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소원

by 낙서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나름대로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개인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내 의지와 상관없이도.

긴 호흡으로도 사람을 만나보았고 짧은 인스턴트 같은 관계로도 사람들 만나 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마치 화학작용과 같은 결과물이 생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알 수 있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것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것을 [사람냄새] 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화학작용 같이 발생한 [사람냄새]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평가해 버린다.

짧은 별점 리뷰를 매기듯 개인에 대해 후기를 작성하곤, 더 이상 수정이 불가능하도록 단정지어 버린다.


실제 후각으로는 느낄 수도 없는, 온전히 개인의 느낌으로만 맡을 수 있는 그것 때문에,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재방문을 신중하게 고민하게 하기도 하고, 또는 즐겁고 설레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 나는,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느낌을 내 맘대로 맡았던 걸까? 상대의 말투와 표정, 행동 때문일까?


나를 향해 상대가 던져줬던 겉으로 드러나는 정보에 대한 영향도 분명 어느 정도 있겠지만

감히 판단을 해보자면, 내 삶의 바운더리에서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쌓인 후천적인 다양한 데이터가

마치 살아있는 감각 기관인 듯 양 바쁘게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젠틀하고 신사답게 멋진 말투를 쓰고 있지만 쉴 새 없이 다리를 떨며 손을 한 쉬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거나,

우아하고 단정한 옷차림과 차분하고 조신한 행동을 하지만, "존나" "미친" 등 비속어를 쓰는 사람에게서는 알 수 없는 불안의 쇠냄새가 풍긴다.

그러나,

말투도 차갑고 상처되는 날카로운 말을 매번 하지만, 독거노인분들에 대한 봉사를 주기적으로 한다거나,

술 마시고 노는 거 참 좋아할 것 같은데, 술 담배는 전혀 못하고 낡은 올드팝이나 올드무비에 푹 빠져있는 사람에게서는 투박하고 따듯한 흙냄새가 풍긴다.



후천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달한 내 감각기관이, 허락 없이 자기 마음대로 상대방의 냄새를 맡곤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향한 짧은 리뷰를 남겨놓곤 한다.


감히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또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과 그에 따른 다양한 냄새가 존재한다.

나와 함께 하였을 때만 발생하는 개인 간 시너지였을수도 있고, 그저 내 개인취향에 따른 선호도가 반영되어 더 자세히 부각되어 보였을 수도 있었을 뿐일 수도 있다.


오래된 습관처럼 불쑥 나오는 행동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사회적 규칙을 준수하는 모습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는 자세에서,


사람 각자 모두 후천적으로 생성된 데이터는 다르겠지만 결국 우리는 진실된 냄새가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와 관계가 소원해진 그 사람들은, 어떤 냄새를 풍기던 사람이었을까?

단지 내가 그 사람들의 냄새를 단정 짓곤, 맡고 싶은 대로 일방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닐까?


정답을 알 수 없는 질문 앞에서, 나는 그저 나의 코를 의심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