 업무 속에 결국 달라진 건 나의 혜안에 감탄한 그들에게 배송된 불만+걱정 뿐.

다들 그럼에도, 모두가 인지한 잘못된 상황과 환경에도 그들은 본인들 역할에 충실하며 블럭들을 하나씩 하나씩 쌓고 채웠다. 물론, 불만+걱정을 장착하곤.


나는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내가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침내 결국, 나와 함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그들에게, 그리고 완연히 보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 없는 조직에게 모든 것에 불만이게 되었고, 결국 나는 또 한 번의 포기를 위한 젠가블럭을 하나씩 빼고 있었다.


그렇게 결국 무너졌다.

'아니! 내가 바라던 대로 블럭을 무너트린 거다.' 라고 수십 번 마른침을 삼켜내듯 억지로 꾸역꾸역 되도않는 말들을 여기저기 허공에 뱉어내곤, 추접스럽게 쪼그려 앉아 당당한척하며 쓰러진 블럭들을 하나씩 치웠다.



그리고, 모난돌이 빠진 조직은 평온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