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미칠듯한 허기짐은, 고통과도 같았다.
어제 남긴 그 음식들이 떠올랐고, 지겹도록 후회됐다.
뱃가죽이 내 멱살을 잡아당겨댔다.
빈 뱃속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나를 자꾸 자기쪽으로 끌어당겼고, 큰 죄라도 진 듯이 내 몸은 계속 움츠려 들었다.
빨리 뭐라도 입속에 넣고 싶었다.
"아씨, 짜증나..! 아 미치겠네 어떡하지..!" 의미나 실속 따위 없는 혼잣말이 꾸역꾸역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그냥 뭐라도 와구와구 씹어먹고, 내 뱃속에 음식물을 있는 대로 꽉꽉 채워 넣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눈은 방향 잃은 나침반처럼 빠르게 움직였고, 팔다리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제각기 잔진동을 만들어냈다.
스스로 예민하고 날카로워졌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내 안에 이성적 페르소나도 알아서 눈치껏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탁월한 선택이고 나발이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배를 채울 수 있다는데,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반응했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접시 위에 음식은 산더미처럼 쌓여만 갔고, 쌓여가는 음식에 먹지 않아도 배부름이 느껴졌다.
뵈는 거 없이 눈이 돌았고 나를 초라하게 만든 허기짐에 복수하듯, 과잉은 곧 사치가 되었다.
첫 입에 침샘이 폭발했고, 모든 감각과 세포가 하나하나 깨어나듯 황홀했다.
한입 한입에, 짧은 시간 배고픔을 보상받듯 눈물샘이 핑 돌았고 오만가지 감정이 들었다.
'크 바로 이맛이지..'
짧은 허기짐 따위에, 갖은 신파를 덕지덕지 다 갖다 붙이며 슬픈 소설 속 주인공마냥 감정을 소비했다..
감동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파도처럼 급물살을 휘몰아치며 환호처럼 다가왔지만, 만족감은 금방 또 다른 친구를 데려다 놓곤 가버렸다.
질겅질겅 턱이 아프고, 내가 씹는 것이 음식인지 종잇장인지 건조한 텁텁함이 입안에 찾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윽 더는 못 먹겠다... 가 아니라, 이제는 먹기 싫었다.
쳐다보기도 싫었고 배부름의 만족은, 어느덧 고통으로 변질된 지 오래였다.
나는 대식가도 아니면서 그리고 실은 입도 짧으면서 욕심부렸고, 내가 먹지 못한 음식은 남도 먹지 못하는 폐기해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반복되는 식전 허기짐에, 매번 똑같은 감정이 반복되며 빠르게 흥분했고, 식었다.
그렇게 또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끝.